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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Jun 14. 2023

가룟 유다의 접견

별이 머무는 언덕 4-1

우리동네 인기짱 친구를 다시 보여드립니다.

산책 나가면 자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다가옵니다.


아, 친구다. 친구야. 친구네. 왓 친구닷. 아이잉 친구양. 아이구나 친구. 친구 친구.....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인데 다들 친구를 예뻐하고 좋아합니다. ㅎ

진돗개 백마리당 한마리 정도 볼 수 있는 진돗개로 전문가들은 귀하게 여깁니다. ㅎ

이 사진은 제게 그림을 지도해주시는 화실 샘이 합성한 것입니다.


성품은 아주 온순합니다. 짖거나 으르렁대지 않고 말썽도 부리지 않습니다. 밥상머리에 얼쩡대지도 않습니다. 집안에서는 절대로 대소변을 보지 않습니다.


샘 말고 친구가 그렇다고요. ㅋㅋㅋ


친구의 인기는 세계로 뻗어나갈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소설입니다. 바쁘시면 좋아요만 눌러도 됩니다. 저도 종종 그럽니다. 아무리 바빠도 작가님들과의 끈을 놓긴 싫으니까요.


발자국 소리가 멈추더니 갑자기 문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벽에 기대앉아 있던 바라바와 요셉이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봤다.


"그자 일 거야. 내가 던져주던 것을 받아먹던 귀족 말이다. 그자가 어떻게든 나를 찾아올 거라고 했잖아."


먼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난 요셉이 흥분한 듯 바라바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는 문이 열리기만 하면 뛰쳐나갈 것처럼 문 앞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요셉은 문밖에서 잠금쇠를 푸는 소리가 나는 동안 한차례 고개를 돌려 누워 있는 라몬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웃음이 활짝 피어 있었다.


'내가 너는 구해줄게.'라고 말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라몬은 그 웃음을 믿지 않았다.


자신의 앞을 막아선 요셉의 등 뒤를 바라보던 바라바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다. 뜬금없는 기억의 소환이었다.



오래전 고향과 집과 가족과 친구를 두고 떠나 온 바라바는 떠도는 소문을 쫓아다녔다. 선지자나 예언자, 훌륭한 선생이 있다는 풍문이 들려오면 그곳이 어디든 찾아갔다.


광야와 동굴과 들판과 산과 도시를 떠돌아다녔으나 애타게 찾던 그분을 만나지 못하고 지쳐갈 무렵이었다. 바라바는 히포스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여행을 위해 돈을 마련해야 했던 바라바는 다른 도시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곳에서도 막노동을 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무거운 돌과 목재를 나르고 받은 임금을 최대한 아껴서 모았다.

 

“바라바, 그렇게 떠돌아다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곳에 정착하는 것도 좋아. 역마살이 낀 사람들은 객사하기 십상이거든. 내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더 나이 먹기 전에 장가도 가고 자식도 낳아야지. 안 그런가!”


바라바가 새로운 각오로 다음 여행지로 떠나려고 준비할 때였다. 입은 거칠지만 인정이 많은 십장이 바라바를 붙잡았다.


“십장님 말처럼 언젠가 정착을 해야 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겠죠."


바라바가 말했다.


“난 자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라 생각했지. 떠돌이들에겐 그런 사연이 있기 마련이거든.”


십장이 말했다.


“저는 도망자가 아닙니다. 다만 유대의 왕을 찾아다닐 뿐입니다.”


바라바가 말했다.


"자네가 왕을 찾아다닌다고? 아하, 메시아의 출현을 믿는군. 성서에 예언된......"


십장은 비웃음 섞인 얼굴로 바라바를 바라봤다.


"그럴지도 모르죠. 제가 찾아다니는 그분이 성서에 예언된 그분일지도......."


"메시아는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출현을 기다리면 되는 거라네. 하하...... 그런 거라면 떠돌아다닐 필요가 없는 거라고. 자네가 무슨 재주로 메시아를 찾을 수 있겠나. 그러지 말고 곧 축제가 열리는데 구경이라도 하고 떠나게. 자네가 메시아를 찾아서 팔자 좋게 세상 구경을 하고 다니는 거라면, 여기 히포스에서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축제를 놓쳐선 안 되지 않겠나. 혹시 아나 축제 기간 동안에 메시아를 만나게 될 줄. 사실 말이야 자네가 경기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거든. 혹시 아나 자네가 우승자가 되면 메시아가 자네를 찾아올지. 하하하하”


십장의 사람 좋은 너털웃음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바라바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히포스 축제의 영웅이 되기 위해 오랫동안 훈련을 하고 기술을 쌓아온 젊은이들이 멀리서부터 모여들었다. 마라톤과 권투, 창던지기, 검술, 레슬링 등 모든 경기에서 우승하는 자가 그해의 최고 영웅이 되는 것이었다.


