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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Feb 14. 2023

별이 머무는 언덕

그분

사무엘, 어머니가 오시나 보다.”

그림자가 가까워지자 라몬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머니!”

그제야 아들 사무엘도 벌떡 일어나 그림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이내 여자의 실루엣에 안겼다.


가끔 강도가 출몰하는 경우도 있는 데다 이탈한 로마병사들이 타나 갖은 행패를 부리고 수확해 놓은 양털을 빼앗아 가는 일이 있어서 긴장하고 있던 라몬은 비로소 웃음을 띠었다.


“오늘은 주문을 많이 받았어요.”

드보라가 라몬 곁에 앉았다. 드보라 옆에 찰싹 들러붙어 앉은 사무엘은 어둠 속인데도 어머니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자세히 보고 싶은 듯.


“우리 양털이 인기가 많아요. 상인들이 서로 달라고 하지 뭐예요. 당신이 양들을 잘 돌본 덕분이에요.”

드보라는 아들 사무엘과 눈을 맞추고 웃음 지었다. 한 손으로는 아들 사무엘의 어깨를 쓰다듬고 있었다.


“내가 뭘. 다 하나님께서 돌봐주시는 덕택이지. 그건 그렇고 어둠이 깊은데 왜 왔어요. 강도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라몬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사랑스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강도보다 로마병사들이 더 무서워요. 그들의 눈을 피하기에는 이곳이 더 나아요. 이렇게 어두우면 몸을 숨길 수도 있잖아요. 설마 아무리 여자에 굶주린 로마병사들이라고 해도 여기까지 오지는 않겠죠. 자기들도 본국에 돌아가면 가정이 있고 아내가 있을 텐데. 병사가 되면 그걸 다 잊어버리고 짐승이 되나 봐요. 당신이 양치기인 게 다행이고 자랑스러워요."


"하하... 고맙소. 그나저나 당신 말을 듣고 보니 당신이 나와 함께 있는 게 나을 듯싶네요."


"그분이 예루살렘에 오셨어요.”

드보라가 생각난 듯 말했다.


“응!”

라몬은 아내 드보라가 누구를 말하는 건짐작이 갔다. 하지만 짐짓 시치미를 떼었다.


“갈릴리 사람 예수 말이에요. 사람들이 선지자라고도 하고 엘리야라고도 하는 그분 있잖아요. 결혼식장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들고 앉은뱅이를 말씀으로 치료하셨다는..... 당신은 믿지 못하겠다고 하셨지만 추종자들은 그를 메시아라고 하잖아요.


“아, 난 또. 그분이 예루살렘에 오신 거야 진작 알고 있지.”

라몬이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사무엘이 마을에 다녀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신이 마을에 다녀갔을 리는 더욱 없고. 아, 당신 친구들이 왔다 갔군요. 그렇죠!”

드보라가 라몬을 보며 웃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하얀 이가 빛났다.


“오긴 누가 왔다고. 사무엘한테 물어봐.”

라몬은 활짝 웃으며 아내 드보라의 눈을 바라봤다. 사랑에 목마른 시선이었다.


평소에도 라몬눈꼬리와 입가에는 언제나 사람 좋은 웃음이 담겨 있었다. 그 선량한 웃음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어눌한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드보라는 라몬의 그 웃음에 마음을 빼앗겼었고 지금도 그 웃음으로 인해 마음이 설렜다.


아내 드보라의 눈엔 넓은 어깨 그리고 근육들로 날렵하게 다져진 라몬의 강인함만 보였다.


실제로 라몬은 어둠 속에서도 투봉을 날려 양 떼에게 접근하는 늑대의 눈을 단번에 찌를 만큼 빠른 팔과 강인한 심장을 가졌다.


그가 휘두르는 지팡이는 무사의 칼보다 더 날카로워 그 어떤 맹수도 그 위력 앞에 겁을 집어먹고 뒤꽁무니를 뺐다.


양을 돌보고 다루는 것이나 투봉과 지팡이로 들짐승들을 물리치는 솜씨를 이제 베들레헴 근방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놀리지 말고 말해 보세요. 또 천사가 와서 가르쳐 준 건 아니죠?”

드보라가 웃으며 라몬을 바라봤다.


