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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Apr 23. 2023

안토니오 요새의 지하 감옥

별이 머무는 언덕 2-1

모처럼 가져보는 여유입니다.

대여섯 평 남짓한 독방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아내는 휴대전화로 코인 채굴에 여념이 없습니다. ㅎ



젊고 유능한 약사 강준작가님의 책을 먼저 올려봅니다.


독방이다 보니 진 찍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도 여기저기 고 많이 찍었는데요.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건강검진을 위해 일주일 예정으로 입원했는데요.

마침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들마다 끔거립니다.

'의사와 약사는 오늘도 안 된다고 말한다'

제목이 선생님들의 시선을 잡아 끌어당길만합니다.


강준작가님의 소개글 직접 읽어보시길요.
내용도 편집도 디자인도 다 훌륭한 책입니다.


사실 우리는 불행하게 는 것에 익숙하다

강준작가님의 또 다른 책입니다.

부제처럼 마음이 건강한 어른이 되는 법에 관한 책입니다.

오전 내내 아내가 읽고 있었습니다. 자가 진단도 곁들여 가며.....

저는 강준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그 진지함에 감명받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본시 게으르고 놀기 좋아해서 감히 본받을 엄두도 못 내지만......


책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금방 도착합니다.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소설

'별이 머무는 언덕'입니다.


안토니오 요새의 지하 감옥     


만신창이가 된 죄수가 안토니오 요새의 지하 감옥에 던져졌다.


특히 그 방은 반역자들과 살인자들 그러니까 곧 십자가에 처형될 자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었다.


죄수들에게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방이었다.


악취가 진동하는 더러운 곳으로 이미 지옥에 던져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라몬을 닮았어. 아니 라몬이야. 라몬이 틀림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의식도 없이 간간이 괴롭고 고통스럽신음하 있던 죄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던 바라바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절망에 빠진 목소리였다.


하지만 바라바는 이내 정신을 가다듬더니 자신이 입고 있던 옷가지를 벗어 죄수를 덮어 주었다.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닮은 사람이겠지. 라몬은 지금 고향에서 양 떼와 함께 푸른 초장을 거닐고 있을 거다. 평생을 양치기로 살아온 라몬이 왜 여기로 잡혀 왔겠어. 그럴 이유가 없잖아.”     


구석에 비스듬히 누워있던 요셉이 코웃음을 쳤다.   

    

“그렇긴 한데, 너무 닮았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라몬의 옛 얼굴이 남아 있어. 가까이 와서 봐. 개자식들 사람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다니. 얼마나 가혹하게 채찍을 휘둘렀으면……. 어차피 죽을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바라바는 분노에 가득 차서 욕설을 내뱉었다.  


“닮긴 닮았는데, 라몬일 리 없어.”


귀찮아하면서도 마지못해 다가와 죄수의 얼굴을 들여다본 요셉이 중얼거렸다.      


“확인해 보면 돼.”


바라바가 생각난 듯 피로 범벅이 된 라몬의 겉옷을 걷어 올리고 양쪽 허벅지를 번갈아 살폈다.      


“만약 이 사람이 라몬이라면, 우리는 저주받은 거야. 이미 오래전에....,.”


요셉은 시큰둥하게 죄수의 허벅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바라바와 요셉, 두 사람은 같은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바라바와 요셉 그리고  라몬 이렇게 셋이서 광야를 지나다가 늑대 무리를 만났었다.      


라몬은 무리와 떨어져서 놀고 있는 새끼 늑대를 발견하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미 늑대가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었지만 라몬은 미처 알아채지 못다.      


어미 늑대가 쏜살같이 달려와 라몬의 허벅지를 깨물었다.


라몬의 비명을 들은 바라바가 어미 늑대를 향해 투봉을 던졌다.


투봉이 어미 늑대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어머 늑대는 외마디 신음을 내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바라바 덕문에 라몬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허벅지에 깊숙이 박혔던 어미 늑대의 이빨 자국은 깊은 상흔을 남겼다.      



“만약 이놈의 허벅지에 늑대 이빨 자국이 있다면, 우리는 저주받은 게 분명하다.”


요셉이 못 믿겠다는 듯 다시 코웃음 쳤다.      


“이 사람은 라몬이 맞아. 틀림없어.”


바라바가 라몬의 허벅지를 내려다보며 절망스럽게 내뱉었다.     


