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고 민첩하게, 딱 맞는 인재를 확보하라!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인재를 확보하는 채널 중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대졸 신입사원 공채다.
무엇보다 대기업은 매년 두 차례씩 정기 공채를 진행하며
대규모 채용 전형을 운영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왔다.
십 수년 전부터 주요 대기업들의 서류 접수가 시작되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도 이에 발맞춰 취업 시계가 돌아갔고,
그룹사 직무적성 검사와 면접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다.
하지만 이런 신입사원 공채 관행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주요 그룹사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정기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각 사 중심 수시 채용으로 인재 확보 방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1) 코로나로 인한 경쟁 환경의 변화와 불확실성의 고조
2)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 기술의 도입
3) 기술(Skill) 중심의 인재 확보 니즈 극대화를 들겠다.
기업이 놓인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 때문에
자신들이 앞으로 전개해야 할 전략과
이를 실현 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예측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업다운을 겪은 지난 1년의 경험으로
이제는 검증된 소수 정예 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만드는
효율성과 효과성이 동시에 필요한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또, 비즈니스 일선에 거대한 속도로 파고드는 챗봇, 로봇, 인공지능은
산업을 넘어 고객의 일상에 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디지털을 기반으로 더 빠르고, 더 효과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생겨나는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기업의 채용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 해졌다.
예전처럼 일 년의 두 번 대규모 인력을 선발해,
막대한 자원과 비용을 투입해 이들을 사회화시키고,
업무 일선에 투입할 준비를 시키는 럭셔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전략 과제나 혁신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재를
가장 민첩하게 공급할 수 있는 인재 수급 구조(Structure)와 전략은 필수다.
이에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정기공채를 넘어 년에 몇 회를 실시하는 수시가 아닌
상시(常時), 적시(適時) 채용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업의 채용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1. [발굴/소싱] 타깃 리크루팅 강화
지금까지 정기 공채는 다소 수동적 인재 소싱의 성격이 강했다면,
직무중심 수시채용은 그야말로 타깃 리크루팅 콘셉트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지원자 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년 중 상시 지원할 회사가 계속해서
포지션을 오픈하는 새로운 채용 시장이 열린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이 언제 입사가 가능한지,
어떻게 여러 경쟁자들 중에 우리를 선택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상시 소통 채널이 지금보다 몇 배는 중요해질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인재의 상태가 어떤지 업데이트하며
채용 적기에 인재를 확보할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
산학 연계를 통해 직무 전문성을 가진 학과의 졸업생들을 입도선매하려는 노력뿐 아니라,
조기 인턴(대학 1~3학년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 인재 풀을 미리 만들고
졸업 시기에 딱 맞춰 채용을 제안하는 노력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2. [검증] 스킬(Skill) 관점에서 접근
각사가 수시 채용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사에 꼭 필요한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는 유연성(Flexibility)이 핵심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제는 넉넉히 뽑아 차근차근 가르칠
시간과 비용의 여유가 없다.
비단 돈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 패러다임이 바뀌어 버리면
그대로 시장과 고객에서 멀어져 버리는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필요한 인재,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골라내는 노력은 수시채용 시대 더욱 배가 될 것이다.
자사에 꼭 필요한 인재 발굴을 위해 강화된 검증 방식을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예 면접관 양성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하겠다.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대규모 지원인력을 선별하기 위해 사용되어온
인지능력(Cognitive Ability) 검사 중심의 검증도구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면,
개개인의 행동 특성을 자사의 업무 스타일과 매칭 하는 ‘Work Style Inventory’ 검사다.
글로벌 기업이 인사컨설팅 사와 수년의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본 검증도구는 회사가 가진 대표 직군을 8개로 구분하고
자사 근무 직원들의 행동 특성(소통, 협업, 탁월성 등)을 분석하여 개발하였다.
대학 졸업자 채용에 의무 과정으로 Work Style Inventory 검사를 도입해
8개 직군에 더 적합한 후보자를 선별하고
일부 미스매치가 있으면 더 적합한 직무로 제안을 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성장잠재력이나 개인별 강점 영역을 진단하는 회사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호건이나 갤럽의 Strength Finder 같은 도구들을 차용하는 경우도 있고,
자사 핵심인재들의 행동특성이나 사용 단어들을 분석해
이와 유사한 인력을 선별하는 노력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글로벌 IT 기업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측정하는 진단도구가 도입되었다. 미래 시대 로봇, AI와의 협업은 필수라는 측면에서 이들과 함께 협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사 도구도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3. [온보딩]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최우선
수시, 상시 채용을 통해 입사한 사원들이 조직에 잘 정착하고
애착을 느끼며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강화된 온보딩은 필수다.
국내 기업은 전통적으로 기수문화나 동기 문화가 강했다.
함께 입사한 동료들은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며 강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고,
장기간의 신입사원 입문교육은 이들의 끈끈함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시로 신입사원이 입사하고, 이들이 특별히 동기라 할 수 있을 만한
커뮤니티를 꾸리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
더욱이 재택근무, 원격 근로, 자율좌석제 같은 물리적 근무 환경의 변화가 일반화되면서
예전처럼 한 부서에서 촘촘히 커뮤니케이션하고 교육을 받으며 직장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대기업이 완전 자율좌석제를 도입하자 경력이건 대졸 신입이건 신규 입사자의 퇴직이 늘어났다는
현업 담당자의 인터뷰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늘 옆에서 도와줄 동료들이 없는 구조에서
쉽사리 조직에 애착을 갖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이에 온보딩은 지금보다 몇 배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온보딩이라 하면 하루 이틀의 집합교육과 때때로 진행되는 커피타임을 생각하기 일수다.