당신은, 아니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 우리 말을 믿지 않고 그저 웃어넘겼지. 그때 내가 사무엘처럼 어렸지만 정말 천사들을 보았고 탄생한 아기를 영접했었어.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친구들도 함께 아기를 영접했었어. 당신이 만약 그 친구들을 만난다면 내 이야기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라몬의 얼굴에 오랜 그리움이 스쳤다. 베들레헴의 작은 마을에서 아기 그리스도를 함께 영접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산에서 양을 지키다가 천사들의 음성을 듣고 함께 아기를 영접했지만 운명은 제각기 달라서 서로 다른 길로 갔다.


함께 아기 그리스도를 영접했던 요셉은 돈을 벌겠다고 고향을 떠나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아기 그리스도를 찾겠다며 마을을 떠났던 바라바도 그 뒤로 완전히 소식이 끊겼다.


“우린 어린양을 들쳐 업고 별이 인도하는 데로 따라갔지. 그분은 베들레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셨어. 그것만은 확실해. 그 이후 그분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 어린 데다 어리석었던 탓에 오랫동안 그분을 까맣게 고 있었지."

라몬은 어둠 속 멀리 시선을 던졌다.


당신에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당신의 말을 믿어요. 그때 당신이 천사들의 음성을 듣고 아기를 영접했다는 거. 그런데 당신은 왜 내가 믿지 않는 것처럼 늘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내 마음의 불신 때문일 거야. 모든 게 꿈만 같았어. 뿐만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헤롯이 온 유대를 뒤져 아기를 죽였기 때문에 설마 우리가 아기를 영접했다고 해도 헤롯의 칼에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어렸기 때문에 하나님의 능력보다는 세상의 일을 더 믿었던 거야.”


라몬이 말하는데 사무엘이 탄성을 질렀다.


먼 하늘에서 별똥별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라몬과 드보라도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런데 라몬의 가슴에 또다시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난 오늘 그분을 만나 뵙기까지 했는데, 아니 그분이 나를 찾아주셨는데....... 이렇게 기쁜 날에 왜 난 자꾸 불안에 떨지. 난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았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라몬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려고 애써 웃었다.  


그 아기가 하나님의 도움으로 헤롯의 칼을 피해 살아 있다 해도, 갈릴리 예수가 그분이라는  어떻게 장담하겠어요. 당신은 그 아기가 어디로 갔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하다못해 아기 이름조차 모르잖아요.”

드보라가 라몬과 눈을 맞추고 웃었다. 어둠 속에서도 드보라의 안타까움이 라몬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이제는 확실히 알아요. 오늘 그분이 나를 찾아오셔서 확인해 주셨거든.”

라몬이 배시시 웃었다.


“농담 마세요.”

드보라가 라몬의 어깨를 툭 쳤다.


“얼마 전에 내가 그랬잖아. 갈릴리 예수가 그 아기일 거라고.

라몬이 말했다.


“전에는 세례자 요한이 그분이라고 했잖아요. 당신은 인기를 좀 얻기 시작하는 선지자나 랍비가 나타나면 언제나 그 아기일지 모른다고 했어요.”

드보라가 활짝 웃었다.


“내가 그랬나. 이번에는 정말이야. 그분이 직접 찾아오셔서 확인해 주셨어. 사무엘이 증인이야.

라몬이 아들 사무엘의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당신이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찾아오실 수 있겠어요. 그렇잖니 사무엘아.”

드보라가 사무엘을 돌아봤다.


“정말이에요. 어머니. 그분이 다녀가셨어요."

사무엘이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

드보라가 아들 사무엘의 눈을 들여다봤다.


“사실 저는 화가 나서 집으로 가는 중이었어요."


"아니, 왜! 무슨 일이 있었니?

드보라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양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며 저에게 찾아보라 뭐예요. 아버지가 괜히 를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집으로 달아나려고 했어요. 제 생각엔 양을 잃어버린 것 같지 않았거든요. 친구들과 놀고 싶기도했고요. 그런데 길에 다다랐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그분이 손을 잡고 아버지한테로 저를 다시 데리고 왔어요. 그리고 아버지를 보시더니 함께 양을 찾으러 가자고 했어요. 저 말고 아버지한테요. 제가 양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한 적도 없는데요. 당시엔 생각도 못했는데.... 신기해요.

사무엘이 말했다.


“그래서 그분이 양을 찾아주셨니?”

드보라가 물었다.


“네, 아버지와 함께 가서 양을 안고 오셨어요."

사무엘이 말했다.