“말도 안 되는 멍청한 소리 작작해.”


요셉이 허리를 굽히더니 거칠게 죄수의 다리를 뒤틀었다.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우리가 모두 사형수가 되다니....... 이건 말도 안 돼.”


라몬의 허벅지에 남아 있는 늑대 이빨 자국을 확인한 요셉이 신음처럼 내뱉었다.          

     

바라바는 죄수로, 그것도 사형수로 확정되어 감옥에 던져진 라몬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왜 우리 셋 모두 이렇게 갇히게 되었을까! 우리에겐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딱 한 가지 있다면 어렸을 때 양치기 목동이었다는 것, 양치기 목동이었을 때 천사의 음성을 듣고 구유에 누운 아기를 영접했다는 것뿐인데. 그것은 저주받을 일이 아니지 않은가.      


두려워 마라. 보아라. 모든 백성을 위한 큰 기쁨의 소식을 가지고 왔다. 오늘 다윗의 마을에 너희를 위하여 구세주께서 태어나셨다. 그는 곧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너희가 볼 것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증거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천사의 음성인데. 그 음성 어디에 저주의 냄새가 난다는 말인가. 아니 그날의 일은 오히려 축복이어야 했다.


그 아기는 어디로 갔는가! 하나님은 실패하고 만 것인가? 아기를 영접한 우리 셋 모두가 이렇게 된 것은 하나님이 실패한 증거일까! 정말 그런 것일까!          



그 순간 의식을 잃은 라몬은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서 평화로운 꿈을 꾸고 있었다.


오래된 기억들이 마치 당시로 돌아간 것처럼 생생하게 재생되는 꿈이었다.         



당시 미가의 예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성서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미가의 예언에 대해서는 한 마디쯤 하는 세상이었다. 유행처럼 미가의 예언이 떠돌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메시아는 마을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마을 정착민들 대부분이 다윗의 자손이어서 더욱 그랬겠지만 어른, 아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가의 예언을 줄줄 외웠다. 마치 전통적으로 구전되어 온 잠언의 한 구절처럼. 라몬과 바라바 그리고 요셉도 예외는 아니었다.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가운데서 가장 작지만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나올 것이라....... 그의 힘이 크고 왕성하게 번창하여 땅 끝까지 미치리라......’       


미가의 예언을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 곧 왕이 나올지 모른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마을 어른들이 지혜가 뛰어나거나 재주가 있는 아이들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내 마음속엔 꺼지지 않는 열망이 있어. 만약 아기 왕이 헤롯의 칼에 의해 죽었다고 해도 그분의 뜻은 좌절되지 않아. 난 그것을 믿어. 내가 베들레헴 구유에서 아기를 영접한 것은 그분의 뜻이야. 아기를 섬기라는 명령이었던 거지. 난 이제 그분을 찾아 나설 거야. 세상을 떠돌다 보면 언젠가 그분을 만나게 되겠지.”


어느 날 바라바는 자신의 결심을 라몬에게 털어놓았다.     


“나도 양들을 버리고 우리가 영접했던 아기를 찾아 나서야 하는 거야?”


라몬이 반문했다.     


“그분은 우리에게 서로 다른 임무를 주셨어. 그건 네 마음속에 있는 열망이 알려줄 거야. 그 열망은 아무도 거스를 수가 없어.”


바라바가 라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었다.     


“.......”


라몬은 더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초장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라몬과 바라바는 말없이 앉아 구름 사이로 질주하는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넌, 틀림없이 해낼 거야. 너의 지혜와 부지런함, 그리고 다윗 같은 솜씨와 용맹함은 그분에게 큰 힘이 되실 거야.”


라몬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고맙다. 넌 좋은 친구야. 너도 함께 천사들의 영광을 봤으니까 그분을 향한 열망이 느껴지는 날이 올 거야. 아니 이미 너는 그 열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몰라.”


바라바가 말했다.     


“양치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너희들은 다 고향을 버리고 떠나잖아. 요셉이 양을 버리고 예루살렘으로 가버린 지 몇 달이나 되었지! 가족이 없는 요셉이라면 그럴 수도 있어. 게다가 요셉은 가끔 만나서 얼굴이라도 볼 수 있잖아. 보고 싶으면 예루살렘으로 달려가도 되고.”


