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by 물개 뱃살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주에는 내가 영영 행복을 못 느낄 줄 알았는데

이번주에는 또 더할나위 없이 좋은 하루였다

(역시 병원은 빨리 가는 게 맞다)


저렴한 학식 말고 지금 시점에 내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식사를 했고,

혼자 외롭게 산책하던 곳을 같이 뛰었다


얼굴의 반을 가려서 범죄자 같아 보일까봐 걱정하던 러닝 마스크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니

덜 눈치보며 착용해볼 수 있었다


전에는 이럴 때 행복함과 동시에 이유모를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이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이렇게 행복하면,

이 사람이 내 옆에 있으면 얼마나 불행해지려나

하는 쓸모 없는 걱정들


그러다 이 사람을 만나서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나의 오래된 습관을 버릴 수 있게 되었구나

참 행복하다


라고 생각했지만,

데미안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나의 의존이 불특정다수에게서 이 사람으로 이동했을 뿐이구나

나는 아직 홀로 서는 것이 두렵구나


하지만 이제는 그냥 감사하게 생각하려 한다

나중에 불행해지든,

이게 나의 의존이든,

내가 좀 더 행복해지게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서

참 감사하다


행복함에서 감사함으로, 다시 행복함으로

오늘 또 이 사람을 사랑했고

오늘 또 행복을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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