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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Apr 30. 2023

숲속의 둥지

그리고......

은희가 우리 부부를 어느 식당으로 데려갔다. 흑염소전문식당.

반주로 소주 한잔 안 할 수 없었다. 

아내는 청하 한 병 나는 소주 한 병을 비웠다.

물론 우리의 절친 영란이가 청하와 소주를 조금씩 나눠마셨다.

오늘의 반란자 은희는 운전 때문에.....

어디론가 또 가고 있었다.

은희가 틀어준 음악과 바깥에 내리는 비 약간의 술기운 때문에 우리의 감성나이는 철없는 시절로

돌아가 한 삼십 대쯤.....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서러움?에 겨워했다.

사는 게 이렇게 서러운 것인가?

숲 속의 궁궐 초입에 다다랐을 즈음 은희가 말하길

부부 쌍방이 바람과 함께 동행했다가 이 외길에서 부닥트리는 일이 많다는 전설이 있단다.


나는 그깟 바람, 하면서 뜻도 없이 코웃음 친다.

숲속 둥지로 들어가면서

드룹을 사서 은희와 영란에게도 주고 우리도 챙겨왔다.

해물파전과 드룹전 그리고 대포

파란만장한 인생 경험과 천재적 기억력 소유자 은희가 까맣게 잊고 있던 옛날 일들을 소환하고

19금 설화 마구 버무려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동안 대포 3병과 파전과 드룹전이 자취를 감추었다.

늑대네와 여우네도 한 번씩은 다녀온 듯

나와서 맥주로 입가심하고

컵라면도 한 젓가락씩 먹고...

이렇게 하루종일 부어라 마셔라 하면 행복해야 할 텐데

마음은 자꾸 울적해진다.

불가마 찜질방에서 술독을 다 빼고

집에 와서 드룹 데치고 치킨 시켜 또 와인 한잔

사는 게 참 재미없다.

은희랑 영란이가 우리 집에 와서 김치부침개 부쳐 먹자 했는데 시간 너무 늦어.... 취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 그만 살고 싶다는.....

산다는 건 참 무의미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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