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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May 07. 2023

고통 저편의 추억

별이 머무는 언덕 2-2

지담 교수님이 지으신 책입니다. 갈수록 분위기 연출이 어려워집니다.


저도 아직 읽기 전입니다.

지담 교수님의 이름은 김주원입니다. 미모가 연예인 수준입니다.  

이름의 의미는 아마도 깊고 크겠지만 미모만큼 예쁜 이름은 아닌 듯. ㅎㅎ

너무 예쁘시니까.

좋은 부모가 되려는 모든 분이 읽어야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읽으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나를 성공시킨다.'

교수님의 정체성이 농축된 카피입니다.

엄청난 추천사들입니다.

 '현실을 알고 나를 알고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라!'

책의 내용을 짐작케해주는 카피입니다.


'

'진정한 성공을 원한다면 이기적인 자가 되어야  한다.'

이 카피를 기억해 두면 좋겠는데, 그게 또 마음대로 되나요.


지담 김주원교수님 책은 온라인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부터 소설입니다.


 악명 높은 안토니오 요새의 지하 감옥이었다. 그것도 처형을 앞둔 자들을 가둬두는 곳.


하지  라몬은 그리웠던 친구들의 얼굴을 알아보았고 뜻밖의 안도감을 느꼈다.


꿈속이라 해도 좋았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도 잠시였다. 라몬은 고통이 엄습해 와 숨조차 내쉬기 힘들었다. 이를  힘껏 깨물고 있어도 신음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왔다.


요셉과 바라바와 차례로 눈이 마주쳤다. 라몬은 신음소리로 인사를 대신하고 눈을 찔끔 감을 수밖에 없었다. 라몬은 한마디 말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의식만큼은 또렸해서 조금 전 꾸었던 꿈을 생각하고 있었다.


기절한 채 생사의 갈림길에서 꾼  꿈이었다. 그러나 꿈은 꿈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외로움과 이별의 아픔마저도, 그리고 라헬의 죽음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 보면 추억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았다.      


죽음에 다다를 만큼 큰 고통이, 벼랑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 을 위로하기 위해 굳게 닫혀 있던 무의식의 서랍을 열어 보여주는 선물이었다.


라몬은 이상하리만큼 아내 드보라와 사무엘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순간만큼은 라몬의 의식 속엔 오직 라헬만 존재했고 라헬만이 유일했다. 의식의 시간이 그때로 되돌아 간 거라면 당연한 일일지 몰랐다.


그때 라몬은 라헬이 유일한 사랑이었으니까.


라헬, 이름만 불러도 안타깝고 그리운 여인. 슬픔마저도 행복하게 해주는 이름, 라헬.      


라몬은 간음한 여자를 돌로 쳐 죽이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때문에 라헬의 고백을 듣는 순간 라몬은 어떻게든 라헬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친구의 여동생이라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임신 중인 라헬과 정혼한 것은 마음속 깊이 감추어 두었던 사랑 때문이었다.


비록 복 중의 아기가 친구 요셉의 씨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에 눈을 떴는데 상대가 라헬이었고 불행하게도 라헬은 친구 요셉의 아기를 임신 중이었던 것.

    

라몬에게 사랑은 아무런 조건 없이 희생하는 것이었다.


희생을 빌미로 라헬을 차지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정혼은 요셉이 돌아와 라헬을 데려갈 때까지 지켜주기 위한 것이었다.


라몬이 라헬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은 친구의 아기를 가진 여인과 정혼하고 친구가 돌아와서 데려가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라몬은 기쁘게 정혼했고 친구 요셉이 돌아와 주길 기다렸다.



라헬은 속옷을 팔러 예루살렘 장터에 나갔었다.


어머니와 함께 길쌈을 맨 세미포로 라헬이 손수 지은 것이었다.      


어머니가 열여섯 살이나 된 처녀를 혼자 예루살렘에 보낸 것은 아니었다.      


