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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Sep 08. 2024

17. 상주(喪主) (2)

2022/12/13


호기롭게 말한 것치고 엄마의 장례식장은 단출하다 못해 공허했다.

견적비가 예상했던 것보다 한참 웃돌았기 때문이다.

기본 수의조차 백만 원이었다.

당장 운용할 수 있는 여윳돈이 그리 넉넉지 않아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이 적었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아침 일찍 다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썰렁하게 꾸며진 장례식장에 제일 먼저 온 건 외삼촌이었다.

“회사에서 올 사람들은 있니?”

나는 외주 계약으로 일하는 프리랜서였다. 당연히 없었다.

“아뇨.”

애초에 나는 처음부터 가족장을 원했기에 친구들, 지인을 부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생각은 이모가 제주도 여행 운운하던 병원 식당에서 완전히 굳어진 뒤였다.

외삼촌은 식장을 꾸렸으니 응당 조문객을 받으리라 여겼던 모양이었다.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말을 확고히 거절한 뒤 말없이 앉아 있었다.

조금 뒤 직원이 건네준 개량 한복식 장례복을 입고 머리 한쪽에 흰 리본 핀을 꽂았다.

외삼촌은 휴대폰으로 외할머니의 요양원과 엄마의 납골당을 알아봤다.

사무적인 인상인 얼굴이 유독 딱딱해 보였다.

친가 어른들은 엄마의 부고를 듣자마자 여수에서 당장 올라오겠다고 했다.

말만으로도 감사했다. 무엇보다 나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위로받았다.

오후엔 이모네가 도착했다. 엄마의 영정 사진 아래 국화꽃과 술을 올리고 맞절을 했다.

사촌 동생은 조금 울었다. 그러고 보니 식장에서 운 사람은 그 애뿐이었다.

음식을 하지 않아 이모네가 배달로 시킨 밥을 먹었다.

빈 시간이 찾아왔다.

누군가는 한쪽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고, 아기는 잠들고, 나는 오도카니 그저 자리를 지켰다.

외삼촌과 이모네는 잠깐 외할머니를 뵈러 우르르 식장을 나섰다.

그사이에 아빠가 왔다. 혼자 남지 않아 다행이었다.

친가 어른들에게서 전화가 온 것도 그때쯤이었다.

“곧 역에 닿는다. 택시 타면 어디로 가자고 해야 하니?”

부고를 듣자마자 제일 빨리 떠나는 기차를 탔는데도 이제 도착했다던, 따뜻한 말.

식장 이름을 말씀드리고 외삼촌과 이모네를 배웅했다.

그렇게 엄마의 동생들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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