라몬이 말했다.     


“나도 그럴 거야. 정처 없는 여행이긴 하지만 언젠가 돌아올 거고. 가족도 있고 너도 있는데 어떻게 안 돌아오겠어. 가끔은 여기 와서 너랑 이야기하다가 잠드는 날도 있겠지.”


바라바가 말했다.


“이제 너마저 가버리면 난 홀로 이 초장을 지키며 쓸쓸할 거야.”


라몬이 말했다.


“우리의 조상 다윗 왕도 양치기였다는 걸 잊지 마. 그것이 우리 양치기들의 자긍심이잖아. 오래전에 약속하신 것처럼 지금도 하나님은 우리 혈통에게서 다시 왕이 나시기를 원하셔. 그러니까 우리가 영접했던 그분도 다윗의 자손이 틀림없을 거야. 우리가 너무 어려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거지.”


바라바가 말했다.      


“.........”     


“만약 그분이 헤롯의 칼을 피하지 못했다면……. 그래서 만약 라몬 너에게 기름 부으신다면....... 죽은 아기를 대신해서 양치기인 너에게 기름을 부으신다면 나와 요셉은 다시 돌아와 너를 위해 삶을 바치게 될 거야. 또 이 마을에서 어떤 소식이 들려와도 달려올 거야. 그러니까 넌 여기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몰라.”     


바라바가 말했다.


미가의 예언을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바라바도 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 마을의 사람이라면 하잘것없는 가난뱅이라도 자기가 혹시 기름 부음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은밀하게 품고 자기 위안으로 삼았다.


에브라다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거지라도 부자가 되는 꿈이나 왕이 되는 꿈으로 자기의 불행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다. 누구든 예언을 자기 꿈으로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런 말을 해!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 용기도 없는 나 같은 목자가 어떻게 예언의 주인공이 될 수가 있겠어. 더구나 우리는 이미 아기 왕을 영접했잖아. 그분만이 왕이시라고.”


라몬이 말했다.     


“만약이라고 했잖아. 헤롯의 칼이 얼마나 잔인하게 아기들을 쳤는지 너도 알잖아. 그래서인지 솔직히 가끔 불길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바라바가 말했다.     


“그래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야. 내가 기름 부음을 받았다면 아마 온 세상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다가 미쳐버릴 거다.”


라몬이 못 참겠다는 듯 웃었다.      


“네가 뭐 어때서. 누구든 기름 부음을 받으면 달라지는 거야.”


바라바도 소리 없이 웃었다.     


“차라리 너라면 몰라. 넌 다윗 왕처럼 돌팔매도 잘 던지잖아.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리는데……. 로마군대쯤이야 못 해치우겠어.”


라몬이 말했다. 그러나 양치기가 로마군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쯤은 알 수 있는 나이였다.        

  

잠시 후 바라바는 라몬의 어깨를 툭 치고 일어나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라몬이 그의 등 뒤에 대고 내일 아침에 다시 볼 수 있겠지,라고 물었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너를 보러 갈 거야.”

라몬이 다시 어둠 속에 대고 소리쳤다.


바라바가 사라지고 나자 라몬은 갑자기 외톨이가 된 느낌이었다.      



몇 달 전 라몬보다 두 살 많은 요셉이 장사를 배우겠다며 예루살렘으로 떠날 땐 아직 바라바가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심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유일하게 남은 친구 바라바까지 떠난다고 하자 마음이 아프고 허전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수백 마리의 양 떼를 데리고 초장을 누비는 자신의 꿈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바라바가 뛰어들고 싶어 하는 미지의 세계에 비하면 양들은 보잘것없어 보였다. 자신의 꿈은 초라하게 느껴졌고 양 떼들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      


라몬은 달빛을 올려다보며 구슬픈 곡조로 풀피리를 불었다. 라몬이 바라바보다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라면 풀피리로 연주하는 것이었다.


라몬이 아무 풀이나 뜯어 쓰윽 닦고 나서 입에 대고 불면 무슨 곡조든 흘러나왔다.      


문득 라몬은 양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끼를 밴 뒤로 얕은 곳이든 깊은 곳이든 파인 곳에 발을 헛디딜라치면 뒤집혀서 바동거리던 녀석이었다.      


