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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매기 Mar 16. 2022

이렇게 일하다가는, 잘리기만을 기다리게 될 것 같았다.

퇴사하는 젊은 사람들 이야기 - 오이 이야기.04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주위 1년에 한번씩 이직하는 친구도 있고, 3개월을 못버티고 퇴사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조차도 그 친구들은 왜 그렇게 퇴사를, 이직을 자주할까 궁금했고, 그 친구들의 관점에서 얘기를 써보고 싶었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이직을 자주 해?" 궁금한 분들이 "왜"를 이해하게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첫 글은 오이다. 오이는 대학 동기로 나와 가장 비슷한 업을 가지고 있는 친구기도 하다. 다니던 회사를 2년만에 퇴사하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이유는 무엇일까?




* 지난 글에 이어서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앞 이야기를 보지 않았다면 보고 오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25살, 제가 첫 회사에서 퇴사한 이유는요.

>> 회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퇴사했습니다.

>> 같은 초봉에서 시작한 동기의 연봉은 5300만원입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퇴사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 1위는 압도적으로 사람이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상사, 동료와의 갈등이 있어 퇴사하는데 2위부터는 각자의 이유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 참고: 직장인 퇴사 사유 설문조사




퇴사 이유 세 번째, 일


일에 대해 얘기하자면, 먼저 회사에 대해 간단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회사는 외국 지사의 대리점이었다. 20년 전 회사의 창업자인 사장님이 제품을 국내에 직접 수입, 판매하며 국내 시장이 생성되기 시작했는데, 10년이 지나가 그 시장이 꽤나 커졌다. 그제야 외국 회사는 한국이 돈이 된다고 판단하여 한국에 지사를 냈고 회사는 대리점이 되었다. 말이 대리점이지 사실상 지사보다 먼저 생겨났고 고객사도 더 많았으며 직원 수도 더 많았기에 지사에 큰 소리를 치는 입장이었다.


회사는 부족함이 없었다. B2B 기업의 특성상 1번 계약한 고객사는 대부분 재계약으로 연결되었고 내부에서는 지금 있는 고객사만 유지해도 이 회사가 50년은 먹고 살 거라는 얘기 나올 정도였다. 사장님은 번만큼 나눠야 한다는 주의로 직원들에게 매년 만족할만한 성과급을 제공했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그렇게 안정적인 회사였다. (물론 아들이 들어오며 많이 바뀌었지만)


그런 안정적인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오이)은 이 회사가 '워라밸을 지키기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중소기업치고는 회사가 안전했고 업무가 어렵지도 않았다. 부서 바이 부서가 심하긴 하지만 대부분 야근이 많지 않았으며, 업무 강도 또한 괜찮은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첫 해에는 만족하며 다녔던 것 같다.


위기감을 느꼈다, 이러다간 버림받을 날만을 기다리게 되겠다.


오이가 조금씩 일에 있어 불안함을 가지게 된 건 2년 차부터였다. 첫 해에는 주어지는 업무를 보고 습득하고 해내기에 바빴다면 2년 차부터는 조금 더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위기감을 느꼈다. 오이가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다 보면 고일 거라고. 그리고 그렇게 고이면 오이는 뚜렷한 능력도 없어 새 회사로 이직하지도 못하고 여기서 톱니바퀴처럼 같은 일만 반복하다가 잘리기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될 거라고.


안정적인 회사는 새로운 업무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이전에 했던 대로만 계속해서 유지하면 됐다. 마케팅팀도 새로운 프로모션을 찾는 것이 아닌, 매년 1분기에는 어떤 전시회에 참여하고 이런 활동을 하면 된다는 주의였다.


한 분기 동안 오이의 업무였다.

전시회 담당

네이버 키워드 광고

브로셔 제작

EM 제작

블로그 콘텐츠 작성

유튜브 영상 제작 및 운영


위 업무 외 새로운 타깃을 위한 프로모션을 찾거나, 기존의 마케팅 채널 외 다른 채널을 이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위 업무 무한 반복이었다. 매 분기.


한 업무에 대해 깊이가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양한 채널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닌. 그저 이곳저곳 발만 걸쳐둔 채로 얕게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스스로 무언가 생각해서 주어진 목표, 목적을 위해 직접 마케팅 방안을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 이뤘냐? 절대 아니다. 그저 타깃도, 목표도, 목적도 모두 동일한 행위를 그저 '반복'할 뿐이었다.


새로운 업무를 찾지 않은 건 아닐까?


그렇다면, 주어진 업무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안을 찾아 진행하자는 의견을 내보고 해 보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회사는 지금 이 상태로도 안정적이었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100만 원이라도 새로운 마케팅 활동에 사용하려 하면, 3달에 걸쳐 경영진을 설득해야 했고, 그 결과를 100% 보장해야 했다.


지금 잘 되고 있는데 굳이 왜 새로운 도전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10년간 마케팅팀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만들어낸 성공 공식에 있어 점 하나도 찍기 어려웠다.


그렇게 만 2년이 지났고,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보았다.


안정적인 회사고, 업무로 어렵지 않고, 어느 정도의 워라벨은 지켜지는데 그럼 좋은 거 아닌가? 맞다. 좋다. 그런데 스스로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너무 암담했다. 친구들과 얘기하다보면, 신입 때, 20대에는 몸이 살짝 고돼도 열심히 배우고 내 역량을 쌓아나가야 30대에 내가 원하는 회사에서 원하는 업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이 났다. 실제로 그런 마인드로 매일 8-9시까지 야근하며 대행사에 근무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반복되는 업무만 하고 있다면, 오이가 30대에 어떻게 될까를 생각했을 때 스스로가 원하는 위치에 있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지금 오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보았을때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 이직도 못하고 이 회사에만 계속 고여가다가 그 끝은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봤다.


그래서 오이는 퇴사했다. 제대로 된 일을 하고, 그 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해돋이? 해넘이? 나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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