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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Mar 07. 2018

전략적 파트너에 대한 착각

어떻게 해야만 인사가 전략적 파트너가 되는가?

  우연히 책장에 꽂힌 'HR 챔피언'이라는 책을 열어보게 되었다. 인사 관리학 대가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울리히(David Ulrich) 교수의 책이 국문으로 번역된 시기가 정확히 15년 전이었다. 입사를 하고 인사팀에 배치되며 지도선배였던 사수로부터 처음 소개받았던 책이 바로 'HR 챔피언'이었다. 요약하자면, 인사의 역할은 크게 전략적 파트너, 행정 전문가, 직원 옹호자, 변화 주도자로 그 역할이 나뉘고 있으며, 하나하나가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파트너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언제 적부터 들어온 '전략적 파트너'인가? 필자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인사는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뿐만 아니라, 서구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HR 비즈니스 파트너(HR Business Partner)라는 직무명을 만들고, 사업부의 인사 관리 전반을 밀착 지원/관리하는 담당자를 운영한 지 오래다. 사실 직장 생활 초기에는 그 의미도, 역할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에서 인사업무를 하면서 현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과연 잘 하는 HR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아주 기초적인 질문을 던져보았다. '전략적 파트너란 무엇인가?'. 금세 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 필자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참석하여,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뜯어서 얘기해 보자.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참석 - 기업에서 최고 의사결정자는 단연코 CEO다. 물론 기능별로 C-level 임원들, CMO, CFO, CHRO 등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운영하는 조직도 많지만, 최고 경영진(Top Management Team)에서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CEO다. 한 기업의 CEO가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보가 필요하기에 최고 경영진 회의에는 주로 많은 CxO들이 참여하는데,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하는 사람 또는 기능은 전략적 파트너라 보기 어렵다. 똑같은 식으로 각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전략적 파트너라 불릴 자격을 갖게 된다.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가치 있는 의견을 제시 - 초대를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저 회의의 멤버이기 때문에 참석하여 벙어리처럼 말 한마디 안 하고도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전략적 파트너라 할 수 없다. 여러 대안에 대한 장/단점을 자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구조화해 이를 다면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전달된 사항들이 최종 의사결정 시 중요 고려 사항이 되도록 가치 있는 관점을 전달해야 하겠다. 인사전문가라면 인사 관점에서 A와 B 안은 어떤 장/단점과 위험요소들이 존재하는 지를 이야기 하고, 이 의견이 의사결정 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하면 할수록 그 가치는 높아진다. 


  지금 기업의 인사 임원 및 담당자들은 전략적 파트너인가? 길게 얘기한다기보다 두 가지만 체크하면 좋겠다. 

  1. 비즈니스에 대한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현업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HR이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이 그들만의 언어(terminology)로 대화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인사담당도 많다. 시장 상황, 경쟁환경을 비롯해 비즈니스 특성에 대한 기본적 이해(Business Acumen)가 있어야 대화가 된다. 수준 높은 기술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기본이 있어야 대화가 되지 않는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HR의 실행과제(HR Initiatives)만 한 가득 전달하고 돌아서는 인사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2. HR의 단위 활동(Practices)들이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렬(Alignment)되어야 한다. 누구를 위한 채용을 하고, 누구를 위한 평가를 하며, 역량 모델링과 핵심 인재 관리는 결국 누구 좋으라고 하는 일인가? 


  강제배분 평가 방식을 가장 먼저 만들었으나, 가장 먼저 버린 GE와 IBM을 보자. 이 평가 방식(HR Practice)이 현 상황(Business)과 고객(Employees)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 과감히 제도를 변경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글로벌 HR 제도 통합도 그렇다. 수많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HR은 글로벌 제도 통합을 자랑처럼 여긴다. 제도 통합은 보고하기엔 좋은 주제이나, 이를 맞춰가야 하는 세계 각국의 지사들은 곡소리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유럽/미국 사람들이 보기에 대한민국 HR 제도는 선진국 제도가 아니라 생각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전략을 실행하고 이를 계획대로 실현시키는 것은 사람(人事)이다. 인적 자원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인사가 전략적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지 않는 조직은 '분석-전략 수립-실행-성공'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필자 역시 현업에서 인사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위 질문들에 자유롭지 않다. 다만, 많은 인사 전문가들이 'HR은 전략에 가깝게 숨 쉬고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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