축제를 앞두고 용기 있는 젊은이들은 각종 운동 경기에 참석해서 힘을 겨뤘다. 축제의 영웅을 뽑기 위한 시작이었다.


어렵지 않게 모든 경기에서 예선을 통과한 바라바는 연습과 훈련으로 준결승전에 대비했다. 창을 몸에 익히고 레슬링과 권투를 배웠다.


“내 친구 맛단이야. 이래 봬도 왕년엔 이 친구를 이길 자가 없었지. 몇 년 동안 이 친구가 모든 종목에서 우승자였어. 마라톤까지도 말이야.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던 일이지. 아직까지는 맛단이 최고의 영웅이자 전설이지.”


십장은 바라바에게 나이 많고 눈빛이 흐린 사내를 소개했다. 맛단이 숨을 내쉴 때마다 역한 술 냄새가 났다. 옷과 몸에서도 악취가 풍겼다. 그는 거리에서 자고 구걸해서 연명하는 주정뱅이 같았다. 그 어디에서도 영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바라바는 별 기대 없이 맛단과 훈련을 시작했다. 막상 훈련에 들어가자 망가진 맛단의 몸과 눈빛 어딘가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새어 나왔다. 맛단은 잃었던 자신의 명성을 바라바에게서 되찾으려는 듯 보였다.

 

맛단은 거친 입으로 바라바를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어릴 때부터 양치기로 산과 들판을 넘나들며 단련된 바라바의 몸은 막 노동판을 전전하며 더욱 튼튼해졌다. 하지만 바라바의 근육들은 맛단의 혹독한 훈련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바라바는 오기와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체력단련이 끝나자 비로소 맛단은 자신의 기술들을 전수해 주었다. 레슬링과 권투, 창던지기 그리고 마라톤의 요령까지.


“싸울 때는 내가 가르쳐 준 것들을 잊어라. 기술이나 꾀를 생각하면서 싸운다면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다. 기술이나 꾀가 본능적이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와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런 것들이 이미 네 몸속에 녹아 피와 근육을 움직여야 한다.”


맛단이 말했다.


“제 둔한 몸으로 우승을 할 수 있겠습니까?”


바라바가 말했다.


“피나는 훈련과 연습만이 네 몸과 영혼을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맛단이 말했다.


달 남짓 결승전까지 바라바는 맛단에게 배운 것들을 몸에 익히려고 쉬지 않고 연습했다. 바라바는 더욱 강인해지고 민첩해진 자신을 느꼈다.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합을 불과 며칠 앞두었을 때였다. 맛단이 술에 취해서 주정을 하다가 거친 히포스의 젊은이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었다.


히포스의 젊은이들은 왕년의 챔피언인 맛단이 타지에서 온 바라바에게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맛단은 아직 누구에게도 자신의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히포스에는 자신이 가르칠만한 인품을 갖춘 젊은이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 맛단이 외지에서 온 에브라다 촌놈에게 열정을 쏟아붓자 히포스 젊은이들의 마음이 배배 꼬여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히포스의 젊은이들은 왕년의 챔피언의 막말을 더 이상 참아주지 않았다.


맛단이 달려드는 젊은이들을 제압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맛단의 몸속에서 꿈틀대는 기술과 담력을 발휘하기에는 그의 근육들이 너무 많이 쇠잔해 있었다. 세월과 술로 망가진 그는 젊은이들을 향해 헛손질만 되풀이했다.


술집에 있던 남자들이 싸움을 말렸지만 성난 젊은이들은 더욱 무서운 기세로 맛단에게 달려들었다. 젊은이들은 아무에게나 거들먹거리는 챔피언 맛단을 쓰러트리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십장과 함께 목을 축이려고 술집에 들어온 바라바는 히포스 젊은이들을 뜯어말리려고 뛰어들었다.


그러나 히포스 젊은이들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라바를 향해 달려들었다. 바라바는 방어만 하고 공격을 자제했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이 거칠어지고 심지어 칼까지 빼들자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가 없었다.


바라바는 늘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투봉으로 칼을 휘두르며 발악하는 히포스 젊은이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순식간에 두 명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바라바가 다시 투봉을 높이 쳐들자 미친 듯 달려들던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뒷걸음쳤다.


