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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May 25. 2018

100번의 피드백보다  1번의 경청이 효과적인 이유

사람을 변화시키는 피드백은 생각보다 어렵다.

  최근 2~3년 새 글로벌 기업들의 평가제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최초로 강제배분(Forced-Ranking) 방식을 만들어 직원을 상위 20% 보통 70% 하위 10%로 분류하고, 가차 없이 하위 10%를 해고했던 잭 웰치(Jack Welch) 표 경영방식을 신봉하던 GE. 이들은 또다시 평가제도에서 혁신을 시작했다. 터치포인트(Touchpoint)라는 이름으로 인사평가체계의 성경처럼 지켜지던 강제배분 방식을 폐기한 것이다. 이후 IBM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이 이런 강제배분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평가제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핵심은 불필요한 서열화를 없애 상처받는 절대다수를 줄이고, 직원들이 정말 변화하고 발전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들을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일까? 제대로 된 피드백을 더 많이,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조직의 문화, 제도, 시스템을 갖추고 직원 상호 간에 건설적인 피드백이 오가도록 하는 다소 교과서적인 철학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에 최근에는 정기 피드백의 주기를 줄이는 것도 모자라 실시간 피드백(Real-time Feedback), 마이크로 피드백(Micro Feedback)을 장려한다는 이야기도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피드백은 자주 하고 많이 하기만 하면 좋은가?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 가지고 있을까?

  명심하자! 피드백은 어렵다. 보통의 에너지와 콘텐츠로는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피드백을 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상황이나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본인의 느낌이나 제한적인 사실만으로 피드백을 한다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일상적인 성과 피드백 이후 전체의 약 38%는 그 이전보다 성과가 하락한다는 연구결과[1]는 우리가 피드백을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정말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여 상대방이 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내 변화하기를 기대한다면, 피드백을 전달하는 '그 순간'을 오케스트라 연주하듯 구성해야 한다. 콘텐츠는 물론이고 시작부터 끝까지 미세한 감정 변화를 읽어가며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실 피드백이라는 것이 주는 사람 입장에서야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이 무엇이건 쉽지 않은 타픽일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칭찬을 해줘도 이를 잘 듣고 있지 못한 사람이 태반 아닌가?


  오늘은 피드백이 어렵다는 얘기를 잔뜩 늘어놓기 위함이 아니다. 진심으로 상대방이 더 나아지기를, 변화하기를 희망한다면, 일단 들어야 한다. 대충 들어선 안되고, 제대로 들어야 한다.

  1) 절대로 휴대폰이나 랩탑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롯이 집중해 들어야 할 뿐 아니라,
  2)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중간에 자르지 않고,
  3) 그 상황이나 상대방의 행동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며,
  4) 무슨 대안을 제시하려 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듣기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고, 자기인식(Self-Awareness) 수준을 높이며, 강약점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하고, 더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감정과 태도를 더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고 궁극적으로 더 협력적이고 순응적인 태도를 보인다[2].

  

  사람은 이성과 감성의 복합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모르는 사람에게 그 상황에서 내가 한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다면, 대부분은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하려 할 것이다. 특히 조직에서는 주로 상급자가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리더가 그저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하면 팀원들은 그 피드백에 압도당하곤 한다. 리더가 전지전능한 사람처럼 여겨져 오히려 직원들은 무력감에 빠지고 합리적 의견 교환이나 상황 설명의 의지를 잃는다. 피드백을 전달하기 전에 '경청'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 피드백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피드백의 기본 중 기본이다. 우선 듣자. 상대방이 듣고 보고 느낀 부분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피드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억해 보라. 누군가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의 얘기만을 들어준 기억이 있나? 필자는 얼마 전 코칭 세션을 통해 누군가가 나의 얘기를 온 힘을 다해 들어주는 효과에 대해 실감했다. 말을 하면서 내 속에 답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선 들어주자. 잘 듣기만 해도 이미 훌륭한 리더의 자질을 갖추었다는 이야기는 괜한 말이 아니다.


  본 포스팅은 2018년 5월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The Power of Listening in Helping People Change'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 Kluger, A. N., & DeNisi, A. (1996). The effects of feedback interventions on performance:
A historical review, a meta-analysis, and a preliminary feedback intervention theory. Psychological Bulletin, 119(2), 254-284.

[2] Itzchakov, G., Kluger, A. N., & Castro, D. R. (2017). I am aware of my inconsistencies but can tolerate them: The effect of high-quality listening on speakers’ attitude ambivalenc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3(1), 10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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