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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소방관 Sep 06. 2020

그들만의 세계

돌고래의 몸짓

지난주.

중앙 119 구조본부에서 주최하는 잠수훈련 다녀왔습니다.

3일 차 아침 6시에 왕돌초에서 다이빙하기 위해 일찍 나섰습니다.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고 햇살은 눈부시게 밝았습니다.

 새벽 바다의 푸른빛을 가르며 보트를 타고 달리는데 멀리서 뭔가가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따라옵니다.


딱 봐도 돌고래 떼입니다.


동료들과 저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십수 년 전 해군 생활을 하며 한번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본 군 선임하사가 돌고래 떼 보면 큰 행운이

따른다 하더라고요.

그만큼 보기 힘들다는 뜻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놈들이 얼마나 힘차게 뛰어오르는지

그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고속보트에 뒤질세라

연신 물밖로 솟아오르며 우리를 따라옵니다.

마치 경주라도 하는 듯 보이기도 하네요.


그중 몇 놈은 내가 있는 보트 앞쪽으로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그새 놓칠세라 카메라를 급히 들이댔습니다.

반질반질한 피부결이 물아래로 보이는 데

그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네요.


자기네들 동네에 새벽부터 웅웅 거리며

찾아온 인간들이 반가워서였을까요?

아님 저리 가라며 시위라도 한 것일까요?


뭐가 됐든 여긴 저들의 세상임은 분명합니다.

수만, 수십만 년 동안 이어온 그들의 터전입니다.

그 속에서 먹고, 자고, 아이를 낳고, 집을 짓고 삽니다.


인간은 이 별에서는 숨조차 쉴 수 없음이

여긴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임을 말해줍니다


우린 기껏 잠시 들른 사람일 뿐 바다는

분명 저들의 별이지요.


20년이 넘도록 바다를 다니며 한때

이 아름다운 별을 내 맘대로 헤집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이 별의 주인들에게도 못할 짓 많이 했네요.


인류가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세계로 여기는 바다.

이 바다가 주는 풍요를 인간은 알아야 합니다.


새벽녘 바다.

보트 위의 인간은 나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이 미지의 별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오롯이 받기만 하는 인간은 당연히 그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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