흥분한 바라바가 달아나는 젊은이를 향해 투봉을 날리려 할 때였다. 누군가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이제 그만하시죠? 다윗의 자손이신 선생님께서 이기셨습니다."


바라바보다는 어렸다. 하지만 신념과 의지로 사람을 도하는 힘을 지닌 청년이었다. 그는 유대의 귀족 자제였으면서 유대의 혁명과 로마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가룟 유다였다.   


"내가 다윗의 자손이라는 걸 어찌 알았소?"


"투봉을 다루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하하 게다가 에브라다에서 오셨다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포스의 장로들과 회당장은 타지 사람인 바라바를 심문했다. 하지만 바라바는 가룟 유다의 적극적인 변론과 옹호로 풀려 날 수 있었다. 대신 즉시 추방되었다. 때문에 그는 히포스 축제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바라바는 가룟 유다를 따라 반군의 본거지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다. 훗날 바라바가 대장군으로 추대될 수 있었던 것도 가룟 유다의 영향력이 컸다.


바라바가 대장군이 된 뒤로도 가룟 유다는 책사를 자청했다. 우연히 만난 친구 요셉의 재정적, 물질적 지원과 책사 가룟 유다의 지혜로 혁명은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가룟 유다는 에브라다 출신이자 다윗의 자손인 바라바가 유대 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랜 시간 지지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예수의 뒤를 쫓아다니면서부터 어쩐 일인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수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했다.


바라바 입장에서 보면 가룟 유다가 예수의 열두 제자가 된 것은 어쩌면 완전한 변심이었을지 몰랐다. 그러나 바라바는 평소에도 자신이 유대의 새로운 왕을 모시기 위해서 혁명을 하는 것이라고 믿었고 대장군이 된 뒤에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음을 가룟 유다를 비롯한 측근들에게 밝혀 왔던 터였다.


바라바의 지나친 겸손과 망설임에 가룟 유다는 대놓고 실망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예수를 따르면서부터는 바라바의 뜻을 공경심으로 받아들였다. 그뿐이 아니라 예수에게 왕이 되어달라고 간청하기까지 했다.  


가룟 유다의 마음은 바라바에서 예수로 옮겨 간 것이었다. 그러나 바라바는 조금도 가룟 유다를 원망 하거나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룟 유다가 왕이 되실 분을 모셔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아무튼 예수를 잘 모르는 바라바였지만 그분과 더불어 왕위를 놓고 다툼을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도리어 가룟 유다가 믿고 따르는 예수를 왕으로 추대할 뜻을 비췄다. 그만큼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신하고 있었고 가룟 유다의 안목과 판단을 믿었다.


그것을 잘 아는 가룟 유다는 자신의 스승, 예수를 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바라바와 머리를 맞대어 왔다. 그리고 방법과 시기를 의논하기 위해 바라바를 만나 왔었다.


바라바가 잡혀오기 직전까지도 그 논의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예수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진전은 없었다. 아니 예수가 거절의 뜻을 분명하게 했는데도 가룟 유다가 고집스럽게 설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가룟 유다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어서 예수를 설득하고야 말 것이다.'


그런 생각이 희망의 불꽃처럼 삽시간에 바라바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데 간수가 무거운 나무 문을 들어 올리면서 어렵사리 열고 있었다.   




이윽고 육중한 나무 문이 열리고 창을 든 간수가 들어왔다. 그는 서 있는 요셉을 훑어보고 바라바와 라몬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더니 돌아나갔다. 그가 나간 뒤에도 무거운 문이 닫히지 않고 반쯤 열려 있었다.


순간 바라바는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충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무거운 쇠사슬에 묶인 두 발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솟구쳐 오르던 충동을 풀썩 내려놓았다.


라몬은 누운 채로 바라바의 몸이 격동하는 것과 동시에 지반이 지 듯 무너지는 것을 지켜봤다.  


"길게는 안 됩니다. 빨리 만나고 나오십시오."


간수들의 목소리가 엄중하게 들려왔다.


이윽고 한 사내가 문밖의 어둠 속에서 간수들 사이를 빠져나와 감옥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사내의 시선이 요셉을 지나쳐 바라바에게로 가 꽂혔다. 요셉의 얼굴에 피었던 웃음이 사막을 만난 듯 시들었다.


“대장군님!”


바라바를 바라보는 사내의 목소리는 안타까움과 울분으로 떨렸다.


"유다. 자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벌떡 일어난 바라바가 다가온 가룟 유다의 손을 덥석 잡았다.

 

“죄송합니다. 여러 가지 일로 일찍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몸이 많이 상하셨군요.”


