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항해사가 일하는 법
“힘들지 않으세요?”
배를 타는 항해사가 직업이라고 하면 늘 듣는 질문 중 하나였다.
“네, 괜찮아요. 소중한 사람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견딜 만해요.”
“아니 그거 말고요. 여자라서 배를 타는 게 힘들지 않나요?”
질문을 듣고 새삼 놀랐다. 배 타는 것만 생각했지 내 성별에 초점을 둔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괜찮다고 얼버무렸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질문을 한 사람은 거친 남자들이 중심인 배에서 여자로 생활하는 것이 걱정이었던 걸까. 배를 타는 순간부터 내가 여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래서 질문을 듣고 당황했던 것 같다. 내가 맞닥뜨린 어려움은 배 생활을 하면서 생긴 것이었지 ‘여자라서’ 힘든 점은 아니었다.
흔히 남자와 여자의 차이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힘’이다. 배는 거의 모든 것이 쇠로 이루어져 있고 기기들도 무겁기 때문에 힘을 써야 하는 일이 많다. 다른 사관들은 거뜬히 한 번에 들 수 있는 물건들을 나는 두세 번을 나눠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것도 배의 특성상 힘든 일이었지 여자라서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사실 나보다는 나와 함께 배를 타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더 불편할지도 모른다. 힘에 부치는 일이 있으면 도와줘야 하고 남자들끼리 생활할 때와 달리 옷차림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여성 항해사의 승선이 거절될 때가 종종 있다.
아마도 위와 같은 이유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여성이어서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동시에 여성이기에 강한 점도 분명히 있다. 부족한 점을 개선하려 하기 보다 자신의 장점을 더욱 키워나가는 것이 조직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힘으로는 당연히 남성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니까. 그것만 아니라면 내가 남성 사회에서 못 살아남을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난 여성 항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