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신뢰 잔고는 어떻게 채워지는지에 대한 간명한 응답
리더십 홍수의 시대다. 오만가지의 리더십들이 눈만 돌리면 보이는 시대다. 인사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리더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떻게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렇듯 리더십은 필자가 항상 고민하고 듣게 되는 일상적이고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오늘은 다소 식상한 주제처럼 느껴졌지만, 인사이트가 있었던 아티클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왜 리더를 믿을까?(Why People Believe in Their Leaders - or Not)'라는 제목의 글이다. 리더십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인식과 관계에 관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뿐 아니라, 한 번도 나 자신에게 제대로 질문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왜 나의 리더를 믿을까?'
이 연구에 의하면, 리더에 대한 믿음(Credibility)은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바로 리더의 역량(Competence)과 신뢰성(Trustworthiness)이다. 역량은 리더가 풍부한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지금 담당하고 있는 일을 훌륭하게 수행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를 말한다. 두 번째 요소인 신뢰성은 리더가 추구하는 가치(Value)와 누적된 행동을 바탕으로 그가 믿을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한다. 두 항목 모두 리더가 보여주는 일과 성과, 사람과의 관계 등을 직간접적인 관찰과 경험을 통해서 해석한다.
사람의 인식(Perception)이라는 것은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들을 포괄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한다. 리더의 자기 인식 수준, 조직 가치의 내재화 정도, 새로운 학습에 대한 열정, 희망을 말하는 빈도까지 광범위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형성된 구성원의 인식은 어떤 형태로든 역량과 신뢰성에 영향을 미친다.
아티클은 어떻게 하면 믿음을 쌓고, 어떻게 하면 신뢰를 잃는지 간략하게 정리해 놓았다.
위 그림에서 설명하는 바를 요약하면, 믿음직스러운 리더가 되기 위해선 역량과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 미래를 말하고, 조직 성과에 집중하며, 직원들을 위하고, 과감한 실행력을 보여주는 리더. 나아가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는 역량 있는 리더로 인식된다.
- 일관된 메시지와 행동을 보이고, 조직과 직원을 보호하며,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 또,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절한 조언을 제공하며, 투명하게 소통하고, 직원들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리더는 신뢰감이 있는 리더로 여겨진다.
반면 믿음을 잃는 리더의 행동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않거나, 독선적 행동을 밀어붙이는 리더. 직원들을 칭찬할 줄 모르고, 직원과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분란을 일으키며, 소통을 잘 하지 못하는 꽉 막힌 사람은 역량이 부족한 사람으로 비추어진다.
- 비 윤리적인 조직 분위기를 만들고, 진실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며, 본인을 위한 행동을 하는 사람. 일관성이 없고, 자기 보호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나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리더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이었다.
일견, 너무 당연한 내용들을 잘 요약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알토란 같은 조언이 함께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부분은 주의 깊게 보아도 좋다.
첫 번째로는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안 하거나 실패한다고 해서 꼭 신뢰를 잃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빠르게 실행하고 성공하는 리더의 모습은 그가 역량이 있어 보인다는 인식을 준다. 반면, 신중한 검토를 위해 시간이 걸리거나, 실행한 일을 실패한다고 해서 역량이 없다고 인식되지는 않는다. 또 하나는, 미래를 강조하고 비저닝(Visioning)하는 행동은 역량 있는 리더의 모습으로 여겨지지만, 과거를 강조하고 돌아본다고 해서 꼭 자질 부족으로 여겨지지는 않는 식이다. 리더들이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믿음을 져버리는 행동을 안 한다고 해서 곧바로 신뢰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팀원들은 역량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정보를, 신뢰성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정보를 훨씬 더 중요하게 소화한다. 즉 한 번의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역량 있는 리더로 자리매김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그 이후에 일어나는 실패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지'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신뢰성에 대해서는 단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인 흉터를 남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이 그간 쌓아 놓은 믿음 잔고를 한 순간에 날려버린다.
마지막은 한번 잃은 믿음은 좀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직원들은 역량이 부족한 점 보다 비윤리적인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했다. 우선 필요한 것은 반복적/지속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선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이 믿을만해야 비로소 역량도 눈에 들어온다.
글을 읽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에토스(Ethos)가 떠올랐다. 수사학에 등장하는 로고스(논리), 파토스(감정), 에토스(화자) 중 하나인데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믿을만한 사람인지에 따라 듣는 사람들이 그 컨텐츠를 믿을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믿음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차곡차곡 저금통을 모으듯 언행을 적립해 나가야 한다.
당신의 리더는 어떻게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출중한 역량 때문인가, 단단한 신뢰감 때문인가?
본 포스팅은 MIT Sloan Review, 2018년 가을호의 'Why People Believe in Their Leaders - or Not'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