“그분이 어떻게 알고 잃어버린 양을 찾아주셨을까!

드보라가 말했다.


“그분은 마치 양이 있는 곳을 알고 계시는 것처럼 앞장서 가셨어.”

라몬이 말했다.


그분이 당신이 기디리던 그분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예수가 그분이라는 걸? 당신은 산에서 양을 치느라 그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잖아요.”

드보라가 말했다.


“그분이 내 마음을 읽고 먼저 말씀해 주셨어. '라몬, 네가 기다리던 그 사람이 바로 나다.'라고."


“.........”

드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솟구쳐올라와 말문을 열 수 없기도 했다. 입을 열면 울음이 먼저 터질 것 같았다.


“문득 옛일이 스치고 지나가서 그분물었지. 내가 청년일 때 양을 팔러 갔다가 소년을 만난 이야기 기억날 거야. 유월절에 성전에서 보았던 그 소년 말이야.”

라몬이 말했다.


“네 알아요. 당신은 늘 그 소년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어요. 잊히지 않는 소년이라고.......”

드보라가 간신히 대꾸했다. 


“그래, 난 엉뚱한 질문인 줄 알면서 그때 그 소년 이야기를 했어. 그런데 그분은 친히  자기가 그 소년이라고 말씀하셨어.”

라몬이 말했다.


어머나, 정말 놀랍네요.”

드보라는 소름 끼치는 전율을 느꼈다.


“그분이 마치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계신다는 느낌이 들었지.”

라몬은 말하는 중간중간 목이 멨다.


“그럼 그분이 베들레헴 구유에서 영접한 아기이고, 십 이년 후에 성전에서 만났던 그 소년이라는 말이군요. 아기와 소년과 그분은 한 사람인 거네요.”

드보라가 말했다.


“그분은 항상 나를 알고 있었지만 나는 늘 그분을 알지 못했던 거지.”

라몬이 말했다.


“정말, 그분이 당신을 찾아오셨군요. 당신이 그토록 기다리더니....... 이젠 당신에게 큰일이 있을 것 같아요.”

드보라가 말했다.


“저는 마을로 내려갈게요.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사무엘이 어둠 속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사무엘, 천천히 조심해서 가. 그리고 잠은 꼭 집에 가서 자려무나. 친구들을 데리고 가도 좋아.”

드보라가 사무엘의 등에 대고 걱정스레 외쳤다.


“알았어요. 내일 일찍 올게요.”

사무엘이 대답했다.


“저 녀석이 갑자기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요.”

드보라가 말했다.


“그분이 손을 잡아주신 뒤로 달라졌어.”

라몬이 말했다.


“이제 우리에게도 왕이 생기는 것이 확실한 건가요.”

드보라가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 땅에서 로마 군인을 볼 일은 없을 거야. 그놈들이 더 이상 백성을 노략질하고 착취하지 못하겠지. 머지않아, 아니 곧 그분이 이 나라를 다윗 왕보다 더 크고 부강한 나라로 만드실 거야. 로마 황제라도 우리 왕 앞 엎드리게 될걸. 그분은 만왕의 왕, 만군의 왕이신 하나님께서 보내신 분이시니까.”

라몬이 말했다.


“그런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좋겠어요.”

드보라가 말했다.     




라몬과 드보라는 천막 안으로 들어가서 나란히 누웠다.


“하나님이 우리를 축복하셔서 오늘 사무엘의 동생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드보라가 말했다.


“그러면 이름을 지어둬야지.”

라몬이 말했다.


“뭐라고 지으실 거예요.”

드보라가 말했다.


“다니엘!”

라몬이 말했다.


“주는 나의 심판자이시다, 이네요.”

드보라가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라몬이 말했다.


“아뇨, 좋아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오늘밤 우리에게 아들을 주실까요?”

드보라가 말했다.


“그거야 일을 치러봐야 알지.”

라몬이 거칠게 드보라를 애무했다.


호호호, 이러지 마세요. 천천히.......”

드보라가 말했다.


“잠깐!”

라몬이 숨을 멈추고 신경을 곤두 세웠다.


양 떼들이 소란스럽게 움직이며 울고 있었다. 그제야 라몬은 자신의 청각과 후각이 잠시 닫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라몬이 아내에게 모든 정신을 빼앗긴 사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자국 소리가 등 뒤에까지 다가와 있었다.