라몬은 어미 양이 새끼를 낳으려고 혼자 조용한 곳으로 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곧장 어둠 속을 헤치고 어미 양을 찾아 나섰다.


예상대로 절벽의 한적한 곳에 따로 자리를 잡고 웅크리고 있었다. 어미 양은 벌써 앞발로 주변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새끼 낳을 채비를 마쳤다.      


어미 양은 라몬이 다가가자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다. 뱃속의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의 본성이 내심 서운하면서도 대견했다. 하지만 힘에 부쳤는지 어미 양은 다시 그대로 주저앉았다.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라몬은 첫 새끼를 낳는 어미 양을 안심시키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어미 양의 엉덩이를 손으로 더듬었다.


경험이 많은 라몬의 손길은 자연스럽고 익숙했다. 그러나 정작 어미 양은 처음 겪는 일이어서 그런지 흥분한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라몬의 손에 물컹한 게 잡혔다. 삐져나온 양수 막이 달빛에 비쳤다. 라몬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어미 양의 엉덩이 아래로 다가앉았다.


라몬이 짐작한 대로 이내 양수 주머니가 터지면서 땅을 흠뻑 적셨다. 어미 양이 흠칫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괜찮아. 이제 곧 너를 닮은 새끼가 달빛을 받으며 나올 거야. 아기 양의 이름을 달빛이라고 지을까. 그게 좋겠다. 이제 너는 진짜 어미가 되는 거야. 자신 있지.”    

 

라몬은 중얼거리며 엉덩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어미 양이 다시 한번 고개를 쳐들고 괴로운 듯 몸부림쳤다. 새끼를 세상으로 내보내려고 용을 쓰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끼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미 양이 두어 번 더 몸부림을 친 뒤에야 새끼의 발이 삐죽이 나왔다.  

   

“아니야, 부터 나오면 안 돼.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을 걸. 들어갔다가 머리부터 내밀어. 그래 착하지.”


라몬은 손으로 새끼의 발을 산도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리고 더듬더듬 새끼의 머리를 찾았다.  

    

내가 세상으로 꺼내줄게. 난 양을 사랑하는 목자란다.


라몬은 조심스럽고도 신중하게 새끼의 머리가 아래로 향하도록 돌렸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어미가 힘을 주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털로 뒤덮인 머리가 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혀는 늘어지고 귀는 머리에 바싹 들러붙어 있었다.      


새끼의 목과 어깨가 보일 때쯤 어미가 다시 한번 몸부림쳤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또다시 양수가 흥건하게 쏟아졌다.  

    

마침내 새끼 양이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새끼는 끈적끈적한 액체로 뒤덮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라몬은 어미 양이 새끼를 핥아주기를 기다렸다. 자기가 손으로 떼어내 주는 것보다 어미의 혀가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놀란 어미 양은 새끼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라몬은 손으로 새끼 양의 코와 입을 덮고 있는 젖은 막을 걷어내면서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


새 생명이 숨을 쉬도록 도와주는 것. 그리고 또 한 마리의 양이 생겼다는 것은 양치기에게 큰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마침내 숨을 내쉬기 시작한 새끼 양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끈적끈적한 막을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라몬은 새끼양 스스로 벗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바동거리는 새끼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도와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라몬은 잘 알고 있었다.


처음 새끼 낳는 것을 보았을 때 그저 불쌍한 생각으로 막을 걷어주려다 주정뱅이 목자에게 혼난 기억이 떠올랐다.  

    

‘이 멍청한 놈아, 자비를 베풀면 전부 다 좋은 줄 아느냐. 네가 만약 그 끈적거리는 껍데기를 벗겨준다면 그 양의 수명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런 양은 얼마 살지 못하고 병들어 죽기 십상이지. 네가 그렇게 만드는 거야.

그 껍데기를 스스로 벗어나는 것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과 똑같아. 알을 깨는 동안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야. 그걸 생명력이라고 하지. 세파를  버티거나 견뎌내는 힘이기도 하다. 알겠냐. ’      


주정뱅이 목자에게도 게으름과 술 취함과 노름을 빼고는 배울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라몬은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주정뱅이 목자라도 자기 양을 아끼는 것이 틀림없었고 자기 양에게 언제 어떻게 꼴을 먹여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발버둥 치던 새끼가 드디어 끈적끈적한 막을 벗어던졌다.


