이혼하고서, 여러 여자를 만났다.
조금 더 자세한 커밍아웃을 하자면,
나는 바이섹슈얼 중에서도 동성애 쪽으로 더 기운
'호모 플렉서블'이라는 성향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궁금한 사람 아무도 없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렇다고 내가 '호모 플렉서블'이라서 여자만 만난 건 아니다.
그냥, 남자에게 흥미가 일지 않았다.
한참 여성끼리 결혼한 책이라든가, 여성끼리 올린 결혼식 얘기가 SNS를 달굴 때였다.
나는 그걸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못 하니까 저렇게 안달하는 거야. 해 보면 별 거 없다고.'
(지금 보면 '니가 뭔데' 싶은 생각이지만.)
이래서 일부 호모 섹슈얼은 바이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가진 자'처럼 비치니까.
직접 들은 말이기도 하지만 '박쥐' 같으니까.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나는 지금 사람을 만났다.
우리가 결혼한다 해도 부부(夫婦)로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남편과 아내로 나눌 수 없으니까.
아니, 애초에 사전적 정의의 '결혼'도 불가능하다.
남자와 여자가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배우자'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럴 때 흔히들 '파트너'라는 외래어를 쓰는지도 모른다.
'동반자'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래도 좀 낡은 느낌이니까.
개인적으로는 '반려자'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실 제목에는 '결혼하고 싶은'이라고 썼지만,
'재혼'이라는 말도 썼지만,
사전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우리는 둘 다 불가능하다.
알고 있다.
하지만 사전이고 법전이고,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혼할 때 생각했다.
재혼은 없다고.
하지만 나의 소망은, 이혼이라는 재를 뿌려도 불씨가 채 사그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바로, '나만의 가족'.
나는 나만의 가족을 원한다.
서로 기대어 살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를 원한다.
아무도 우리를 '부부'로 인정해 주지 않아도 좋다.
다른 사람의 인정 따위는 필요치 않다.
온전히 서로가 서로일 수 있는, 그런 파트너십을 원한다.
그래서 쉽게 풀어 말하자면,
재혼은 여자와 하기로 했다.
일단 신혼집은 구했다.
감상만이 아닌, 감정만이 아닌 현실.
그 실질적 반려의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다.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