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네 개의 파란 '적격'을 보기까지, 꼭 한 달을 안절부절못했다. 아직 '약정서 작성'과 '잔금 치르고 등기 치기'라는 두 개의 관문이 남았지만, 애초에 대출 승인이 전제된 일들이기에 거의 다 왔다고 믿고 싶다.
주택 가격이 다소 떨어진 시점이어서였는지, 매도자 측 공인중개사는 대놓고 매도자를 안타까워했으며, 내 입장에서는 불리한(?) 계약 조건을 합의 없이 계약서에 당연히 넣었다.
만약 이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원래 이런 건가?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야 이해가 가지만 두 배라니. 여하튼 집값 떨어진 게 내 탓도 아닌데, 공인중개인의 태도에 묘하게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쪽 중개인은 너무도 좋은 분이었고, 매도자도 젠틀했다. 그 정도면 분란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고 믿고 싶다.
미리 알아봤던 대로 예비자산심사까지는 스무스하게 갔다. 하지만, 사전자산심사는 은행에서 하는 거라 어떤 담당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후기를 워낙 많이 봤기에, 오랜만에 초강력 불안증이 밀려왔다.
결국 중간에는 잠 한숨 못 자고 다섯 시간 차를 달려, 반려인과 함께 은행에 찾아갔다. 담당자를 만나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애초에 디딤돌 대출 자체가 정부 지원 사업이라서, 은행 직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일만 만들기에 꺼려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불안은 커져만 갔다.
내 사주에는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사람의 도움을 받는 '귀인'이 두 개나 된다고 한다. 이 날 만난 은행원 분이 바로 그런 분이었다. 특히 여성이 나를 돕는다고. 그분은 자기도 모르는 게 많으니 공부하겠다고, 걱정 말라고 나를 다독여주었다. 하마터면 눈물이 터질 뻔했다.
그 모든 일이 불과 한 달 사이에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지만 그래도 돈 문제가 해결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