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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Nov 03. 2018

'학습'이 학습되지 않은 조직

흡수 역량이 없는 조직에 혁신이 일어날 수 없는 이유

  스마트 폰이 처음 선을 보이고 10돌을 맞이 했다. 이제 누구나 스마트 폰에 어마어마한 정보를 저장하고, 본인의 스마트 폰과 1시간만 떨어져 있어도 불안감을 느끼는 세상이다. 스마트 폰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스티브 잡스가 처음으로 세상에 아이폰을 소개하던 키노트 스피치에 잘 나타나 있다. 완벽하게 새로운 경험이라며 화면에 인터넷, 전화, 음악의 대표 어플이 계속해 돌아가는 장면을 보여주고는 이 세 기능을 모두 합친 하나의 디바이스라며 아이폰을 소개했다. 그렇다. 완전히 새로운 기능으로 눈을 떴다기보다는 이미 있었던 기능을 합치고, 연결해서 만든 작품이 아이폰이라 설명한 것이다.

2007년 iPhone 발표 키노트 스피치에서 위 세가지 이미지를 보여주며 이를 모두 합친 아이폰을 소개

  애플의 광고 슬로건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에 정확히 부합하는 스마트폰의 발명으로 우리는 기존의 있던 현상, 사물을 어떻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연결하고 합치며, 더 편하고 발전된 제품을 만드는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오늘은 '흡수 역량(Absorptive capacity)'을 소개한다. 조직이 혁신을 위해서 외부 정보의 가치를 판단(Recignize)하고, 이를 완전히 이해하고 소화하여(Assimilate), 자사 제품에 적용(Apply)하는 역량을 말한다. 외부 지식과 자원의 활용은 혁신 프로세스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요즘 시대 대부분의 혁신은 발견(발명, Invention)보다 외부 자원의 결합과 활용(Borrowing)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만큼 흡수 역량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 혁신을 가능케 하는 전제조건이다. 쉽게 말하자면 마치 스펀지처럼 외부의 지식을 얼마나 흡수하고 빨아들일 수 있는지를 말하는 컨셉이다.


  흡수 역량이란 개인이나 조직이 가지고 있는 사전 지식에 새로운 지식을 더 해가는 과정이다. 흡수 역량과 관련된 주요 연구결과들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기존에 다양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필요시에 기억해 내는데 유리하다. 제2 외국어처럼 한 가지 일을 배워본 사람이 다른 일을 배울 때 더 빨리 학습하며, 다양한 경험과 배경지식이 늘어날수록 종합적인 사고력이 뛰어나다. 명심하자. 흡수 역량은 단순히 지식에 노출되는 것으로 향상된다 볼 수 없다. 상당한 시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습득된 사진 지식이 있어야 새로운 지식을 판단하고,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다.   

 

  조직에서는 어떨까? 외부 지식의 획득, 이해뿐 아니라, 활용이 진정한 목적인 만큼 조직의 흡수 역량은 개인의 그것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조직의 흡수 역량은 이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흡수 역량에 영향을 받지만 단순히 그 합계라 할 수 없다. 특히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체계와 방식인데, 외부와 내부 조직, 내부 부서들 사이의 소통은 흡수 역량의 핵심이라 하겠다. 또 한 조직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전문지식, 이를 보유하고 있는 개개인의 특성과 분포에도 영향을 받는다.


  흡수 역량은 궁극적으로 지식이나 정보를 탐색하고, 이에 대한 가치를 알아보는 일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개인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한 구성원이 자신이 발견한 금쪽같은 정보를 조직에 소개하는 일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외부에서 획득한 지식과 내부 지식수준의 차이가 클 때는 이를 발견한 전문가(Gate Keeper)가 외부 정보를 해석(Translate) 해 주어야 하는 일도 필요하다.

 

  더욱이 조직의 흡수 역량은 대부분 내부 메커니즘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한 개인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다 하더라도 이를 조직에 맞게 통합하고 적용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내부에 적절한 전문가가 없을 경우 이는 그저 반짝하고 깜빡이는 아이디어로 치부된다. 또한 이를 소화하고 풀어나갈 전문 인력이 없다면 내재화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직 전반의 공유지식이나 전문성 수준도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좋은 개념을 소개해도 상대방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거나 수준 차이가 나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하기란 불가능하다. 부서 내 교류, 부서 간 교류 수준도 흡수 역량이 조직 내에 자리 잡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새로운 지식 정보가 확산되는 과정을 상상해 본다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무섭게도 흡수 역량은 꾸준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쇠퇴하고 사라진다. 개인이 훌륭한 정보를 제공한다 해도, 조직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준비(readiness)나 프로세스, 구성원들의 마인드 셋이 없다면 이는 사장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IT나 테크 관련 산업에서 기술 속도에 맞추어 적절한 조직 학습이 되어 있지 않다면, 뒤늦게 이를 따라잡고 활용하기까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오늘날 혁신의 시작이 외부의 다양한 정보를 연결하고 이를 활용해 무언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기업은 반드시 끊임없는 학습(Continuous learning)이 일어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학습이 연습되지 않은 조직에 흡수 역량이 생겨날 리 만무하다. 새로운 정보를 찾는 노력과 시간이 환영받지 못한다면 내재화는 소원하다. 무엇보다 호기심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거대 기업 IBM이 변신에 성공한 이유, 변신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를 들 때 'Think 40'제도를 빼먹는 경우가 없다. 전 세계 약 40만 명의 직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매 해 40시간 이상 자기 학습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얼마 전 Forbes 기사에서도 그들은 시대의 변화, 조직의 변신을 꿈꾸며 직원 교육에 1조($1B)를 투자했다고 말했다. 무섭고 대단한 조직이다.


  몇 해 전 한 CEO와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그는 여전히 1시간 정도 집중해 무언가를 읽을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렇다. 오늘날 경영진 중 무언가를 집중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읽을 수 있는, 학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일간 당연하다. 주요 업무는 의사결정과 미팅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파고들어 학습하는 시간을 만들기란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풋(Input)이 없으면 아웃풋(Output)도 없다.


  잊지 말자. 학습하는 사람이 없으면 외부 혁신 기회나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본 포스팅Wesley M.Cohen과 Daniel A.Levithal 교수의 'Absorptive Capacity: A New Perspective on Learning and Innovation' 논문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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