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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Dec 22. 2022

저는 개이고 사람이고 시인입니다


개는 말입니다     

길을 가다 오줌 냄새 나면

코를 박고 끙끙거리다 기어코 핥고 맙니다

어쩌다 목줄이 풀리면 오줌 싼 개를 찾아

거리 이곳 저곳을 헤매기도 하지요          


사람은 말입니다     

길을 가다 돈 냄새 나면

코를 박고 끙끙거리다 기어코 핥아 먹습니다

진심 버리고 돈 냄새 나는 곳을 찾아

세상 이곳 저곳을 헤매기도 하지요     


시인은 말입니다     

무심코 걷다 시 냄새 나면

코를 박고 끙끙거리다 기어코 눈물을 보이고 맙니다

간혹 생의 목줄을 끊고 시 냄새 나는 곳을 찾아

그리운 이곳 저곳을 헤매기도 하지요     


그런데 알고 보면 시는 말입니다     

목줄 풀린 개와 진심 버린 사람을

마음의 여과지로 걸러낸 것에 불과합니다

덕택에 여과지는 수시로 찢기고 더러워지지만  

내 안의 개와 사람이 선물로 주기도 하고

생의 목줄을 끊는 순간 생겨나기도 하니까

너무 걱정할 건 없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는 말입니다     

하루는 개처럼 살고

또 하루는 사람처럼 살고

그리고 또 하루는 시인처럼 살고 있습니다     


사실은 개도 사람도 시인도 똑 같습니다

개에게도 그리움이 있고 사람에게도 개가 있고

시인에게도 사람이 있고 심지어 개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와 개와 사람과 시인이 매 한 가지라고

말하면 절대로 인정 못 하시겠죠!     


그렇지만 말입니다

제가 개이고 사람이고 시인이란 걸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좀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개 같은 사람이고 사람 같은 개이고

사람 같은 시인이고 시인 같은 사람이고

개 같은 시인이고 시인 같은 개입니다


그리운 젊은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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