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매기 Mar 11. 2022

같은 초봉에서 시작한 동기의 연봉은 5300만원입니다.

퇴사하는 젊은 사람들 이야기 - 오이 이야기.03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주위 1년에 한번씩 이직하는 친구도 있고, 3개월을 못버티고 퇴사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조차도 그 친구들은 왜 그렇게 퇴사를, 이직을 자주할까 궁금했고, 그 친구들의 관점에서 얘기를 써보고 싶었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이직을 자주 해?" 궁금한 분들이 "왜"를 이해하게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첫 글은 오이다. 오이는 대학 동기로 나와 가장 비슷한 업을 가지고 있는 친구기도 하다. 다니던 회사를 2년만에 퇴사하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이유는 무엇일까?




* 지난 글에 이어서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앞 이야기를 보지 않았다면 보고 오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퇴사하는 젊은 사람들 이야기 - 오이 이야기.01 "25살, 제가 첫 회사에서 퇴사한 이유는요."

>> 퇴사하는 젊은 사람들 이야기 - 오이 이야기.02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퇴사했습니다."





퇴사 이유 두 번째, 사람


오이의 퇴사 이유 두 번째인 사람은 동기들이다. 사실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상반기 공채, 하반기 공채와 같은 공채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한날한시에 입사한 동기를 가지기는 어렵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원 보충이 필요한 인원을 수시채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날짜로 입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동기는 특이하게 구성되는데, 오이의 경우 오이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9개월 이내 들어온 신입직 2명과 동기가 되었다.


사실 동기는 이보다 많았다. 마케팅팀이었던 오이가 자주 소통하는 영업팀의 2명이 먼저 동기라는 타이틀로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6개월도 되지 않아 퇴사하며 남은 영업팀 1명과, 다른 부서의 1명. 이렇게 3명이 동기라는 이름으로 붙어 다니게 되었다.


오이를 제외한 2명은 외근이 잦은 부서여서 간혹 밖에서 만나 점심, 저녁을 먹거나 얘기도 종종 했지만 내근직이었던 오이는 회사에서 간간히 마주칠 때 얘기하는 정도가 다였다. 회사 내부에서는 암묵적으로 팀 내 인원끼리 식사해야 했기 때문에 함께 점심을 먹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달까. 하지만 1달에 1번은 꼭 시간을 내서 술을 마셨다. 이렇게 술 마시면서 회사 욕도 하고 하면서 진짜 동기라는 이름으로 친해지게 된 것 같다.


모두가 버린 회사에 홀로 남아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친했던 동기 2명은 모두 오이보다 늦게 입사했고, 경력도 짧았지만 1년을 채우고는 모두 퇴사했다. 정확히는 환승 이직이었다. 이 회사에서 서로 덕분에 1년을 버텼다며 고맙다며 더 좋은 곳으로 갔다. 그리고 둘 모두가 떠나자 남은 건 오이 혼자였다. 다른 팀이어도, 1달에 1번이라도 함께 고민을 얘기하던 동기들이 떠나니 정말 혼자 남은 기분이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동기의 중요성을 얘기하는지 알게 됐다.


우물 밖으로 나간 개구리를 보며 내가 있던 곳이 아주 작은 우물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직한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단톡방에서는 매일같이 자랑이 올라왔다.

"야, 000(전 회사)에서는 이런 것도 없잖아. 여기는 이게 있다."

"오늘이 패밀리데이라 나는 먼저 퇴근한다."

"회사 다니는 맛이 난다. 매일이 행복해."

대화를 보다 보니, 그들은 모두 발전하고 있는데 본인 홀로 발전하지 못하고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 같은 기분이 들며 '그들이 버린 회사에 나 홀로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들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였는데, 한 동기 얘기를 하자면 이 친구는 이직을 하며 연봉 700만 원을 올렸다. 그리고 그다음 해 연봉이 1500만 원이 올랐다. 코로나로 인해 필요성이 강해진 상품의 회사로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 경력 1년의 이직 사례라기엔 사실 지나치게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개발자 X)


그 친구가 지금도 곧잘 하는 말은 "내가 그때 이직을 안 했으면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었겠지? 그때의 내가 한심해"다. 이 말을 들으면서 전 회사를 다니고 있던 오이가 더 자괴감에 빠졌던 것 같다. 그 한심한 사람이 스스로가 된 것 같아서.


같은 출발점이었는데 다른 위치에 서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교 친구들 모두 비슷한 출발점이라고는 하지만 그 안에 숨은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일한 출발선에서 같이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첫 회사 동기들은 모두 동일한 출발점이었다. 그랬기에 더 비교가 된 것 같다.


연봉도, 첫 회사의 경력도 모두 동일했다. 그런데 나아가고 있는 그들과 뒤처진 내가 보였다.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오이도 계속 깊은 우물 속으로 들어갈 것 같았고, 그래서 퇴사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생각을 했다.



To Be Continued...


치즈케이크는 신기하다. 한 번 먹으면 맛있는 게 계속 먹으면 물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