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4년간의 해양대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항해사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나는 설레임 반,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걱정 반으로 짐을 쌌다.
한 번 승선을 하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배위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배를 타러 가기 전날에는 뒤숭숭한 마음으로 잠을 뒤척였다.
‘3등 항해사로서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배에서 사람 잘못 만나면 엄청 괴롭다고 하던데, 나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선박의 컨디션은 괜찮을까?’
온갖 생각과 걱정이 꼬리를 물면서 밤을 새웠다.
이른 아침 비몽사몽한 몸을 이끌고, 초대형 벌크선(VLOC) 신조선박을 인수하러 통영 조선소로 갔다. 내가 승선하게 된 선박은 이제 막 조선소에서 지어진 신생아였다. 조선소에서 한 달간 신조선박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는 일정이었다.
이제 막 건조된 신조선이라 배는 페인트 냄새와 철 냄새가 진동했다. 기본적인 서류도, 선박에 반드시 부착되어 있어야 할 게시물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일복이 넘치는 곳이었다.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정신없이 일을 했었고, 그렇게 3개월이 지나니 선박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환경이 갖춰졌다.
몸은 고됬지만 신조선박을 인도하는 경험을 하면서 다른 선박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많은 일들을 하게 되었고, 텅 빈 새집 같던 선박이 인테리어를 새롭게 한 신혼집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뿌듯하기도 했다.
선박에서 나의 직책은 3등 항해사였고, 3등 항해사는 배에서 가장 일이 많고 바쁜 직책이기도 하다.
3등 항해사는 아침8시-12시, 오후8시-12시 항해당직근무를 하고, 이외에도 선박의 안전/소화 장비 점검 및 관리, 선박의 입출항 수속 서류 준비, 선박 중요 증서 관리 및 일등 항해사 업무 보좌의 역할을 맡는다.
이외에도 선장님이 시키는 잡다한 일도 모두 3항사 몫이기에 배에서 가장 일도 많고 바쁜 직책이다.
항해사는 한 번 배를 타면 배를 내리는 날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항해당직을 서야 한다. 한 번 배를 타면 주말없이 일하는 것이다. 당직 근무 시간 외에는 자신이 담당한 선박 기기들을 유지/보수 해야 하고, 선박의 서류 작업들을 해야 해서 업무 강도는 높은 편이다.
일이 많은 것은 몸이 고될 뿐이지만, 사람이 힘들게 하는 것은 답이 없다는 것을 이 선박에서 느끼게 된다. 특히 배를 이끄는 선장의 인품과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승선했던 선박의 선장님은 여러가지로 많은 문제를 가지신 분이셨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여, 아랫사람들에게 말을 함부로 할 때가 많았으며 이로 인해 기관장님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사관 중에 특정 사람만을 편애하고, 이유 없이 아랫사람들을 괴롭히는 최악의 리더십을 갖춘 선장이었다.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7개월간의 첫 3등항해사 승선생활동안 선장님 덕분에 하지 않아도 될 많은 고생을 했었고, 내 멘탈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해 주셨다.
첫 3등 항해사로 7개월간 승선했던 선박은 나에게는 애증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신조선박을 인도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2년은 승선해야 할 수 있는 업무를 짧은 기간에 해야만 했고, 선장의 리더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