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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매기 Mar 04. 2022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퇴사했습니다.

퇴사하는 젊은 사람들 이야기 - 오이 이야기.02

A씨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주위 1년에 한번씩 이직하는 친구도 있고, 3개월을 못버티고 퇴사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조차도 그 친구들은 왜 그렇게 퇴사를, 이직을 자주할까 궁금했고, 그 친구들의 관점에서 얘기를 써보고 싶었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이직을 자주 해?" 궁금한 분들이 "왜"를 이해하게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첫 글은 오이다. 오이는 대학 동기로 나와 가장 비슷한 업을 가지고 있는 친구기도 하다. 다니던 회사를 2년만에 퇴사하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이유는 무엇일까?




* 지난 글에 이어서 하는 오이의 퇴사 이야기이기 때문에 앞 이야기를 보지 않았다면 보고 오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퇴사하는 젊은 사람들 이야기 - 오이 이야기.01 "25살, 제가 첫 회사에서 퇴사한 이유는요."


퇴사 이유를 사람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조금 더 넓게 보자면, 사람이라기보단 회사의 미래가 없다에 가깝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이유가 사람인 것인데,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됐다.




퇴사 이유 첫 번째, 사람


오이의 퇴사 이유 첫 번째인 사람은 부사장과 옆 팀 팀장이다. 이들은 스스로가 누군가의 퇴사 이유가 된 것을 알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아무튼 이들과 한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엔 세상에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건 본인 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세상에 이런 사람은 널렸더라는 결론이다. 아무튼 이들을 보면서 오이는 이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부사장도 사랑하지 않는 회사를 어떤 직원이 사랑하겠나.


오이의 첫 회사는 가족회사였다. 가 족같은 회사가 아닌 진짜 가족회사. 가족 구성원 소개를 짧게 해 보자면 우선 창업주인 사장과 이사로 등록된 그의 부인이 있다. 그리고 회사를 물려받기 싫다고 3년간 버티다 결국 사업 하나를 크게 말아먹고 부사장으로 들어온 첫째 아들. 그리고 이사로 등록된 둘째 아들까지.


능력이 있고 회사를 생각하는 사람이 부사장의 자리에서 회사를 운영했다면 훨씬 좋은 회사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가족회사가 그러하듯, 아니 심지어 부사장인 첫째 아들은 이 회사가 싫어 끝까지 버티다 사업을 하나 말아먹고야 입사했으니 다른 가족회사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아무튼 그가 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뻔했다.


입사 후 1년간은 별 일이 없었다고 한다. 오이가 부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가 오이는 막 입사했고 그는 입사 1년이 덜 되었을 때인데 어찌 보면 오이와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기도 얼마 차이 나지 않는다. 부사장은 입사 1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본인과 뜻이 맞지 않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 없던 부서를 신설하고 독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를 버티지 못한 직원은 사직서를 냈다. 이를 시작으로 본인이 원하는 대로 회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직원들에겐 반말이 베이스였고 "오이? 나 책 좀 주문해줘. 카톡으로 보낼게."가 실제로 오이가 들었던 말인데, 비서도 아니고... 회사 내 심부름은 물론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아무렇지 않게 요구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회사의 복지를 없애는 것. 창업주였던 사장은 회사의 모두가 함께 이룬 업적이니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 최대한 많이 나눴다고 한다.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꼭 직원들 선물을 챙겼고, 어버이날과 같은 기념일엔 집으로 선물을 보냈었다. 회사 매출이 크게 뛰었을 땐 인센티브도 잘 나왔다고 한다. 오이도 듣기만 했던 부분이라 들었을 때는 "네? 이 회사가 그런 적이 있어요?"라고 했다고 한다. 오이가 입사했을 때는 이미 최소한의 복지 (=명절 떡값) 외 모든 것은 사라져 있었으니. 그리고 이런 변화에 가장 영향을 받는 건 직원들이었다.


회사를 사랑하지 않는 부사장의 태도는 회사를 사랑하던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오이였다. 그를 보고 있자니 이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부사장에게 잘보기이위해 노력하는 옆 팀 팀장, 다시는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 옆 팀 팀장은 너무 길어서 아래부터는 옆장이라고 부르겠다.


옆장은 인원별 목표금액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영업팀이었다. 그 목표는 부사장과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옆장의 작품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야 겨우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빡빡했다. 그래서 그는 연말마다 연차가 낮은 영업사원의 실적에서 큰 건을 뺏어간다. 오이의 동기도 그렇게 눈앞에서 실적을 잃었다. 연말이 되면 옆장은 그 힘든 목적을 다 달성한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었고 뺏긴 영업사원들은 목적 달성을 못했냐며 연봉을 삭감 or 동결당하는 일수였다.


옆장은 본인 외 모든 사람의 업무를 무시했다. 그리고 그 무시를 통해 본인의 존재를 과시했다. 틈만 나면 사람을 본인 자리로 불러다가 핀잔을 줬다. "야, 너는 이거 하면서 과장 달고 있냐. 진짜 너는 이 회사 계속 다녀야겠다. 나는 어제 이거하느라 10시에 퇴근했어." 한 번도 목표를 못 맞춰본 적이 없는 과장님께 실제로 한 말이다. 사람이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모든 직원이 있는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것부터 그의 예의는 증발해버렸다.


모두에게 야근을 강요했다. 전 회사는 모두 9출6퇴였는데 사실상 칼퇴는 주에 1-2번 정도 가능한 회사였다. 한 번은 옆장의 팀원 하나가 오후 9시 전에 퇴근했는데 다음날 아침 혼났다. 정말 말 그대로 너는 열정이 없냐며 엄청나게 혼났다. 이는 다른 팀에게도 어느 정도 강요되었는데, "오이야, 너 일 없냐? 무슨 퇴근을 벌써 해. 내일 내가 일 줄게 내일 그거 하고 가라."가 7시에 퇴근하는 오이가 실제로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할많하않... 심지어는 저녁 10시에 전화가 와서 회사로 오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본인 보고서 작성 중 설정이 잘 안 돼서였다)


옆장은 정말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나?'를 느끼게 해 준 사람이라고 한다.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적자면 정말 A4 5-6장은 거뜬할 것 같은데... 세상에 이런 사람은 많겠지? 왜 본인의 존재를 다른 사람을 깎아내면서 과시해야했을까.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옆장을 신뢰하고 옆장에게 의지하는 부사장의 콜라보... 이 회사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To Be Continued...


이제 겨울이 끝나간다. 나의 겨울도 끝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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