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그녀의 두번째 첫사랑

3. 자기

by 이세벽

책장 여기저기에 사진들이 세워져 있다. 천강은 보려고도 하지 않는 심지어 모두 조작된 것이라 여기는 사진들이다.

한 장의 사진 속에 갇혀버린 추억과 시간과 사랑은 기억의 호수에 이르러 푸르게 멍들고...... 겨울 물고기처럼 호수 밑바닥에서 고요히 숨죽인다.


천강은 논둑길 복판에서 비스듬히 자전거에 기대 선 채 입고 나갔던 겨자색 점퍼를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있다. 논배미를 따라 흐르는 억새밭 끄트머리쯤 호수 깊이 잠영을 시도하는 산 그림자가 배경으로 포착되었다.

그날 자전거를 타고 은행나무 길을 따라 달리던 천강은 자전거에서 내려 무작정 호수 둔치로 내려갔다.


자전거 바퀴에 수북이 밟히던 은행잎들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여행자가 내뱉는 안도의 한숨 같았다.

그즈음 천강은 엄마가 될 기대, 그러니까 해주를 맞을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천강은 자전거를 버려둔 채 논배미를 가로질러 억새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월인은 자전거 두 대를 끌고 천강의 뒤를 쫓았다.


억새밭에 남겨진 천강의 흔적 사이로 쏟아지던 오후 햇살은 달콤하고 향기로웠다. 언뜻 보였다가 사라지는 천강의 뒷모습이 차츰 멀어지더니 아예 그나마 자취를 감췄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쩐 일인지 월인은 애가 탔다.


오랜 가뭄 탓이었다. 둔치의 검은 모래흙은 바짝 말라 있었다. 천강은 엉덩이를 내려놓고 앉아서 두 무릎을 그러안은 채 호수를 바라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다가가자 천강은 월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으켜 세워달라는 듯. 월인은 천강의 손을 잡았다. 일어설 듯 몸을 일으키던 천강은 월인의 목을 껴안았다. 오랜 가뭄이 아니었다면 물이 제법 깊었을 곳이었다.


이제 천강은 사랑하는 사람일 뿐 여자는 아니다. 하지만 사고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쯤 몸을 열어 월인을 받아들이는 여자였다.


월인은 언제나 천강의 몸이 열리길 기다려왔고 자신을 천강에 맞춰 길들였다. 그렇지만 월인에게 한 달은 너무 길었다. 때문에 항상 목말랐다.


'자기는 내가 좋은 거야 아니면 여자가 필요한 거야.'

월인이 어쩌다 성급하게 굴면 천강이 웃으며 물었다.


'자기가 좋고 자기라는 여자가 좋고 모두 다 좋은 거지.'

성에 찬 대답이 아닐 텐데도 천강은 월인을 곤란하게 하지 않으려고 수굿이 웃어넘겼다.


성급함은 욕이고 기다림은 애다. 애와 욕 사이를 채워주는 것은 그리움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월인이 천강을 곁에 두고도 그리워해야 하는 이유다.

천강은 그날 이후로도 그곳엘 자주 갔고 그때마다 화구를 가져가서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오래 공들여 그린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천강은 얼굴을 붉히며 누가 알아볼까 겁난다며 미소 지었다.


천강은 서재 한쪽 귀퉁이에 ‘물속의 정사’라고 제목을 붙인 그 그림을 걸어놓고 가끔 그 앞에 서서 헤픈 웃음을 흘리며 들여다보곤 하였다.


월인은 아무리 봐도 그 그림 속에서 정사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붉은 물빛이 힘차게 뒤엉킨 그 무엇일 뿐이었다.


월인은 ‘물속의 정사’로 눈길을 돌린다. 물 건너, 맨살을 드러낸 호수의 허리는 포커스가 맞지 않은 사진처럼 심하게 흔들려 있다. 어쩌면 절정의 순간 천강의 눈에 보인 것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속에서 몰아쉬던 천강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쉬지 않고 토하던 천강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월인은 거실 창가에 이젤을 세우고 하얀 캔버스를 가로로 올린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기 좋은 위치다.