가룟 유다가 요셉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 저 친구는 염려하지 않아도 돼. 내 고향 에브라다에서 함께 자란 친구라네. 여기선 무슨 말이든 해도 돼. 우연히도 모두 에브라다 출신이거든. 저기 누워 있는 라몬조차도 에브라다에서 잡혀온 내 친구라네.”


바라바는 에브라다를 강조했다.


“어떻게.......”


가룟 유다는 못 믿겠다는 듯 다시 한번 요셉과 누워 있는 라몬을 돌아보았다. 가룟 유다와 눈이 마주친 라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요셉은 화가 난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 친구는 불행히도 우리에게 돈과 무기를 보내준 친구일세. 내가 자네에게 말한 부자가 바로 이 친구......”


바라바가 말했다.


“아, 예. 선생님이셨군요. 그런데 어쩌다.......”


가룟 유다가 요셉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요셉은 가룟 유다를 외면한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우연히 이렇게 되었을 뿐이야.”


바라바가 말했다.


“그러면.......”


가룟 유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해도 괜찮아.”


바라바가 말했다.


“대장군님이 잡히셨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으로 달려가 여러 장군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이 요새를 습격이라도 할 작정이었지만..... ”


가룟 유다가 말했다.


“나 하나 구하자고 혁명군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네."


"그래서 저도 장군들을 일단 달래 놓았지만 대장군님이 안 계시는데 혁명 봉기를 누가 이끌 수 있겠습니까? 제가 돌아가면 혁명군이 요새를 습격하게 될지 모릅니다."


가룟 유다는 말을 끊고 요셉을 돌아봤다. 그러나 요셉은 여전히 화가 난 듯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기밀이 새 나가면 로마군이 요새를 겹겹이 둘러싸고 방어 태세를 구축할 게 분명했다. 어쩌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대장군을 당장 처형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들은 요새를 습격해서 대장군님을 구출하는 것이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대장군님을 뵙고 오겠다고 해서 잠시 미뤘지만."


가룟 유다는 목소리를 한층 낮추었다.


"유다, 나를 구출하는 데 혁명군의 군사력을 낭비해서는 안 돼. 어렵더라도 힘을 합쳐서 봉기를 일으키도록 설득해 주게. 우리에게 시간이 없어. 내 친구가 여기 있으니 곧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칠 걸세. 식량도, 물자도 더 이상 지원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버티겠나. 식량을 비롯해서 모든 물자가 부족해지면 사기가 땅으로 떨어질 거야. 봉기를 해보기도 전에 분열이 일어나고 혁명군이 와해될 게 뻔해. 뿔뿔이 흩어진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겠나. 강도짓을 하거나 꿈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겠지. 그러니 자네가 그들을 설득해 주게. 내가 힘을 합해 봉기를 서두르라고 했다고 전하게. 로마주둔군은 6천 명에 불과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헤롯의 용병들이 무장을 하기 전에 신속하게 헤롯궁을 점령해야 하네. 그리고 동시에 총독궁을 치게. 성공하고 나면 이웃 속국들이 동조하게 될 걸세. 우리의 혁명이 팔레스타인과 아프리카를 자극하게 되면 동시다발적으로 독립혁명이 일어날 거야. 그러면 로마군사력도 분산될 수밖에 없겠지. 성공과 실패는 하나님께 달려 있네. 아니 실패란 없어. 우리 혁명군이 다 죽는다고 해도 백성들 가슴속에 묻혀 있던 독립 의지를 일깨워줄 테니까. 우리가 죽은 뒤에도 봉기는 끝없이 이어질 거고 언젠가 해방은 오기 마련이네. 누구보다도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테지만.......”  


바라바가 말했다.


“사실....... 벌써 크고 작은 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탈 세력도 나올 것 같고 패배에 대한 두려움으로 달아나는 자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장군님의 처형이 집행되면 아마도 많은 군사가 창을 버릴지도 모릅니다. 도적떼가 되는 무리도 나오겠죠.”


가룟 유다가 말했다. 그리고 요셉의 눈치를 살피다 때마침 돌아서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왜, 내가 로마에 밀고라도 할 것 같소. 하긴 살 수만 있다면 당신과 내 친구를 밀고하겠소. 하지만 나를 살릴 사람은 따로 있으니 걱정 마시오."


요셉은 자리로 돌아가 앉으면서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서둘러야 하네. 모든 준비는 다 되어 있으니 힘을 합해 봉기를 일으키라고 설득해 주게.”


바라바가 말했다.