새끼 양은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가는 다리가 사방으로 벌어지면서 휘청거리다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새끼 양이 고꾸라지는 걸 바라보던 어미 양이 안타까운 듯 눈길을 돌렸다.


새끼 양이 마침내 첫발을 떼는 데 성공했다. 새끼양이 비틀걸음으로 어미의 품에 다가와 젖을 찾았다.


라몬은 어미의 젖꼭지를 닦아내고 허우적대는 새끼 주둥이에 갖다 댔다. 이윽고 새끼가 콧김을 뿜으며 젖을 물고 빨기 시작했다.      

    

그제야 라몬은 긴장을 내려놓고 풀썩 주저앉았다.


라몬이 삯꾼 목자를 청산하고 주인에게 받은 양은 두 살 전후의 암양 두 마리와 숫양 세 마리였다.


주인이 약속대로 라몬이 열여덟 살 되는 해에 양을 주었다. 처음엔 다섯 마리뿐이었지만 일 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벌써 양들이 여섯 마리로 늘었다. 아니 오늘 새벽 달빛이 태어났으니 이제 일곱 마리였다.


그것만으로 그는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바라바 때문에 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라몬은 낡은 갈대로 엮은 발을 젖히고 바라바의 집으로 들어갔다.


바라바의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바라바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침울하고 무거웠다.


그는 바라바 가족들에게 겨우 눈인사를 건네며 눈치를 살폈다. 바라바의 가족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의 시선이 일순간 라몬에게로 향했다. 바라바는 등을 보인 채 자신의 아버지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아버지께서 아무리 말리셔도. 제 굳은 결심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전 식사가 끝나면 바로 이 마을을 떠나겠습니다.”


가족들의 시선은 다시 바라바에게로 돌아갔다.     

 

“라몬도 함께 가는 거냐!”


바라바의 아버지가 라몬을 바라보며 말했다. 라몬은 아버지의 시선을 피해 동생들을 바라봤다.  

    

“이건 저만의 계획입니다. 제가 선택한 일이죠.”


바라바가 라몬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말했다.    

  

“........”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바라바는 무엇보다도 어린 동생들에게 미안했다. 이제 막 철이 들어 적지만 얼마간의 품삯을 받아오기 시작한 동생 요압과 우리아 그리고 처녀티가 나기 시작한 여동생 라헬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바라바를 바라보는 그들은 제발이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이제 겨우 먹고살만해졌는데, 우리 집안에서 제대로 된 품삯을 받아오는 사람은 너뿐인데.’


동생들의 시선을 피하고 나자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결국 바라바는 가족들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라몬 역시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바라바가 뜯다 만 빵조각을 내려다봤다.


바라바의 아버지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어쩌면 예루살렘 성전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두 다리를 원망하고 있을지 몰랐다.    

  

바라바의 아버지 사울은 가뭄으로 인해 농사가 어려워지자 일꾼들을 모아서 예루살렘 성전 토목공사에 참여했다.


덕택에 가뭄 가운데서도 몇 년 동안은 살림이 피는 듯했다.


그것도 잠시였다. 어느 날 쌓고 있던 성벽이 무너지면서 돌무더기가 아버지 사울을 덮쳤다.


엄청나게 큰 돌에 깔려 그 자리서 즉사한 사람도 있었으나 사울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사울의 두 다리는 박살이 났다.


사울은 죽지 않고 회복되었지만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때문에 아들 바라바는 어린 나이부터 가족들의 빵을 해결하기 위해 양치기로 나섰다.


가족들의 입에 겨우 풀칠할 정도의 삯을 받는 양치기였다.      


“곧 돌아올게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머니.”


바라바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거니? 양치기는 하지 않아도 돼. 그냥 우리와 좀 더 있어 주면 안 되겠니. 넌 아직 혼자 어딘가로 떠나기에는 어려.”


어머니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할 일을 찾기에는 그다지 이른 것도 아닙니다. 이 골짜기 마을에서 평생을 보낼 순 없어요.”


바라바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가족들은 이제 바라바를 붙잡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라몬도 바라바가 얼마나 굳게 마음먹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


어머니가 탄식처럼 내뱉었다.      


“오빠, 아기를 찾아가는 거지! 하지만 오빠는 아기 이름도 모르고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데 어쩔 셈이지?”


라헬이 슬픈 얼굴로 물었다.      