입사 전부터 정착까지 그야말로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고려해
제대로 소프트랜딩 할 수 있는 파노라믹 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주기적인 교류와 미팅이 촘촘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신규 입사자 관점에서 입사 첫날부터 마주할 수 있을만한 모든 것들을 재정의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해보자.
고객 관점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는 PC셋업, 와이파이 연결, 보안 프로그램,
업무 집기 확보, 동료들과의 점심, 사업별 소개, 협업 담당자와의 네트워킹 등을
모두 입사자의 몫이나 지도선배, 동료들에게 맡겨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4. [브랜딩과 조직적합도] 진정성 넘치는 소통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대부분의 기업이 수시 채용을 진행한다고 하면
지원자 입장에서는 매달, 매 순간 채용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러 회사의 오퍼 레터를 두고 어떻게 지원자들이 여러분의 회사를 선택할지에 대한
냉철한 자기 인식을 해보자.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이 가진 채용 경쟁력과 대외 브랜딩 이미지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도로 줄어들면서 이제 대학생들을 비롯한 구직자들은 기업 내부 정보를
언제든지 알아볼 수 있다.
블라인드는 자사가 가진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조직문화 랭킹을 보여주는가 하면,
글라스 도어(glassdoor.com) 같은 사이트에서는 회사의 직무별 연봉정보가 거침없이 오간다.
그렇다. 자사가 가진 강점을 인재 마켓(Talent Market)에 효과적으로 알리며,
이제 정말 마케팅을 시작할 때다.
그저 신입사원이 마주할 현실을 제대로 알려준다는 개념의 RJP(Realistic Job Preview)로는 충분치 않다. 솔직하고 진정성 넘치게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제는 CEO들도 최고 인재 확보를 위해 자신의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회사의 일상과 복리후생을 이야기하는 세상이 아닌가.
이 과정에서 회사와 비전, 미션을 공유할 수 있는 적합도 높은 인재들을 찾아내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회사의 핵심가치를 무시하거나,
그리는 미래 비전이 다르다면 서로가 불행한 상황을 맞는다.
이에 혹자는 최고의 인재보다 최적의 인재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조직의 일상을 가감 없고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론도 진화 중이다.
메리어트 호텔은 자사 셰프(Chef)를 뽑기 위해 게임을 만들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곤 했고,
국내 한 통신사는 메타버스(AR/VR)를 활용해 기업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5. [문화와 제도] 채용 패러다임 쉬프트 전제조건
무엇보다 기업이 가진 조직문화와 제도적 준비가 없이는 이 모든 일들이 불가능하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게임/IT/커머스사 개발자 초임 경쟁을 기억할 것이다.
신입 개발자 채용을 위해 경쟁적으로 초임을 올리고,
이는 내부 직원들의 연봉 인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언제든 역량 있는 신입 개발자를 찾기 위해 보상제도 개편을 비롯해
사내 전 직원의 연봉 수준을 손보는 작업이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M/Z 세대의 선호에 맞추어 빠른 성장, 다양한 업무 기회,
로케이션 프리(Location Free) 업무환경 등이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인사제도의 준비, 민첩한 대응 역량이 없다면
조직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그야말로 제도는 전 임직원에의 업무 규칙(Work Rule)을 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스템과 IT 인프라도 놓치지 말자.
국내 많은 대기업들의 채용 시스템이 신입 공채 중심으로 개발/운영 중이다.
채용 시스템 자체가 채용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충족하고,
가장 편하게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모든 채용 활동이 시스템 위에서 운영된다면 채용 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들이 고스란히 축적되고
이는 향후 People Analytics에 활용될 금쪽같은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모을 수 있다.
그렇다. 채용은 여러 인사 업무 중 리드타임이 가장 짧을 뿐 아니라, 개인의 기본 정보 및
역량 관련 평가 Data가 집중되는 프랙티스다.
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Analytics의 재료로 사용한다면
기업은 채용 적중률을 향상하고, 나아가 면접위원의 질적 제고를 꾀할 수 있다.
최근 필자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고성과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위원의 특성을 밝혔다.
단기간에 수많은 지원자를 검증해야 하는 신입 채용 면접위원들이
어떤 경력을 통해 성장하고, 어떤 프로젝트들을 경험해야만
고성과를 낼 만한 신입사원들을 선발할 수 있는지를 밝혀낸 것이다.
People Analytics 프로젝트가 전방위로 확산 중이지만,
채용 분야에 이런 시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급해 놓고 보니, 그야말로 인재 채용의 패러다임 쉬프트라 하겠다.
후보자와의 관계, 채용 담당자의 역할, 면접위원의 역량 향상 등 챙겨야 할 일이 한가득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또다시 ‘고객(Customer)’이다.
채용팀의 고객은 지원자이자 우수인재다.
그들에게 우리 회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우리의 강점을 어필할 수 있는 마케터적 역량,
결국은 반드시 우리 회사를 선택하게 하는 세일즈 역량,
처음부터 끝까지 신입사원이 조직에서 자리 잡고 성공시키는 코칭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수시, 상시채용은 단순히 채용의 시기가 바뀐 것이 이다.
지금까지 생각해 온 채용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