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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Aug 16. 2018

내성적 리더가 조직정치를 키운다?

조직 내 역학관계에 대한 작지만 큰 착각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인과 함께 일하는 리더나 매니저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일의 특성이나 관계를 떠나 조직이 가진 '위계(hierarchy)'는 조직 구성의 전제조건일 뿐 아니라, 고유 속성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조직의 리더는 그 조직이 가진 일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만큼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조직 내 모든 사람들이 그의 생각과 말에 의해 새롭게 정렬(Alignment) 해야 하기에 리더의 상징성은 남다르다. 


  하지만 리더도 사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웃고 울게 하는 리더가 있기도 하고, 도통 저 사람 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도 있다. 개인차가 크고, 일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한 리더가 가진 기대 수준이나 소통방식은 다양하다 못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리더의 스타일을 파악해 내어 거기에 일정 부분 맞추는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된다.  


  오늘은 리더의 성격과 구성원의 조직정치 인식 정도를 다뤄보고자 한다. 이는 필자의 박사과정 초기 연구 주제였고, 지금도 이와 관련해 다양한 문헌을 탐색 중이다. 


  우선 조직정치 인식(Perception of Organizational Politics)을 쉽게 설명하자면, 구성원들이 느끼는 '우리 조직은 정치적인가?'에 대한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그 요인이나 원인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아주 직관적으로 우리 조직이 정치적이고 개인이 원하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 정치적 행동을 요구받는다면, 그 조직에 대한 조직 정치 인식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조직정치 인식이 높으면 조직 성과나 조직 구성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들은 상당하다. 대부분 구성원의 올바른 집단행동(조직 시민 행동)에도 나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조직 성과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가 조직정치라는 주장도 많다. 


  그렇다면  리더 성격과 조직정치 인식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룹 인터뷰 결과, 사람들은 리더가 내성적이면 조직 내 정치가 생긴다고 믿는 경향이 보였다. 실증연구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더 성격(외향적 vs 내성적)과 사내 정치는 무관하다. 하지만, 왜 이런 경향성이 나타났을까를 소개하면 인간의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리더가 내성적이라고 믿는 구성원은 리더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수가 물리적으로 적다고 느낀다. 그 리더의 역할이나 시간 배분에 상관없이 리더가 믿는 정보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리더는 일부의 목소리를 일반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확대 해석한다. 따라서 조직원들은 리더가 신뢰하며, 그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직간접적으로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겉으로는 아주 강하고 밝아 보이지만, 어느 순간 본인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 재충전이 필요한 내성적 리더(Intravertive Leader)들이 있다. 현재 담당하는 직책과 역할 때문에 일정 부분 연기를 하고 있는 리더들 말이다. 놀랍게도 그 리더 밑의 구성원들은 리더의 본래 모습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이 리더의 재충전 시간인지, 그 시간에는 리더를 그냥 놓아두어야 하는지, 언제쯤이 다시 문을 박차고 나오는 타이밍인지를 귀신같이 꿰뚫고 있었다.


  아주 간단히 설명했지만, 원인을 찾아보면 이는 다시 커뮤니케이션과 밸런스의 문제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획득하고, 충분한 정보가 모였을 때 판단을 하며, 이를 기반으로 행동에 옮기는 과정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구성원들은 흔들린다. 물론 구성원 개개인도 그 기준과 기대가 상이하겠지만 리더가 보이는 리더십 행동(Leadership Behavior)에 대한 시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정 부분 수렴한다. 구성원이 상호 소통하기 때문이다. 


  초기 연구 모델의 가설이 보기 좋게 틀렸지만, 사람들이 리더를 얼마나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지, 얼마나 촉을 세우고 생활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착각 속에 사는지를 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직원들의 기대는 하나일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들어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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