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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Jun 08. 2018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

사람은 안 변한다고 굳게 믿는 당신에게 

  조직과 사람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기술과 경쟁환경이 더욱 빠르게 변하는 요즘 세상에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상투적인 말 자체가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위기'라고 말하며 무엇이라도 변화시켜야 할 것 같은 조급증이 드는 것은 비단 한두 명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변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이 쉽게 변하나?'. 혹자는 이미 성인이 돼버린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그저 흉내를 낼 뿐 본질은 바뀔 수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 조직에서 실시하는 수많은 리더십 교육을 들여다보면, 개인별 리더십 진단(Individual Leadership Assessment)이 일반화되는 트렌드이다. 한 리더의 기질, 성격, 리더십 행동 등을 그의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에게 묻고 이를 자세하게 분석해 주는 방식이다. 본인이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알려주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목적은 하나다. 본인의 강/약점을 파악하여 더 나은 리더로 변화하기를 희망해서다.

  다시 질문해 보자. 사람은 변할까? 

[사례] 6가지 유형으로 분석이 되는 개인별 리더십 진단 결과: 본인이 느끼는 리더십 스타일과 팀원들이 느끼는 리더십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와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성인이 변화할 수 있는 경우는 단 하나라고 보면 된다'는 주장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자기 자신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인간은 변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변화의 이유와 기대하는 수준을 정하고, 그대로 변화하겠다고 온전히 맘을 먹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앞에서 이야기한 리더십 진단으로 돌아가 보자. 값 비싼 진단비와 여러 직원들의 시간과 노력을 개별 리더십 진단에 쏟아붓는 이유는, 리더 개인이 모르던 영역을 알게 하여 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이후 진단지를 받아 든 리더는 아래와 같은 심리상태에 놓이는데, 이를 변화를 시작할 때 만나는 사라(SARA)라고 부른다. 

Feedback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SARA Curve


  Surprise(놀라움) - 본인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이 평가해 준 나 자신을 만나게 되면 우선 어느 항목이건 본인이 모르고 살던 부분과 본인이 평가하는 자신 / 타인이 평가하는 자신이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히 나는 온화하고 친근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지만 팀원들이 느끼기엔 카리스마 넘치는 지시형 리더인 경우다.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을 알게 되면 일단 흥미롭고 놀랍다. 


  Anger(분노) - 하지만, 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감정이 바로 분노다. 누구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목표 또는 되고 싶은 모습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리더십 진단 결과들은 지금 현재 그/그녀에 대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본인이 그리던 이상(理想)과는 거리가 있음을 여과 없이 말해준다. 특히 팀원과 리더의 인식차가 크면 클수록 허탈한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화가 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Resistance(저항) - 기대와 현실의 거리를 맞닥뜨리고 지금부터 강화 또는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보이면, 인간은 누구나 이를 거부하기 마련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하는 것은 불편하고 어색하고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편하게 잘 살아왔는데 무언가를 새롭게 하라고 하는 것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단계에서 일부 리더들은 복수(Revenge, Retaliation)를 꿈꾸기도 한다. 진단에 참여한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Accept(수용) - 이 단계는 저항(Resistance)을 얼마나 잘 극복했는지에 따라 일부는 만날 수 있고, 일부는 아예 만날 수 없는 단계다. 심리적으로 완전히 소화가 된 상태로 이제 본인에게 물으면 내가 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변화를 하면 무엇이 나에게 좋은지(What's in it for me?)도 명확하다. 


  사람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다. 나만의 어젠다(Agenda)와 도그마(Dogma)가 이미 형성되어 있고, 이 속에서 살아가는데 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인간이 유일하게 변화할 수 있는 시작점은 자기 자신의 의지라는 점은 설득력이 있다. 


  지금 한 조직을 리드하는 관리자라면, 숙제는 두 배다. 본인이 변화하기 위해 본인을 설득하고 그 필요성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팀원들의 변화를 이끄는 일이 리더 앞에 함께 놓여 있다. 

  우선 무턱대고 요구받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본인의 방향을 잃지 말자. 백날 변화하라는 소리를 들어봐야 효과가 없다. 하나라도 나에게 필요한 변화를 위해 마음먹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무턱대고 변화를 지시해서도 안된다. 이는 팀원들도 소화를 못하기 때문이다. 리더라면 이 대목에서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더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변화가 그/그녀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넛지(Nudge)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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