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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Jul 12. 2018

사장의 1분, 사원의 1분

시간당 인건비의 중요성을 당신은 아시나요?

  최근 한 기관에서 한·미·일 시가총액 100위 기업의 임원 보수 현황을 발표하였다. 국내 기업의 특이점을 보자면 10위 내에 6명이 오너 일가의 경영인이었고, 전문 경영인 4명은 모두 삼성그룹의 임원들이었다. 예전 필자가 모시던 한 임원의 말이 떠올랐다. 직장인은 모두 똑같다며 '많이 받고, 오래 받고 싶은 그 마음'이라는 농담 섞인 한마디가 왠지 더 사무치게 다가왔다.

(출처 : CEO스코어, 2018.7.8 일자 보도자료)

  직장인에게 연봉이란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고단한 노력의 결실일 뿐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갈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자, 때로는 권력으로, 때로는 연민으로 다가오는 복잡미묘한 존재다. 매일 같이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더 훌륭한 조건의 연봉을 제공받기를 희망하는 우리네 일상에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당신의 연봉을 시간/분단위로 쪼개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월급 25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의 시간당 인건비는 11,961원이고, 분당 인건비는 199원이다. 앞에서 말한 국내 최고 연봉자인 권오현 회장의 1시간은 무려 972만 원이며, 분당 인건비는 162,014원에 이른다. 바꾸어 말하면 권 회장의 경우 1분에 16만 원 이하의 생산성을 지닌 일들을 수행하는 것은 인건비를 낭비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월급 241만 원은 직장생활자 중위(50% ile) 소득에 해당, 소정근로시간 209시간 . 기준으로 계상 시]

  

  조직 내에서 시간당 인건비의 콘셉트를 항상 민감하게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포괄임금제를 선제적으로 폐지하는 기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 52시간 법제화에 따라 시간은 이제 유한한 자원이자 '돈'임을 모든 조직은 뼈솟깊이 세겨야 한다. 가령 사장, 상무, 부장, 차장, 과장이 각각 한 명씩 모여 1시간짜리 회의를 한다고 하면 그 회의는 얼마짜리 회의일까? 회의를 통해 기대하는 결과물이 그 값어치 이상인지 이하인지 챙겨볼 시기가 된 것이다.


  한 기업에서 사장이 주관하는 임원회의는 그 조직에 가장 비싼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 앉아 있는 가장 비싼 회의이고, 그 자리에서 크고 굵직한 의사결정들을 제때 내려주지 않으면 뒤를 이어 값비싼 회의들이 수 십 차례 열려야 함을 인지해야 한다.


  시간당 인건비의 또 다른 효용성은 권한 위임의 정도를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개인의 시간당 인건비보다 낮은 값어치 또는 낮은 생산성의 업무는 과감히 팀원들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접 챙겨야 할 부분들은 각자가 판단할 몫이겠으나, 많은 직장인들이 마이크로 매니지(Micro management)라고 부르는 그 고통스러운 리더의 행동은 분명 값비싼 주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해보자면,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자기가 주로 만나는 사람/고객과 보내는 시간에 있어서도 이 개념을 충실히 사용하길 기대한다. 누구를 만나 얼마의 시간을 보내야 함을 결정할 때 시간당 인건비의 개념은 빛을 발한다. 조직 내에서 계층별 커뮤니케이션의 수준과 범위가 자연스럽게 정해져 있는 이유도 이런 이유일 것이며, 사장이 신입사원들과 1:1 대신 Round Table을 운용하는 것 역시 시간당 인건비와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하겠다. 시간은 유한하며, 비싸다. 그간 우리는 시간과 비용의 관점에서 사람관리, 일 관리를 들여다 본적이 많지 않다. OECD 최고 근로시간의 명성은 괜한 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어쩌면 시간은 무한한 자원이며 팀원들의 시간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시간과 돈을 연계해서 들여다보아야 한다. 필자는 이 방식이 조직도 사람도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개인은 제대로 활용되고, 성과는 성과대로 만드는 기본 가정(Basic Assumption)을 수립하는데 이보다 쉬운 콘셉트가 없어 보여서이다.


  물론 인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인간의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를 무시하고 비용으로만 바라보자는 주장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 접근법이 모든 조직 문제를 해결하거나 더 위대한 성과를 담보한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이런 기초적인 개념이 없는 조직과 리더들이 낭비하는 시간과 비용은 계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을 인지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과연 당신의 시간당 인건비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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