월인은 모처럼 그림을 그려볼 생각이다. 아니 그림 그리는 흉내라도 내어볼 작정이다. 혹시 그걸 본 천강이 호기심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천강을 대신해서 구도를 잡아본다. 하얀 캔버스 위로 천강의 기억들이 억새꽃처럼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냥 기다리며 지켜보겠다던 결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막연한 기대를 걸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조급하게 구는 자신을 나무라보지만 낯선 천강에게서 친근한 천강을 되찾고 싶은 갈망을 멈출 수가 없다.

마른 붓을 집어 들고 헛손질을 하는데 느닷없이 천강의 방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난다. 외로움에 사무친 울음소리다. 퇴원 후 천강은 가끔 저렇게 서럽게 운다.


그는 먹먹한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나서 천강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하지만 천강은 더 크게 울뿐이다. 천강은 침대 끝에 엎드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을 하고 있다.

의사가 처방해준 우울증 약도 소용이 없는 거라고 월인은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천강이 약을 삼키지 않고 변기에 넣어버렸을지 모른다. 천강은 자기에게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억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월인은 천강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리며 서 있다. 월인의 손이 닿으면 더욱 소리를 지를 테니 등을 토닥여 줄 수가 없다.


- 아저씨, 집에 데려다주세요.


천강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월인은 아랫입술을 깨문다. 천강을 바라보는 월인의 마음도 갈기갈기 찢기기는 마찬가지다.


시간이 무력하게 흘러가고 천강의 울음은 조금씩 잦아든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천강은 실성한 것처럼 웃는다. 콧물을 주렁주렁 매달고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운다. 실컷 외로움을 보채고 난 천강.


그녀의 목소리는 집 생각도, 외로움도 다 잊고 천진난만하다. 모처럼만에 찾아온 생기발랄함이다.

- 붓을 잡으면 몸이 먼저 기억을 해낼지 모르잖아요.

천강의 밝은 모습에 용기를 얻은 월인은 천강을 설득해 본다.


- 뭘 기억해낸단 거예요. 난 그림 못 그려요.

어투는 단호하지만 다행히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진 않는다.


- 천강 씨는 그림을 잘 그렸어요. 그것도 아주. 최고였죠.

천강은 붓통과 팔레트와 물감 등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그리고 이윽고 팔레트를 집어 들고 마른 물감을 손끝으로 만져본다.


하지만 천강은 곧 흥미를 잃고 만다.


그렇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걸음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고 어눌하게 몇 마디씩 내뱉던 때에 비하면 천강은 정말로 아주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매일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다. 사고 전에 천강이 지녔던 다채로운 감성에 비하면 단순하기 짝이 없지만 어쨌든 천강이 감성을 되찾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짐승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다시 감성 소녀로 진보하고 있다. 사고로 두개골이 깨지면서 전두엽이 손상되고 뇌혈관 곳곳이 터졌지만 다행히 지금은 거의 대부분 회복되었고 비교적 깨끗해졌다. 글리아티린을 복용해왔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라며, 의사는 놀라워했다.

천강은 탐색하는 눈빛으로 거실을 둘러본다.

벽걸이 티브, 장식장, 오른쪽에 놓인 천장을 뚫을 듯한 파키라 화분, 왼쪽의 잎이 무성한 행운목 화분, 모던풍의 벽시계, 벽에 걸린 천강 자신의 그림 등을 차례로 살펴보고 있다.


- 천강 씨가 키우던 화분이고 천강 씨가 아끼던 물건들이고 천강 씨가 그린 그림들이에요.

월인에겐 천강의 돌연한 행동조차 희망이다. 파탄지경에 이르렀던 천강의 감성이 넝쿨처럼 뻗어 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 아저씨는 왜 자꾸 나를 보고 천강이라고 해요. 내 이름은 유은진이잖아요. 병원에서는 유은진이라고 불렀는데.......

벽에 걸린 그림 앞으로 다가서는 천강의 목소리가 돌연 차갑다.


