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닝 포인트, 멘토님과의 만남.

해양대학교 2학년 생활은 1학년 생활에 비하여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똥손이였던 저도 수 많은 기합과 훈련의 효과인지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고, 선배들도 특별관리 대상자로서 혹독한 1학년 생활을 보낸 저를 인정(?)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자퇴하지 않고 1학년 생활을 버틴 것을 나름 인정해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생각해도 손은 똥손이지만 멘탈은 강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하고 긍정적인 성격 때문에 버티지 않았나 싶습니다.


1학년 생활은 훈련 받고 기합 받느라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고, 2학년이 되니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해양대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목표와 꿈이 없이 방황하던 그 때, 저는 제가 해양대학교를 다녀야만 하는 이유를 찾게 해주신 ‘멘토’를 만나게 됩니다.

어머님의 친한 지인 분의 소개로 만나게 된 멘토님은 저보다 해양대학교를 훨씬 전에 졸업하신 까마득한 대선배님 이셨습니다.

해운업계에서는 전문가로 명망이 높으신 분으로, 당시에는 글로벌 해운회사에서 임원으로 퇴사하시고,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뜨거운 가슴과 소년 같은 순수함을 가지신 멘토님은 열정과 호기심에 가득차 있던 저를 예쁘게 봐주셨고, 스스로가 준비만 되어 있다면 해운 전문가로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배를 타고 해운과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외국에서 일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배에 대해서 잘 알고 영어를 잘 하면 배를 사고 파는 글로벌 선박 브로커가 될 수도 있으며, 해상법을 공부하여 해상전문 변호사가 될 수도 있고, 금융을 공부해서 선박 금융 전문가가 되는 길이 있다고 멘토님은 말씀하셨습니다.

학교에서는 한 번도 알려주지 않았던 새로운 길이 있다는 것을 멘토님을 통해 알게 되고, 저는 새로운 열정이 싹트기 시작했고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해운과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에서 선박 금융을 공부하고 전세계를 무대로 선박을 사고 파는 선박 브로커가 되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할지 고민했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영어'를 정복하기로 결심합니다.


원래부터 영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목표와 꿈이 생기니 영어 공부는 더욱 재밌어졌습니다.

점호 시간 전에 청소를 하면서도 한 손에는 영어 단어장을 들고 단어를 외우고, 틈나는 대로 미드와 영어 방송을 들었습니다. 주말에는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펍에 가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려고 얼쩡대기도 하였습니다.

학점은 썩 좋지 못하지만 영어 성적은 학교에서 최상위를 유지했습니다.


멘토님께서는 선박 브로커가 되기 위해서는 '용선 계약서'를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씀 하셨고, 용선 계약서 영어 원문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용선 계약서는 배를 빌리거나 빌려줄 때 필요한 계약서와 그와 관련된 법률적인 내용인데, 한글로 읽어도 어려운 내용이 영어로 적어져 있고, 그 분량도 600페이지가 넘었습니다.

멘토님은 이 책을 선물해주시면서 ‘배 내리기 전까지 이 책을 3번 읽으면 글로벌 선박 브로커로 성공할 수 있을 꺼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 번 목표를 세우면 단순하게 달려가는 성격인지라, 책을 선물 받자 마자 단순 무식하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들어오지도 않고, 단어 뜻을 찾아보느라 한 장을 읽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언젠가는 이해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고, 다시 읽어 보길 반복했습니다. 매일 같이 2시간 씩 6개월 동안 이런 노가다(?)작업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씩 문장의 뜻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 왔습니다. 이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대단한 시험에 합격한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저의 꿈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공부를 했으면 더 쉽고 빠르게 내용을 이해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저의 단순하고 무식한 면이 꾸준함이라는 장점을 만나 ‘용선 계약서 영어 원문’ 3번 완독을 성공하게 해주었습니다. (3번의 완도에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도 참조 바랍니다.)

이 시간 동안의 영어공부가 훗날 취업을 하는데도, 일을 할 때 저의 큰 자산이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멘토님도 당신이 이야기해주는 것을 바로 실천하는 저의 열정을 예쁘게 봐주셨고,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는 저를 서울 소재 해운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여름 방학동안 짧았던 서울에서의 인턴 생활 동안 멘토님은 해운업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계시던 분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해상보험 회사 사장님, 글로벌 대형 로펌 해상변호사님, 선박회사 사장님, 선박 브로커 회사 사장님께 저를 데리고 가셔서, 젊은 친구가 삶의 방향성을 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가감없이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이러한 멘토님의 도움으로 저는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다양하고 넓은 해운업의 세계에 대한 안목이 생겼고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앞길이 막막하고,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할 때 길을 보여줄 수 있는 멘토가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아무 이해관계도 친분도 없던 21살의 학생의 열정을 예쁘게 봐주시고 넓은 세계와 길을 보여주신 멘토님이 없었다면 시간만 흘러보내는 대학교 생활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21살의 저는 영국 유학과 글로벌 선박 브로커라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고, 소홀했던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기 시작했고 영어공부에 매진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견디고 버티는 학교생활이 제 꿈을 이루기 위하여 준비하는 가슴뛰는 학교생활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