라헬은 두통과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어머니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속옷 두 벌을 싸가지고 아침 일찍 어머니 몰래 집을 나섰던 것이다.


진즉에 지어놓고도 팔지 못하고 넣어두었던 이었다.      


꽤 먼 길이기는 하지만 가끔 어머니와 함께 나오는 장터여서 겁이 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막상 혼자 장터에 도착해 보니 먼 타국에라도 온 것처럼 낯설고 막막했다.      


더구나 어머니하고 나왔을 때처럼 용기가 나질 않아서 옷을 꺼내놓지 못하고 장터를 돌아다니며 애꿎은 다리에 힘만 뺐다.      


라헬은 혼자서 무엇을 팔려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용기가 없어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할 수 없게 되자 허기가 몰려오고 몸에서는 진땀이 났다.


언제까지 장터만 맴돌 건지 라헬 자신도 몰랐다.      

그렇다고 속옷을 들고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는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번번이 보자길 펼치지 못했고 '옷  구경 좀 해보세요. '라는 말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빵 냄새를 맡자 텅 빈 배가 요동쳤다. 집에서 만든 빵보다 장터에서 파는 빵이 왜 더 맛있는지 라헬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예루살렘에 갈 일이 있으면 언제나 장터에서 파는 빵이 먼저 떠올랐다.


예루살렘 어딘가에는 빵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는 소릴 들었던 것도 같았다.      


장터에서 파는 빵을 실컷 먹고 싶었던 라헬은 언젠가 빵공장에 들어가 일을 하는 게 꿈이었던 적도 있었다.      


라헬이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옷을 팔고 나면 먼저 빵을 사서 맛있게 먹을 꿈에 부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부푼 꿈은 좌절되었고 냄새는 라헬을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시장  귀퉁이를 서성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걸음을 내딛을 때였다.


나귀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장터 한복판을 지나가던 젊은 사내가 뛰어내려 라헬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빠 친구 요셉이었다. 요셉이 예루살렘 장터에서 일꾼으로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던 라헬은 반가워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반가움보다 부끄러움이 더 컸다.    


요셉은 한마을에 사는 남자였고 오빠의 친구였으며 먼 친척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을에서라면 그렇게까지 반갑지는 않았을지 몰랐다.     

 

라헬은 놀리기를 좋아하는 요셉을 미워했다.  때문에 바라바와 라몬과는 재잘거리며 말을 잘하다가도 요셉이 오면 금세 쀼루퉁하게 굴었다.


부끄러움을 타는 라헬은 반가운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금세 표정을 바꾸고 태연한 척 입을 꼭 다물었다.


능청스러운 요셉이 또 뭐라고 놀릴 것만 같았다. 더구나 옷을 팔러 나왔다가 바보처럼 장터를 맴돌기만 하는 꼴을 알면 얼마나 비아냥거릴까 걱정되었다. 그리용기 없는 자신 때문에 자존심도 상했다.      


“너 혼자 왔어? 어머니는 어디 가시고!”


주인의 심부름으로 올리브를 사러 가던 요셉이었지만 마치 자기가 상점 주인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했다.  


“........”     


라헬은 뭐라 할지 몰라 대답 대신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어쩐지 요셉의 음성이 마을에서와 달리 따뜻하고 자상하게 들렸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혼자 왔어. 무슨 일 당하면 어떡하려고.”     


요셉이 말했다.       


“어머니가 몸이 좋지 않아서.”     


라헬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여기가 어딘데 혼자 와. 그래 밥은 먹었고.”


요셉이 물었다.      


“........”     


라헬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아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아침도 굶고 와서 배고프고 서러웠다.  


“밥도 못 먹었구나. 가자 오빠가 빵 사줄게.”     


요셉이 앞장서 빵집으로 갔다. 라헬은 멍하니 요셉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는 더 이상 자기를 놀리던 능청맞고 심술궂은 남자가 아니었다. 라헬은 요셉의 등에서 믿음직스러운 남자를 보았다.


“뭐 해 빨리 오지 않고.”     