한 명이 아니었다. 적어도 서너 명. 욕정에 굶주린 로마 병사라는 예감이 라몬의 머리를 스쳤다.


불운에 대한 예감이 이것이었나, 번개처럼 생각이 스쳤다.


라몬은 불길한 예감으로 몸을 벌떡 일으키며 곁에 두었던 막대봉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둔기가 날아와 그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고개가 꺾인 라몬은 고목나무처럼 드보라 위에 풀썩 쓰러졌다.


겨울철 음식을 만들 때 불을 지피는 구덩이 옆에 놓아둔 그릇들이 남자들의 거친 발길에 차여 깨졌다.


사내들의 어깨에 걸려 장막 가장자리에 걸어둔 가죽부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쿨렁거리며 뒹굴어 가던 가죽부대 주둥이에서 채 발효되지 않은 양유가 새어 나왔다. 항아리가 사내의 발길에 차여 깨지면서 물이 쏟아져 나와 흙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드보라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러댔다.


로마 병사가 달려들어 의식을 잃은 라몬을 옆으로 밀치고 알몸이 된 드보라를 덮쳤다.


드보라가 악을 쓰며 로마병사를 밀쳤다. 드보라의 거센 저항에 부딪친 로마 병사가 상체를 반쯤 일으키더니 주먹으로 그녀의 얼굴을 후려쳤다. 드보라가 몸을 늘어트린 채 실신했다.


항아리에서 쏟아진 물이 라몬의 몸을 적시며 의식 속으로 스며들었다. 정신을 잃었던 라몬이 깨어났다.


그는 어둠 속을 더듬어 투봉을 집었다. 투봉이 익숙하게 손에 붙었다.


라몬의 손이 파르르 떨더니 이윽고 공중을 갈랐다. 드보라를 깔고 앉아 있던 병사가 나무토막처럼 옆으로 나둥그러졌다. 곁에 섰던 로마 병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빼서 라몬을 향해 내려쳤다.


라몬은 옆으로 몸을 돌려 칼을 피하고 투봉을 휘둘렀다. 라몬의 투봉이 로마 병사의 정강이를 꺾었다.


라몬이 다시 투봉을 휘둘러 무릎이 꺾인 채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로마 병사의 아구창을 뽀갰다. 병사의 이빨과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사이 드보라가 옷으로 몸을 가리고 라몬 뒤로 피했다. 칼을 겨누고 있던 다른 로마 병사가 겁을 집어먹은 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이놈,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나는 만군의 여호와가 함께 하는 자다. 내 이 투봉을 휘두를 때마다 하나님께서 사자와 늑대를 내 손에 부치셨다. 너희 로마 병사쯤이야 무더기로 상대해 주마.”

라몬이 청천벽력같이 소리치며 로마 병사 앞으로 한걸음 다가섰다.


“가까이 오지 마라. 나는 따라온 죄밖에 없다.”

겁에 질린 로마 병사가 부들부들 떨었다.


“너희들은 개보다 못하다. 내가 이 몽둥이로 너희를 전부 쳐 죽이리라.”

라몬이 야수처럼 으르렁댔다.


겁을 집어먹은 로마 병사가 등을 보이고 달아났다. 라몬이 천막 밖으로 나가서 로마 병사의 등을 향해 투봉을 겨눴다.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시여. 내 원수를 죽이소서.”

라몬이 투봉을 힘껏 내던졌다.


저만치 달아나던 로마 병사의 뒤통수에 투봉의 뭉툭한 부분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꽂혔다. 달아나던 로마 병사가 그 자리서 고꾸라졌다.


드보라가 바들바들 떨며 장막에서 나왔다. 라몬은 드보라를 힘껏 껴안았다.

“오늘 하나님께서 저들을 내게 붙이셨소.”

라몬이 말했다.


“저 사람들이 깨어나기 전에 달아나요.”

드보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놈도 살아나지 못할 거야. 살아난다고 해도 병신이 되겠지.”

라몬이 말했다.


“그럼 어떡해요. 저들은 로마 병사들인데.”

드보라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이제 때가 되었어. 나도 그분을 도와 새로운 왕국을 세우는데 목숨을 바치겠어.

라몬이 말했다.


로마병사들이 당신을 잡으러 올 거예요. 지금은 애굽으로 달아났다가 그분이 봉기를 일으키면, 다시 와요. 그러면 그분에게 큰 힘이 될 거예요.”

드보라는 라몬을 껴안고 애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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