“어쩌면 내가 찾아 나서기만 한다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그 아기를 만날 수 있을지 몰라.”


바라바가 말했다.      


“아기를 어떻게 찾아, 아니 어떻게 알아봐. 이제 겨우 예닐곱 살쯤 되었을 텐데. 아기 때보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잖아. 그리고 그때 헤롯의 칼에 죽었으면 어떡해. 우리를 배고프게 하고 시간만 낭비하는 거잖아. 오빠.”


라헬이 말했다. 여전히 슬픈 얼굴이었다.      


“아기는 어딘가에서 잘 자라고 있을 거야. 난 그렇게 믿어왔어. 그리고 만약 만나기만 한다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그 아기는 뭔가 달랐어. 아주 깊고 아득한 눈을 가지고 있었지.”     


“그래 좋아. 아기를 만난다고 해. 하지만 아직 예닐곱 살밖에 안 된 어린애가 뭘 어쩌겠어. 오빠가 뭘 어쩔 수 있다고 생각해!”     


“나이가 어리지만 우리의 왕이 되실 분이야. 그리고 어리기 때문에 날 필요로 할지 몰라. 오빠는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 생각이라면 진즉에 떠나지 그랬어. 왜 이제 와서.......”     


“이제야, 준비되었을 뿐이야. 내가 이만큼 강해지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넌 모를 거야.”     


“우리도 강한 오빠가 필요해.”


“라헬, 그분이 우리 모두를 구해낼 거야. 난 그분을 도와야 해. 어쩌면 지켜드려야 할지도 모르지. 지금은 말이야.”


바라바가 말했다.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실 거야. 내 말은 하나님께서 도우실 거라고.”     


“맞아. 하나님께서 오래전에 나에게 그 일을 맡기시려고 천사를 보내셨던 거야.”      


“거짓말이야. 오빠는 우리를 버리려고 하는 것뿐이야. 이제 우리 가족이 지겨워진 거라고 왜 솔직히 말하지 않아.”


라헬이 울음을 터트렸다.     


“라헬,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동생들과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도. 그러니 오빠를 너무 마음 아프게 하지 마.”


바라바가 말했다.     


“얘야, 하나님의 뜻을 누가 알 수 있겠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그분의 뜻에 합당한 것이란다. 그리고 엄마 생각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엔 아직 넌 어린것 같구나. 이제 겨우 열아홉 살이잖니.”


어머니가 말했다.     


“어머니의 아들은 이제 남자예요.”


바라바가 말했다.     


“우리는 너에게 양을 사주려고 네가 벌어온 돈을 조금씩 모아 왔다.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되는데........ 너는 이제 양치기로서 인정을 받고 있잖아. 사람들은 네게 맡긴 양들이 살찌고 젖이 풍부하며 털이 잘 자란다고 하더구나. 이제부터는 어디에 가든지 제대로 된 삯을 받을 수 있어서 곧 양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안타깝구나.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네 동생들이 품삯을 받아오기 시작했으니 우리 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마음이 바뀌거든 언제든지 돌아오너라.”


아버지가 말했다.      


“모아 놓은 돈은 가족들을 위해 쓰세요. 만약 돌아와서 다시 양치기가 되고 싶다면 제 양은 제가 사겠어요. 이제 저도 어른이니까요.”


바라바가 웃음 띤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니다. 돈은 네가 가져가거라. 가족과 고향을 떠나면 너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돈뿐이다. 작은 돈이지만 필요할 거다. 어차피 너를 위해 아껴둔 것이잖니.”


아버지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저는 어디에 가서든지 품삯을 후히 받을 거예요. 제 넓은 어깨와 튼튼한 다리를 보세요. 무슨 일이든 못하겠어요. 바다 근처에 가면 배를 타보고 싶어요. 돈을 버는 게 목적은 아니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벌 수 있어요.”  


바라바가 말했다.     


“아들아, 아버지가 주는 돈을 꼭 가져가라. 돈을 가져가지 않으면 가족들이 네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거다. 그리고 내가 아끼던 배낭과 샌들도 가져가거라. 네가 스무 살이 되면 주려고 했는데......”


“아버지, 고맙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바라바는 아버지의 배낭에 빵과 샌들을 챙겨 넣었다. 그리고 맨 먼저 아버지를 껴안고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너를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겠지만, 전쟁의 소문이 있는 곳은 피해 다니거라. 그리고 행여 유대 혁명군에 가담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아라.”