요셉이 재촉했다. 라헬은 그제야 못 이기는 척 요셉의 뒤를 따라갔다.      


“네가 장사를 하겠다고 나왔어. 요 귀여운 것.”      


라헬이 빵을 먹고 있는데 요셉이 피식 웃으며 속옷을 빼앗았다.


요셉은 열여섯이나 된 라헬을 여전히 어린 여자아이 대하듯 했다. 라헬은 처음으로 그런 요셉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 먹고 있어. 내가 팔아줄게.”     


요셉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속옷을 사라고 매달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귀찮다는 듯 요셉의 손을 뿌리쳤다. 


간혹 옷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있었지만 대꾸도 않고 이내 돌아서  버렸다.      


“흠, 잘 지은 옷도 아닌데 너무 비싸게 받으려 하는군.”     


턱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가 뒷짐을 진 채 거들먹거렸다. 턱이 뾰쪽하고 눈빛이 거만했다.     

 

“무슨 소립니까. 이게 얼마나 정성 들여 지은 옷인데요. 올이 얼마나 촘촘한지 만져나 보고 그런 말씀하세요.”     


요셉이 말했다. 처음부터 라헬은 요셉이 값을 너무 비싸게 부른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잘 지은 옷이라고 해도 요셉이 부른 값의 절반 이상은 받을 수 없다는 걸 라헬은 알고 있었다.       


“이런 옷을 누가 돈 주고 사겠나? 너무 비싸게 부른 거야.”     


중년 남자가 말했다.      


돈이 부족하시면 깎아 드릴 수는 있지만....”      


"절반도 아까운데.... 잘 지은 옷도  아닌 걸."


"돈이 없으면 가던 길이나 지, 왜 멀쩡하게 잘 지은 옷을 트집 잡습니까? 그러시면 안 되잖아요! 댁처럼 보는 눈이 낮은 사람한텐 안 팔 거니 장사 방해 말고 가세요."


요셉이 중년 남자에게 퉁명스럽게 말해 놓고 능글능글 웃으며 라헬을 바라봤다. 라헬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다.


정성 들여 지은 옷이고 잘 지어진 옷이라고 여기고 자신 있게 가지고 나왔는데 결국은 이런 창피를 당하고 말다니.      


‘자기의 옷 짓는 솜씨가 형편없다는 것도 모르는 바보.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옷이라는 것도 모르는 바보.’      


라헬은 요셉마저 궁지에 빠트린 것 같아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내가 왜 장사를 훼방하겠는가. 그냥 그렇다는 말이지. 방해됐다면 미안하네. 대신 내가 얼마라도 쳐주고 가져가지.”     


중년 남자가 말했다. 요셉은 속옷을 거저 가져가려는 중년 남자의 음흉한 속셈을 꿰뚫어 봤다.      


“돈이 없으면 그냥 가세요. 옷감 보는 눈도 형편없는 데다 돈까지 없으면서 이렇게 좋은 옷을 탐내다니. 이 옷감은 저기 있는 내 동생이 손수 짠 겁니다.”     


중년 남자가 라헬을 쳐다봤다. 라헬은 빵을 입에 문 채 얼굴을 붉혔다.      


“저 아이 얼굴을 보나 이 옷감을 보나 어디 흠잡을 데가 있습니까. 가치를 모르는 사람한테는 억만금을 줘도 안 팔아요. 돈도 없으면서 괜히 트집만 잡고........”     


요셉이 중년 남자의 자존심을 건들었다.       

 

“이 사람, 내가 왜 돈이 없어.”     


중년 남자가 불끈 성미를 보였다.     


“아저씨가 무슨 돈이 있어요. 내 눈엔 한 푼도 없어 보이는데.”     


요셉이 라헬을 바라보고 싱긋 웃었다.


“돈이 있으면 어쩔 건데.”


