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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Jan 07. 2023

새벽

외로움

자정 너머

나는 막차에 올라타듯 집을 나섰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      

마감으로 분주한 거리에 발을 들여놓았다     

어느 술집 유리창 안에서       

마지막 손님들은 주인의 눈치를 보아가며      

아쉬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주인은 주인대로 싫은 내색을 감추며  

서둘러 간판 불을 껐다      

쫓기듯 거리로 쏟아져 나온 손님들은     

담배를 피워 물며 작별인사를 나누거나     

등을 돌린 채 멀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크고 작은 이별과      

이별의 아쉬움을 남기며  시작된 새벽

나는 겨울나무 같은 얼굴을 하고

몇몇 술집을 기웃거렸으나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새벽은 언제부터 이렇게 동정심도 없고     

농담조차 할 줄 몰랐던가     

얼마 전만 해도 외로움이야말로 새벽의 꿈이었다

한밤에 내리는 눈처럼 외로움도 그랬

새벽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내리며

달 옆에 뜬 해뜩한 별처럼 가슴 시리 침묵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별들이 빛나

외로움이 깊어야만 얼음새꽃 그리움이 피어났

심지어는 백목련이나  물망초

피기도 지만 알고 보면 우주의 모든 사랑은

새벽 외로움에서 피어났

존재하는 모든 그리움과 사랑은 

외로움이 피워낸 꽃이란 걸 새벽은 잊었는가

나는 이 추위에도 잊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을 오들오들 떨며 맹세한다

당신과 내가 이토록 외롭다는 건

얼음새꽃 그리움을 감추고 있거나

사랑의 꽃을 몹시도 피우고 싶은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어쩌면 백목련이 필 걸 알기에

자정 너머 더더욱 못 견디게 외로운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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