천강의 감성은 때로 종잡을 수 없다. 그 때문에 천강 속에 다수의 인격체가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는 다중인격장애는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 천강이란 이름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은진 씨가 직접 지은 사랑 애愛, 이름 명名, 애명愛名이에요. 우리가 만난 기념으로 천강 씨가 애명을 지었던 거예요.

월인은 천강의 등 뒤에 서서 그녀의 목덜미를 바라본다. 선이 곱고 희다. 그녀의 목덜미에서는 예전처럼 완연한 여자의 냄새도 난다. 아내의 향기가 느껴진다.

- 뭔가를 생각하고 떠올리려고 하면 마음이 먼저 답답해져요. 머릿속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 같고요. 그러니까 나한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생각에 빠진 건지 건성으로 내뱉는 목소리다.


천강은 이끌리듯 행운목 앞으로 다가간다. 행여 기억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월인은 결혼 선물로 받은 행운목이 꽃을 두 번씩이나 피운 이유를 설명해준다.

천강이 추운 것도 건조한 것도 참지 못해서 아파트의 온도와 습도를 높이고 지냈더니 행운목에서 꽃이 두 해씩이나 연거푸 피었다고.


- 거짓말하지 말아요. 아저씨가 꾸민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천강의 눈꼬리가 점점 올라가더니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화를 낸다. 그리고 월인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인다.


- 그 아이는 어디 갔어요? 해주!


천강 뜻밖의 호기심을 드러낸다. 천강의 질문이 느닷없지만 반갑고 고맙다.

- 천강 씨 퇴원하고 그다음 날, 우리가 서울에 다녀왔잖아요. 그날 울산에서 동생이 왔었어요. 이 근처에 볼일도 있고 천강 씨가 퇴원했다는 소식도 듣고 해서 겸사겸사 들른 건데, 그날 동생이 해주를 데리고 갔어요. 방학 동안 조카들이랑 어울려 놀라고요. 며칠 있다가 동생이 서울 가면서 데려다준다고 했어요.


전에 살던 집들을 천강에게 보여주고 돌아왔는데 장모가 말했다. 울산 동생이 다니러 왔기에 딸려 보냈다고. 천강이 해주를 몰라보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어른들이야,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겠지만, 어린 해주한테는 감당하기 힘든 충격일 수도 있다며.

- 아저씨가 아무리 그럴듯하게 꾸며대도 난 믿지 않아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곳에서 아주 오래 살았던 것처럼 느끼게 하려고 이 모든 것을 꾸며 놓은 게 분명해요. 아저씨가 결혼 어쩌고 하는 것도 다 나를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인 거 알아요. 하지만 소용없어요. 그 아이도 어쩌면 아저씨 아이일 거예요.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그 아이 엄마는 아저씨가 괴롭히는 바람에 도망 간 거죠?

뒤통수라도 맞은 것처럼 월인은 뭐라고 대꾸하지 못하고 천강을 바라보고만 있다.


도대체 무엇이 천강에게 저런 말을 하게 만드는 것인지, 저런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 거 봐요. 내 말이 맞죠!


-.........


- 누가 뭐래도 난 언젠가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결의를 보여주듯 천강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 자기야, 여긴 우리 집이야.

월인은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하고 내뱉는다.

- 저를 자기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저씨가 뭔데 나를 자기라고 불러요. 아저씨한테 그 소릴 들으면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려고 해요.

화가 난 천강은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희한하지. 사람들은 어떻게 내 몸뚱이도 아닌 다른 사람의 몸뚱이를 자기라고 부를 생각을 했을까.


언젠가 천강이 했던 말이 월인의 기억을 쓰다듬는다.


천강은 자기라고 불리는 걸 누구보다 좋아했고 또 그렇게 부르는 걸 즐겼다. 자기야, 이렇게 부르거나 불리면 우리가 하나구나, 한 몸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되고 때론 가슴이 뛰고 황홀해진다 했다.

상대가 얼마나 좋으면 그 사람을 자기 own, self라고 부를까. 그래서 나는 여보, 당신보다 자기가 훨씬 듣기 좋아.