요셉이 바라던 대로 중년 남자가 씩씩거리며 허영심을 드러냈다. 뻔한 상술에 속아 넘어갈 것 같지 않지만 사람들은 요셉의 능청스러운 표정과 비꼬는 듯한 말투에 자존심을 드러내기 마련이었다.


“만약 아저씨한테 돈이 있으면 반값에 드릴게요.”     

요셉이 말했다.     


“흠......”


중년 남자가 손으로 턱수염을 잡고 쓰다듬으며 그 거만한 눈으로 옷감을 살펴봤다.     


“봐요, 반값에 준다고 해도 못 가져가잖아요. 돈도 없으면서......”     


요셉이 비아냥대며 중년 남자에게서 등을 돌렸다.  자존심 한 번 더 건드려보려는 속셈이었다.   


“좋아, 자네 상술에 졌네. 내가 그 옷을 사지.”     


중년 남자가 결심한 듯 전대를 풀어 돈을 꺼냈다. 그의 전대에는 옷값의 백배는 될 만한 돈이 들어 있었다. 중년 남자는 장사에 이골이 난 대상이었지만 결국 요셉의 꾐에 넘어간 것이었다.


“자네 혹시 장사해 보고 싶은 마음 없나?”     


돈을 건네던 중년 남자가 요셉을 바라봤다.     


“혹시 나를 만나고 싶거든 이방인의 뜰 동편 회랑 끝에 있는 환전상에게 가서 암몬을 찾게.”     


중년 남자가 요셉의 어깨를 툭툭치고 돌아서 갔다.     


“장사는 이렇게 하는 거야.”     


요셉은 라헬에게 돈을 건네며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라헬, 오빠가 예루살렘 구경시켜 줄테니 나귀에 타.”       


요셉이 말했다.     


“.......”


라헬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옷까지 팔아준 요셉의 말을 어쩐지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나귀에 올라앉아봐. 내가 도와줄게. 처음 타보지. 이런 나귀는 부자들이나 탈 수 있어.”     


라헬은 환하게 웃으며 요셉의 손을 잡고 나귀 등에 엉덩이를 내려놓고 앉았다.     


“이 나귀 오빠 거야.”     


라헬이 물었다.     


“아니 주인 거야. 하지만 곧 내 나귀가 될 거야.”     


요셉이 허풍을 떨었다. 라헬은 요셉의 허풍이 싫지 않았다. 에브라다 사람들 가운데 나귀를 타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     


라헬이 이빨을 보이며 웃는데 늦은 오후의 햇살이 눈을 찔렀다. 라헬이 시린 듯 눈을 찡그렸다.     


라헬에게서 풍기는 성숙한 향기와 겁먹은 사슴 같은 눈빛은 요셉에게 친절함만 남기고 다른 것들은 모두 빼앗아갔다. 주인의 심부름도, 성실함도, 책임감도 모두.      


그리고 라헬은 요셉의 친절하고 자상한 배려에  경계심과 조심스러움을 놓아버렸다.


거기다 예루살렘의 바람과 크고 화려한 집과 돌이 깔린 거리는 라헬을 들뜨게 했다.      


요셉은 가게 일을 내팽개치고 온종일 라헬을 데리고 예루살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건포도 떡과 말린 무화과를 사서 먹게 하고 걸쭉한 젖을 사서 목을 축이게 해 주었다.      


정작 요셉은 마음껏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이었고 즐기지 못한 예루살렘이었지만 라헬에게는 아낌없이 돈을 썼다. 그것도 올리브 살 돈을.       


처음 예루살렘에 왔을 때 요셉이 할 수 있는 일은 잔심부름과 청소가 전부였다. 그러나 주인은 붙임성 있고 싹싹한 요셉에게 기름틀을 만지게 해 주었다. 눈썰미가 있는 요셉은 기름 짜는 요령을 금세 익혔다.      