아버지가 바라바의 등을 쓰다듬으며 당부했다.      

유대 아들 중 누군가는 혁명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모라면 자신의 자녀가 혁명군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유대 혁명군이 되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광야 깊은 곳에서 훈련을 받고 게릴라식 전투로 로마 수비대를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로마의 시녀가 된 요인들을 살해하는 것도 그들의 임무 중 하나였다. 죽지 않고 살아 있더라도 로마 수비대의 추격을 피해 광야에서 숨어 지내야 했고 언제 어느 때 수비대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들이 목숨을 내놓고 임무를 수행해도 팍팍하고 고단한 유대 백성의 삶은 변함이 없었다.


유대 해방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로마의 착취와 횡포가 날로 심해질 뿐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제 운명을 확인하고 싶은 것뿐이에요.”


당시 바라바는 자기가 머지않아 유대 혁명군이 될 줄은 모르고 있었으니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꼭 가야겠니!”


곁에 있던 어머니가 괴로운 얼굴로 바라바를 껴안았다.


“죄송해요. 어머니. 단 한 번만이라도 저에게 주어진 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만약 제 길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돌아올게요.”


바라바가 말했다.      


“하나님이 너를 지켜주시기를 바라마.”


어머니가 눈물을 보였다.      


“너희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바라바가 문 앞에 서 있는 동생 요압과 우리아와 포옹했다.     


“형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


요압이 말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길.”


우리아가 말했다.       


“아버지를 잘 부탁할게.”


바라바가 말했다.     


“오빠, 가지 마.”


바라바의 품에 안긴 라헬이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미안하구나.”


바라바는 라헬의 등을 몇 차례 쓰다듬다가 돌아섰다.


바라바 자신조차도 그 길이 가족과의 마지막 작별이라는 것을 몰랐다. 돌아올 수 없는 길, 돌아와서는 안 되는 길을 떠난다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어머니와 동생들은 바라바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문 앞에 서 있었다.


바라바의 등을 바라보고 있던 라헬이 가끔 소리 내어 훌쩍였다.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 가장 슬퍼하는 것이었다. 바라바가 얼마나 끔찍이 아끼던 여동생이었던가.    

       


라몬은 바라바가 마을을 떠난 뒤에도 양유와 빵을 들고 바라바의 집에 들르곤 했다.


라몬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빠의 등을 바라보던 라헬의 슬픈 눈빛이 라몬의 가슴에 사랑의 우물을 깊이 팠다.


친구 바라바가 아니라 여동생 라헬이 그리운 사람이 될 줄은 라몬도 몰랐다.


그리움은 날마다 짙어만 갔다. 저녁 무렵 마을을 내려다보면 라헬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풀피리를 불면 라헬이 별들 사이에서 웃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뜻밖에도 라헬이 라몬을 찾아 산으로 올라왔다. 라몬은 신열에 들떠 라헬에게 포도떡을 먹이고 신선한 양유를 마시게 했다.      


명랑한 척 지껄이던 라헬이 라몬의 어깨에 기대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라몬은 영문도 모른 채 찢어질 듯 가슴이 아팠다.      


'바라바는 잘 지내고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라몬은 라헬이 바라바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짐작했다.

     

'라몬 오빠, 나 임신했어.'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라헬이 그렇게 말했다.      


그때, 라헬의 목소리가 들려오던 그 순간 라몬은 꿈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꿈속에서 들었던 라헬의 절망적인 울음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달콤하고 평화로운 꿈의 기운이 스러져가고 대신 살이 찢어진 고통이 밀려들었다.  



“라몬, 우리를 알아보겠어!”

바라바의 목소리가 꿈과 현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비로소 라몬은 자신이 안토니오 요새의 지하 감옥에 갇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을 일으킬 수는 없지만 의식은 명료했다.


로마 병사들이 휘두르는 채찍에 몸뚱어리가 갈기갈기 찢기던 그 고통의 시간이 떠올랐으나 이상한 안도감이 마음을 감싸는 걸 느꼈다.


어쩌면 바라바의 목소리와 그의 얼굴과 그 옆에서 내려다보는 요셉의 얼굴 때문일지 몰랐다.       



      다음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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