그러던 천강이 이제 월인에게 자기를 자기라고 부르지 못하게 한다. 자기라고 부르면 분노하기까지 한다.

쓸쓸히 서재로 들어온 월인은 문득 책장 앞에 있는 사진액자 하나를 집어 든다.


미 횡단 캠프 도중 찍은 사진이다. 아니 찍힌 사진이다. 늘 거기 있었고 항상 보아오던 것이지만 오늘따라 처음 보는 듯 감회가 새롭다.


월인이 길지 않은 공직생활에 무력감을 느낀 나머지 사표를 던지고 나서였다. 깊은 좌절감을 씻어 내려고 인터넷으로 미 횡단 캠프에 지원을 했다. 그리고 거기서 천강을 처음 만났다.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대형 밴을 타고 미 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텐트에서 자고 야영지에서 버너로 음식을 해 먹는 거친 캠프였다.

천강이 같은 한국인이어서 반가웠다. 하지만 국적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티 내지 않으려 조심하면서도 월인은 천강에게 먹을 거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애썼다. 그걸 유럽 친구 바네사가 눈치챘던 모양이었다.

금문교를 지나 소살리토가 저만치 보이기 시작할 때였다. 유럽 친구 바네사가 천강과 월인을 세워놓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책장에 세워놓은 그 사진 때문이겠지만 천강도 월인도 첫 만남의 추억을 곱씹을 때마다 바로 그 순간을 떠올렸고 소살리토가 자연스럽게 첫 만남의 기억이 되었다.


둘이 하나가 되는 출발점.


당시 그는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은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바네사가 보내온 여러 장의 사진 속에는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거짓말처럼 찍혀 있었다.

월인이 남모르게 천강을 배려했던 순간들과 천강이 월인을 향해 웃음을 날리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사진 속에 담겨 있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 캠프 내내 거리를 두고 지냈는데 바네사의 눈을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캠프 마지막 날, 천강은 다음 일정에 맞춰 서둘러 에딘버러로 떠났다. 그렇게 헤어지는 순간까지 두 사람은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네사 덕분에 천강과 월인은 다시 만날 이유가 생겼다.

바네사는 이메일이 아닌 국제우편으로 인화된 사진을 천강에게 보내주었고, 천강은 그 사진 때문에 월인에게 전화를 걸어야만 했었다.

도둑맞은 우리 모습을 어떻게 할지는 만나서 결정해요.

천강은 캠프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정장을 하고 있었고 굽이 조금 있는 힐을 신어서 큰 키가 더 커 보였다. 화장도 살짝 해서 그런지 야생화를 예쁜 화분에 옮겨 심어놓은 것 같았다.


월인 역시 근무시간에 빠져나왔으니 정장 차림이었다.


캠프 복장도 멋있었지만 정장이 더 잘 어울리네요. 천강은 월인을 보자마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굿이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캠프 당시에도 그랬지만 천강의 야생화 같은 웃음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욕망인지 사랑인지 아니면 욕망과 사랑이 잘 버무려진 애욕의 꽃이었는지.

애가 없이 욕이 있을 수 없고 욕이 없는 애가 있을 수 없다는 게 월인의 오래된 생각이었다. 균형이 깨지면 욕으로도 보이고 애로도 보이지만 그것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애욕의 꽃은 일생에 딱 한 번만 피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왔지만 천강을 만난 후로는 한 송이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애와 욕이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잘 어우러진 꽃임을 천강과 살면서 알았다. 때문에 다른 꽃은 피어나지 못하도록 아예 싹부터 스스로 꺾어버렸다. 월인에게 그것은 꽃이 아니라 잡초일 뿐이었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니 바람소리 같기도 하다.


'장작을 가지고 들어온 뒤에 현관문을 꼭 닫지 않은 건가?'

월인은 사진을 내려놓고 벽시계를 먼저 본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났다.


'전화도 없이 장모가 오셨을 리는 없을 텐데.'

월인은 잘 못 들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현관 쪽을 보면서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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