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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Sep 15. 2018

준비 안된 리더의 위험한 운전

오늘날 인사가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 

  당신의 조직은 무엇을 통해 경영(Management)을 하고 있는가? 제조산업에서 지식기반의 디지털 산업으로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면서, 절대 권력을 가진 1명의 관리자가 모든 기술 영역에 전문가가 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혁신은 조직의 모든 영역에서 필수적이 되었고, 디지털은 젊고 재능이 넘치는 인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급격히 젊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민첩한 조직(Agile Organization)을 꿈꾸는 기업들은 끼가 넘치는 영 탤런트(Young Talent)들에게 과감한 권한 위임(Empowerment)을 제공하며 그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젊은 리더들이 탄생했다. 한 분야에 특출 난 전문성을 갖춘 젊고 패기 넘치는 매니저가, 단위 조직을 관리하고 이끌어 나가는 '매니저를 통한 경영(Lead by Manager)' 이 새로운 조직관리의 기준이 되고 있다. 


  슬로건은 멋졌고, 방향도 옳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실망스럽다. 처음 매니저가 되는 사람들에 대한 엄격한 선발 기준과 프로세스에서부터, 시의적절한 교육과 지원, 정보제공은 턱없이 부족했다. 매니저 선발은 또 하나의 채용이라 보는 것이 맞다. 전문성이 훌륭한 사람이 사람관리(People Managing)도 잘 할 것이라는 착각은 조직에 무면허 운전자를 들이는 일과 같다. 하지만 매니저 선발(자격) 기준을 가진 회사는 극히 드물 뿐 아니라, 매니저가 되는 경로 역시 천차만별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기존 매니저가 나간 자리를 바로 밑에 있던 직원이 떠밀려 앉게 되는 경우다. 사연이 어떻건 이런 일은 조직에서 비일비재하다. 


  매니저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생존 도구(Survival Tool Kit) 조차 안내되지 않은 채, 일단 일을 메우기 위해 발령을 낸다. 매니저 1일 차를 맞이한 신임 매니저는 그야말로 멘붕이다. 본인이 잘하고 있던 업무 스콥에서 한층 넓어진 업무를 부여받을 뿐 아니라, 이제 팀원 관리(People Management)도 요구받는다. 평가나 연봉협상이라도 진행되는 날에는 정신적 충격이 두배다. 시스템은 어디서 접속을 하는지, 현재 부서원의 연봉은 어디서 보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나마 친한 매니저 동료가 있으면 묻기라도 하겠지만, 내가 모르는 것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태이기에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루아침에 유리 감옥에 앉은 기분으로 모든 부서원들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느낌도 받는다. 사면초가로 윗사람은 팀원들의 심장이 팔딱거리게 만들라는 동기부여 미션도 전달한다. 앞이 캄캄 해지는 순간이다.  


  인사 부서는 발령을 내기는 하지만 시의적절한 오리엔테이션을 해 줄 여력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기업들이 매니저 발령 후 한참이 지나고서야 매니저 교육을 실시한다. 수시 인사발령이 일상화되기도 했고, 실시를 하더라도 일정 규모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발생한 신임 매니저들의 시행착오는 고스란히 팀원들의 경험으로 자리매김한다. 매니저가 채찍의 손잡이라면 팀원은 채찍의 끝이다. 매니저는 몰라서 실수를 했지만, 팀원들은 매니저 때문에 삽질을 했다고 믿는다.


  급작스럽게 매니저가 된 신참들은 하루아침에 외로움에 직면한다. 며칠 지나면 온갖 책임과 비난이 쏟아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좋은 뜻으로 승진시킨 신임관리자(매니저)가 순식간에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다. 또, 충분한 축하와 인정, 적절한 보상과 이에 대한 설명 없이 매니저가 된 사람들은 손익계산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게 매니저였어? 이런 것이 었다면 내가 왜 매니저가 된 거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매니저를 통한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지금 당장 매니저 선발과 양성 프로세스를 점검하고신임 매니저들을 지원하는 일에 신경 써야 한다. 매니저 생존 매뉴얼이나 하루하루를 헤쳐나갈 생활백서를 제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조직의 관리자가 되는 일이 축하받을 일이 되도록, '임명의 순간'을 디자인하는 것 역시 소홀해서는 안된다. 


  명심하자! 생전 처음으로 매니저가 된 사람들은 그들의 관리 역량 때문에 매니저가 된 것이 아니다. 관리 역량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이 업무 역량이 뛰어나 매니저가 된 경우가 태반이다. 더 무서운 점은 일단 매니저가 되면 그 뒤로는 계속 해 매니저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리더는 조직 그 자체라 했다. 매니저가 흔들리면 조직이 흔들린다. 매니저를 통해 경영을 하고자 하는 조직은 이 점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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