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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Feb 07. 2018

고액 과외의 함정

왜 값비싼 컨설팅은 성과를 담보하지 못하나?  

  우리 회사에서 두 달간 인턴십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이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경영학이 말하는 환경 분석, 전략 수립 등에 사용되는 도구들이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많은 학생들이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를 수행하고, 기업 분석과 전략 수립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기계적으로 SWOT(Strengths, Weaknesses, Opportunities, Threats) 분석이나, 맥킨지의 7S 분석 등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해 보곤 하는데, 그는 이런 방법론들이 탁상공론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필자 역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또 한 명의 학생으로서 때때로 경영학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성공/실패 사례들이 미래 지향적(looking forward)인 가치를 갖는다기 보다, 과거를 분석/회상(looking backward)하는데 그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저 성공 사례는 이런 프레임(분석도구)에서 보니 A, B, C 가 잘 돼서 그렇게 된 것이야.'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실은 어떨까? 수많은 기업들이 나름의 고도화된 도구들을 가지고 회사가 처해있는 환경과 위기, 기회 요인들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 수억을 들여 값비싼 전략 컨설팅을 받는 등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시장과 경쟁환경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자사의 전략을 수립한다. 그렇다면 이런 고액 과외(?)는 항상 효과적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들여다보자.


  가장 잘 알려진 분석 도구인 SWOT을 예로 들어 이야기하겠다. 이 분석 방식은 대학생부터 현재 기업의 최고 경영진까지 가장 보편적이고 손쉽게 사용되는 분석 툴일 뿐 아니라, 이 분석 하나만으로도 기업/개인의 수준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강점(Strengths), 약점(Weaknesses)은 기업 내부적인 요인들을 말한다. 또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은 외부 환경 하에 우리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 간단한 4분면 위에 현재 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과 내부 역량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다 보면 신기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분석의 결과가 이를 수행한 사람에 따라 사뭇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A라는 회사가 가진 역량을 강점으로 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약점으로 보기도 한다. 또 정부 제도나 시책의 변화를 기회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위협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쟁자들의 전략,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생각지도 못한 다른 산업군에 있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외부 요인에 넣어 고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런 것들은 고려하지 않고 순수히 기업을 둘러싼 단일 마켓/산업 만을 고려하는 분석가들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석 수준 자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분석의 결과가 달라지고, 이를 토대로 수립되는 전략이 달라진다. 분석을 얼마나 잘 해 낼 수 있는지 역시 조직의 역량이라는 뜻이다.


  고액과외 케이스를 보자. 내놓으라 하는 최고 수준의 컨설턴트들이 몇 달을 밤을 새 가며 내놓은 전략 보고서, 그 보고서 안에 놓여 있는 수많은 전략 과제들 중 몇% 가 실행되고, 또 몇 %가 시장에서 빛을 발하나?. 전략 컨설팅을 받으면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가?. 그렇지 않다.


  필자는 그 이유를 고가의 전략 컨설팅이 수행되는 중 아주 중요한 고려사항이 빠져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바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분석이다. 좋은 전략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의 준비(readiness) 상태, 또 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human resources)이라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컨설팅 과정에 빠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략 수립에 인사가 조직과 사람이라는 변수를 들고 깊숙이 참여해야 한다. 전략 컨설팅 보고서를 받아 든 전략담당 임원이 사장 보고 바로 다음날 찾아오는 부서가 바로 인사팀이다. 메시지는 동일하다. '지금부터 이 전략을 수행해야 하는데, 누가 할 수 있나요?', '없으면 뽑아야겠네요!'. 새로운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이 입사해 적응을 하고, 수많은 부서와 협업을 통해 전략을 수행시켜 나가는데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다. 6개월 후에도 경쟁환경이 동일하겠는가?


  분석 역량이 전략을 결정하고, 인적 역량이 그 실행을 가능케 한다. 툴이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어느 정도의 분석을 해 내는가?, 그 안에 우리 직원들의 역량은 고려가 되었는가? 가 그림뿐인 장표가 아닌 실행 가능한 전략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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