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대학생에서 3등 항해사로.

멘토님을 만나고 나서 저의 학교 생활은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엉망이었던 학점도 좋아졌고, 영어 성적은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여 어학 장학금도 받게 됩니다.

자퇴를 고민하던 학교 생활이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느껴졌으며, 해운 전문인으로서 해양대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느끼게 됩니다. 참 1년만에 어떻게 생각이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기도 합니다.

‘특별관리 대상자’에서 ‘어학 장학생’으로 진화한 제 스스로가 신기하기도 했고, 사람에게 목표와 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졸업한 해양대학교 해사대학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으므로,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보겠습니다.

해양대학교 해사대학 교육 과정은 일차적으로 해기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해기사란 국제 상선에 항해사관 또는 기관사관으로 승선하여 선박을 운항/관리하는 전문 기술직입니다.

상선도 군대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규율과 위계질서를 기본으로 하며, 배 안에서는 크게 사관과 부원으로 계급이 나누어집니다.

군대로 따지면 사관을 장교로, 부원은 하사관 및 일반 병사로 보면 됩니다. 국제 원양상선에는 평균적으로 21명-23명의 선원이 승선하며, 이 중 사관은 7-8명 부원은 나머지 인원으로 구성됩니다.
사관은 크게 항해 부서와 기관 부서로 나뉘며 항해 부서는 배의 항해 및 화물 관리, 관련 기계 관리의 업무를 기관 부서는 엔진을 포함하여 선박 기관실의 기기들을 정비 관리하는 업무를 맡습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망원경으로 바다를 보며 선교에서 항해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항해사관, 엔진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기관실에서 기기를 정비하는 업무를 맡은 사람들을 기관 사관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해양대학교 해사대학은 크게 항해과와 기관과로 나뉘며, 항해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국제 상선에 3등 항해사로, 기관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3등 기관사로 국제 상선에 승선하게 됩니다.

해양대학교 해사대학을 졸업하고 승선을 선택한 학생들은 군대를 면제받고 34개월 간 승선예비역의 의무도 가지게 됩니다. 34개월의 승선의무 기간을 마치게 되면 평균적으로 2등 항해사, 2등 기관사로 진급을 하게 됩니다.
선박을 이끄는 최고 위치는 선장이며, 항해부서의 부서장은 일등 항해사, 기관부서의 부서장은 기관장으로 각 부서장들은 선장이 부재 시 배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1등 항해사/기관사로 진급을 하기 위해서는 평균 5-6년을 승선해야 하고, 선장/기관장은 10년 정도의 승선 기간을 필요로 합니다.

해양대학교 해사대학 졸업생들 중 대부분이 34개월의 의무 승선을 마치고 배를 그만 타고, 1등 항해사/기관사 까지는 졸업생의 20% 미만, 선장/기관장까지는 10% 미만만이 승선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수치이며, 갈수록 장기 승선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져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승선 의무기간을 마치고 배를 그만 타고 있습니다.)

해양대학교 해사대학의 4년 동안 해기사로서 필요한 전문 선박 지식, 국제 해운 규정, 해운법, 항해 지식, 기관 지식 등을 배우게 되며 1년 동안은 실제로 국제 원양상선에서 실습과정을 수료해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 과정을 다 마치고 해기사 면허 시험에 합격해야 상선사관으로서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4년 동안 기숙사에서 의무적으로 생활해야 하며, 기숙사를 승선생활관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기숙사에서의 모든 규율은 선박에서의 규율과 동일하며, 선박에서의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미리 교육시킨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아침/저녁마다 인원점검 및 점호를 하며, 수시로 복장검사, 특별훈련이 있고 선후배 간에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는 것도 선박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미리 교육시킨다는 취지가 있습니다.
일정 기간 승선을 하게 되면 육상에서 다양한 해운 관련 직종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승선을 계속하여 배에서 최고의 위치인 선장/기관장이 될 수도 있고, 해양수산부 공무원, 해양경찰, 선박관리 회사, 해운 회사, 선박 브로커, 해상 변호사, 조선소, 선박 검사관 등 다양한 해운 전문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취업이 어려운 요즘 취업 걱정을 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전문 특성화 대학교가 해양 대학교입니다.


대학교 3학년 때는 국내 최대 벌크 선사에서 철광석/곡물을 운반하는 선박의 실습 항해사로 6개월간 첫 승선생활을 경험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브라질 땅을 밟아보고 거리에 수 없이 있는 축구 연습장과 남미 사람들의 열정에 놀랐었고, 곡물을 하역 하러 들린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여유로운 캐나다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이 이외에도 중국, 대만, 스리랑카 등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학교에서 배웠던 선박과 항해에 대한 이론을 실무에서 적용해보고 견문을 넓히는 6개월의 소중한 실승 항해사 기간을 보냅니다.


실습 항해 기간을 마치고 난 후, 4학년 때는 해기사 면허 시험 및 취업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보낸 한 해였습니다.

실습 항해사로 승선하였던 벌크선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기 때문에, 벌크선사에만 입사 지원서를 냈고 벌크 선사에 3등항해사로 취업하게 됩니다.

참고로 선박은 운반하는 화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LNG선, 원유를 운반하는 탱커선, 철광석/곡물 등 벌크 화물을 운반하는 벌크선, 석유화학제품을 운반하는 석유화학제품선, 자동차를 운송하는 자동차전용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박들이 있습니다.

벌크선은 다른 선박들에 비하여 세계 구석구석의 항구들을 기항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나라와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었던 저는 벌크 선에 3등항해사로 승선하게 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해양대학교는 저를 성장시켜 주고, 제 젊음을 꽉 채워서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준 소중한 곳입니다.

젊은 시절 남들처럼 자유로운 대학생활은 할 수 없었지만, 규율과 질서를 인내하는 과정을 통하여 인내심과 강한 정신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일반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학점관리, 영어성적은 기본이고 각종 공모전에 어학연수, 대기업 인턴 등 화려한 스펙을 쌓아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해양대학교는 전국에 있는 2개의 해양대학교 학생들끼리 경쟁을 하는 블루오션이었기에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것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20대 청춘의 땀과 눈물, 웃음이 깃든 해양대학교에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졸업 후 저의 승선 생활기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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