“참, 자네 선생은 뭐라하시는가? 자네는 이제 그분을 어떻게든 설득해야 하네. 그분이 승낙하시기만 하면 아마 혁명은 더욱 순조로워질 걸세. 더더구나 백성들이 혁명군을 믿고 지지해 주길 바란다면 그분을 꼭 왕으로 모셔야 하네.”


동굴에서 만났던 그분의 얼굴이 떠올라서 바라바는 불현듯 애끓는 심정이 되었다.


“어제 그분이 채찍을 휘두르시며 성전에서 장사꾼들을 쫓아냈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분노하시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가룟 유다가 말했다.


“그래! 그거 좋은 소식이군.”


바라바가 말했다.


“아닙니다. 그건 그저 미움을 사는 일이고 죽음을 자처하는 일일 뿐입니다. 선생님은 처음 마음먹은 대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무모하게 적의를 노출시키지 않았을 겁니다. 혁명을 염두에 두었다면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웠겠죠. 따르겠다는 혁명군도 물리치고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다니 실망스러웠습니다. 성전의 부조리가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또 그런다고 그 부조리가 뿌리 뽑힙니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있어야 합니다. 왕이 되시든 강력한 왕을 세우시든 하셔야죠. 날이 갈수록 산헤드린의 장로들과 율법사와 서기관들 같은 기득권 세력들이 더욱 공고하게 뭉쳐서 선생님을 잡겠다고 혈안인데 거기다 불을 붙인 격입니다. 만약 그분에게 하나님의 뜻이 있으시다면 왕이 아니라 선지자가 분명합니다."


"선지자!"


바라바가 낮게 외쳤다.


"예, 영적 제사장. 왕을 세우시고 기름 부으실......."


가룟 유다가 말했다.


"이를테면 사울과 다윗에게 기름 부운 사무엘 같은....... 자네 선생이 사무엘 같은 선지자라는 말이군."


바라바가 말했다.


"저는 그것을 깨달았고...... 대장군님에게 기름을 부어 왕으로 추대하자고........ 봉기를 일으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대장군님께서 잡히신 것도 모르고요. . ...최후의 수단으로 저의 선생님을 궁지에 빠트릴 수도 있습니다."


가룟 유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바라바가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선생님은 제게 제가 할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


요셉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을 궁지에 빠트리는 것이 자네가 할 일이라는 건가?”


바라바가 말했다.


“선생님은 스스로를 위기에서 구하실 것입니다.”


가룟 유다가 말했다.


“그런다고 우리의 간청을 받아들이실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네만 믿겠네. 지금까지 그래왔듯 나는 언제나 자네의 판단을 믿지만 혁명에 추대할 왕이 없다는 건 명분 없는 봉기나 마찬가지일세. 우리가 지금의 헤롯과 대사제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그들을 몰아내고 나면 추대할 왕과 대사제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네가 지혜를 짜내 그분을 설득해 보게."


바라바의 목소리가 자신감을 잃고 가라앉았다.


"......."


가룟 유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홀로 생각에 잠긴 듯했다.  


“젊은 선생, 우리를 먼저 이곳에서 꺼낼 방도가 있소. 바라바를 비롯한 우리 모두를 말이오."


요셉이 불쑥 끼어들었다.


"가룟 유다 선생이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수완이 보통은 넘는 것 같소. 선생의 그 수완에다 유대를 통째로 살 수 있는 정도의 돈이라면 우리를 빼낼 수 있을 거요. 내가 아는 관리를 만나 설득해 보시오. 그들은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자들이니까. 총독을 구워삶아서라도 우리를 내보내 줄 것이오. 바라바는 기껏해야 잘못 잡아온 도적이고 나는 정당방위고, 그리고 라몬은 정말로 정당방위니까....... 그들이 죄목을 바꿔서라도 내보낼 거란 뜻이요.”


요셉이 말했다.


“........”


가룟 유다가 말없이 요셉을 바라봤다. 여전히 생각에 골몰한 듯 보였다.


“속는 셈 치고 그 친구를 찾아가 보시오. 바라바가 있어야 봉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니요. 대장군 없는 봉기라면 승산이 없어 보여서 하는 소리요.”


요셉이 목소리를 높였다.


“.......”


가룟 유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온 길은 다르지만 우린 모두 에브라다에서 온 친구요. 다윗의 자손들이지. 어릴 때 함께 양치기를 했소. 게다가 우리는 오래전, 모두 하나님께 선택받았소. 그걸 잊지 마시오. 내 말은 우리가 속박에서 풀려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란 거요.”


요셉이 말했다.


“대장군님, 제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습니다.”


가룟 유다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바라바와 요셉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서둘러 바깥으로 나갔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작가님들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조심하시고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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