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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Dec 08. 2018

'평가'는 답이 없다 믿는 당신에게

평가만 잘해도 회사가 바뀐다

  또다시 연말 평가 시즌이 돌아왔다. 매일같이 처리해야 할 일들에 폭 빠져 정신없이 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연말 평가는 사뭇 중요한 의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간 해 온 일들을 정리하고 지난 1년의 업적과 성과에 대한 성적표를 받아 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겪으며, 때로는 내년에 받게 될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새로운 일을 부여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평가는 답이 없다'는 이야기는 끝이날 줄을 모른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한 15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마련해도 사람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할 뿐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피평가자의 수용성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대 차이가 심해지면서 커뮤니케이션 방식 자체가 달라 생기는 간극도 크다. 특히 일부 기성세대는 여전히 직접적인 칭찬과 개선 사항을 표현하는데 소극적이다. 면담 시간 내내 주변을 맴돌다 평가 피드백을 했다고 주장하는 리더도 상당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가가 답이 없는 이유는 리더들이 평가에 투입하는 절대적인 시간과 에너지가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하라고 하니 흉내만 낼 뿐이지 제대로 된 피드백이나 개인의 성과와 역량에 대한 평가를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쏟는 시간은 터무니없을 정도다. '평가'란 조직생활을 하며 매니저로서, 동료로서 수행하는 가장 난이도 높은 프랙티스 중 하나다. 하지만, 이를 연말 정산처럼 1년에 한 번 해야 하는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매년 평가제도 개선을 위해 인사부서가 쏟는 시간 역시 상당하다. 좋다는 제도는 다 가져다 붙여봐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평가를 실행하는 사람들의 개인 편차가 워낙 크고, 평가자들이 온전히 평가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평가를 할 수 있는 전제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적어도 아래 세 가지를 체크하고 하나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한 사람과의 평가 면담을 미루는 것을 추천한다. 


  [모르는 상태에서 절대로 평가하지 말자]

  피평가자가 수행한 그간의 시간과 기록을 모르는 상태라면 절대로 평가 해선 안된다. 사실 피평가자가 무엇을 해 왔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평가를 진행하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아주 제한적인 협업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여러 가지 관념과 평판을 버무려 평가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리더십 교육에 단골손님 '피드백'과 관련된 내용을 들여다보면 백이면 백, 사실(Fact)을 기반으로 피드백을 하라고 말한다. 리더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을 했는지, 누구와 함께 어떻게 이루었는지, 나한테만 잘하는지, 동료에게 필요한 사람인지 등 가능한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

  이에 국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동료평가가 리더에게 좋은 무기가 될 것이다. 리더 한 명이 모든 것을 알 수 없기에 함께 협업을 수행한 동료들이 각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인풋을 더해 준다면, 결론적으로는 리더에게 충분한 총알이 준비되는 셈이다. 구글의 동료평가가 한창 관심을 받던 6년 전, 동료 평가제 도입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서 이를 탄탄하게 진행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이는 바로 다음의 문제와 연결된다. 


  [평가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자]

  동료 평가를 주장할 때 수많은 리더들에게 들었던 얘기가 있다. 그 시간에 돈을 벌어와야지 어디 다른 동료들의 평가 코멘트를 달아 주고 있냐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였다. 따지고 보면, 바로 밑의 사람을 평가할 때도 리더가 평가를 위해 들이는 시간은 많지 않다. 다 알고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척하면 척이지 라는 자만감도 더해진다. 특히 고과 돌려먹기가 만연한 조직에서는 평가를 하기 전부터 상위고과자가 정해져 있다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 승진을 앞둔 사람에게 고과를 밀어주고, 내 순서가 되면 받게 된다는 무언의 약속 말이다. 답을 정해 놓고 대화를 하는 것은 평가자나 피평가자에게 고통에 가깝다. 이를 막기 위해 일부 회사에서는 고과 돌려먹기 지수를 개발해 이를 부서장의 평가 역량 수준 판단에 활용하기도 한다. 

  어떤 툴을 가져다주더라도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선 리더가 평가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피평가자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 피평가자의 업무 성과, 현재 팀 내 역할, 향후 커리어 계획에 더해 약간의 개인적 관심(가족 및 기타)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매일같이 함께 일을 하는 사이라도 평가를 하자면 고민을 해야 한다. 더욱이 피평가자가 무언가를 개발하고 발전시키기를 원한다면 이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을 들여야만 한다. 투자 없이는 절대로 성과가 없는 것이 평가다. 


  [빈말하지 말자]

  진심의 힘을 믿는지 묻고 싶다. 사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진심을 담고 있는지 아닌지는 굉장히 쉽게 감지된다. 누구나 경험이 있지 않은가. 특히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가 얼굴을 맞댄 상태로 오가는 평가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짓는 표정, 말투, 숨소리까지 매우 민감하게 감지된다. 순간의 상황을 훌륭한 연기력으로 넘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빈말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그 이후에 벌어지는 후폭풍의 크기를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가란 한 사람의 1년 성적표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감사와 아쉬움을 표현하는 자리라 했다. 피평가자 입장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자리가 없는 것이 사실일 뿐 아니라, 이 자리에서 오간 대화는 피평가자에게는 그 자체가 지난 1년의 전부다. 특히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하는 리더들이 많다. 굳이 그런 얘기를 꺼내 피평가자가 위축되거나 풀이 죽게 하고 싶지 않다는 핑계들을 댄다. 이렇게 되면 피평가자는 본인이 잘한 것만을 듣게 된다. 이후 평가 결과가 이와 상이하면 또 다른 불만이 생기고, 이는 조직 몰입을 저해하게 되고, 개인 간 관계의 간극을 만드는 등 수많은 문제의 시작점이 된다. 

  감히 인사를 하면서 가장 악순환의 고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이런 빈말이다. 잘하고 있다, 함께 할 것이다, 어떤 기회를 줄 것이다 등의 빈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대를 하게 하고, 어느 순간 이 기대가 무너질 때 나오는 행동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은 상상 이상이다. 


  사실 10년 전부터 시작돼 온 수평조직의 대팀제는 1인 평가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리더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언제나 있었고, 미들 마이티라고 불리는 계층의 소외도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리더 한 명이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그저 등급을 매기는 일에 한계를 느껴 강제 배분 방식을 포기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런 평가 등급이 시대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도 수 없이 들린다. 이에 내놓으라 하는 기업에서 평가제도와 관련된 개선 작업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아지는 듯싶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어난 사실을 기반으로, 진심을 담아, 그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대화(Feedback)를 가급적 자주 나누는 방향 말이다. 평가는 객관적 이어 보이는 도구 위에, 모든 주관을 담은 결과물 하나를 내려놓는 종합 예술이다. 모든 다이내믹스와 감정이 어우러져 내려지는 의사 결정일뿐 아니라, 피평가자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연말 평가를 앞둔 리더에게 부탁한다. 평가만 제대로 해도 조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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