넉살 좋고 입담이 풍부한 요셉은 기름을 짜면서 생산자인 농부들과 쉽게 친해졌다. 농부들에게 사들인 올리브를 닦고 기름틀을 돌리고 짠 기름을 배달하는 것은 고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요셉은 두 세 사람 몫의 일을 즐겁게 해냈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밝고 유쾌하고 명랑한 요셉을 눈여겨본 주인은 종종 그에게 가게를 맡기고 올리브를 사러 다녔다.      


주인이 없을 때 요셉은 농사지은 올리브를 직접 가지고 나온 농부와 흥정해서 좋은 값에 좋은 품질의 올리브를 사놓곤 해서 주인을 기쁘게 했다.      

예루살렘 장터에 온 지 불과 몇 달 만에 요셉은 양치기에서 장사꾼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큰아들의 혼례 준비로 바쁜 주인은 장삿속이 깊고 흥정을 잘하는 요셉에게 처음으로 나귀와 돈을 맡겼는데...... 


농촌에 가서 올리브의 가치를 판단하고 농부들과 흥정하면서 물건을 사고 돈을 건네며 그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진짜 장사를 배우는 것이었다.      

기름틀을 사서 장사를 해볼 생각을 품고 있던 요셉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는데 라헬을 위해 기꺼이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요셉은 라헬과 함께 예루살렘을 벗어나 에브라다로 돌아가고 있었다. 요셉은 몇 달 만에 밟아보는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더 늦기 전에 라헬을 집으로 데려다주려는 것이었다.


맞은편 하늘은 붉었다.    

  

요셉은 지금이라도 가게로 돌아가 주인에게 돈을 돌려주고 용서를 빌어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써버린 돈은 열심히 일해서 갚으면 됐다.      


그러나 마음처럼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라헬을 혼자 보내기에도 너무 시간이 늦어버렸다.


곧 어두워질 텐데 여자 혼자 걷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가는 길에 강도라도 만나면 돈은 물론이고 몸도 성치 못할 것이 분명했다.   

   

요셉의 가슴에 웅덩이가 생기고 그곳에 샘물처럼 서늘한 슬픔이 고였다. 해거름이 빨라지는 시간이면 요셉은 늘 그렇게 아팠다.      


그가 겨우 아홉 살일 때 알 수 없는 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의 마음속에 새겨놓은 무늬였다.     

 

요셉의 아버지는 그가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렸을 때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때문에 아버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추억도 그리움도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요셉을 키운 것은 푸른 초장이었다. 어린 요셉은 양치기 개처럼 양 떼들을 몰아야 빵과 잠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언제나 양들과 함께 산에서 먹고 잤다.     


에브라다까지는 아직 반도 가지 않았는데 갑자기 짙은 구름이 몰려와서 하늘을 뒤덮었다. 이내 어둠이 장막처럼 둘러쌌다. 세상의 빛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몇천 길 어둠으로 뒤덮인 세상이 무겁게 출렁거렸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스산했다. 요셉은 양치기의 직감으로 곧 비가 쏟아질 것을 알았다.


그는 양 떼를 몰아 골짜기나 동굴로 피신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서둘러 나귀를 몰았다.   


라헬을 데려다 주기로 마음먹은 자신을 대견하게 느꼈다


동굴에 다다르기 전이었다. 예상대로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두 사람은 금세 비로 흠뻑 젖었다.   


동굴 입구에 쪼그려  앉은 라헬이 추위로 바들바들 떨었다.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요셉은 체온을 나눠주려고 라헬을 껴안았다. 라헬은 몇 번 거절했지만 요셉을 믿고 그의 품에 안겼다.



요셉이 대상 암몬을 따라 이집트로 떠난 뒤에야 라헬은 자신이 임신한 걸 알았다.


그 이야길 라헬에게 전해 들은 라몬은 그녀와 정혼했다.


그렇지만 동침은 하지 않았다. 요셉이 돌아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요셉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라헬은 출산 도중에 죽었고 아기도 태어난 지 얼마 만에 죽고 말았다.


라몬은 겨우 눈을 뜨고 라헬의 임신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을 요셉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밀려오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조심하시고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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