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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Mar 01. 2018

수평조직은 만병통치약인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직 구성의 전제 조건

  최근 혁신의 아이콘인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조직 차원에서 관심을 갖게 된 키워드가 바로 '수평조직'이다. 조직의 위계와 격식을 없애면, 보다 자유롭게 소통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뿐 아니라, 스피드와 민첩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었다. 자연스럽게 '수직적 조직, 위계적 조직'이라는 단어는 마치 뭔가 구태의연하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듯한 안 좋은 어감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CEO, CHRO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인 조직 구성. 오늘은 수평조직과 수직적 조직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수평조직]  

  수평조직이라는 컨셉이 본격적으로 기업경영에 도입된 시발점은 1988년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새로운 조직의 도래(The Coming of the New Organization)'라는 글을 기고하며 '정보와 지식이 기업의 경쟁우위가 되는 새로운 경영환경 속에선 수평조직이 답이다'라고 주장했다.  

  드러커는 '모든 명령의 전달 단계, 즉 위계 단계마다 잡음은 두 배로 늘어나고, 메시지는 반으로 줄어든다.'라는 정보이론에 근거하여 조직의 명령 계층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조직구조 설계의 핵심이 될 것이라 말했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 등 수평조직을 기반으로 한 혁신의 아이콘들이 속속 출현하며 수많은 기업들이 수평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IT 공룡들의 조직구조를 보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이외에 모든 직원들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성과물에 대한 거침없는 토론과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통해 최고의 혁신기술을 만들어 냈다. 최근 구글의 회장 에릭 슈미트는 그의 저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조직 구성의 첫 원칙으로 수평적인 관점을 유지하라고 했다. 단, '전문성과 창의력을 가진 인력이 구성원으로 있어야만'이라는 전제를 달았는데, 이들이 쉽고 빠르게 의사결정권자를 만나게 해주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줄 때 비로소 수평조직이 제대로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계 조직, 수직조직] 

  전통적으로 '조직'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계층, 즉 다단계의 위계를 가지고 있는 수직적 조직을 살펴보자. 엘리엇 자크(Elliott Jaques)는 1997년 'The Requisite Organization(필수 조직)'이라는 저서에서 관리적 위계(managerial hierarchy)가 효율성과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hierarchy, 위계야 말로 자연의 섭리, 자연이 만든 창조물이라 했는데, 나무만 보아도 뿌리-줄기-잎으로 구성된 hierarchy 체계가 있으며 생태계에도 먹이사슬 등과 같은 위계가 갖추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에릭 슈미트도 '사람들은 수평조직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내심 계급적인 조직을 갈망하기 마련'이라고 했으니 이 설명 역시 일리가 있다.    

  특히 국내 한 연구진은 위계를 가진 조직이 조직 학습역량과 역동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적정한 위계를 가진 조직의 중간계층이 정보전달의 브릿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조직의 역동적 능력, 조직 전체의 학습효과를 증가시킨다는 것인데, 수평조직에서 한 명의 리더가 다수의 직원을 학습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조직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적절한 위계질서를 갖는 것이 오히려 성과창출과 효율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 듯 수직조직과 수평조직은 나름의 조건들이 만족될 때 그 효과를 발휘한다. 
즉, 수평조직을 위해선 팀원 전원이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팀일 때 효과성이 높아진다.
반면 수직적 조직은 상대적으로 팀의 규모가 크고, 신입사원처럼 학습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배치될 때 더 효과적이다.
 


  공채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규모 신입사원을 뽑는 한국기업들과, 전문성을 보유한 경력사원을 중심으로 인재를 수혈하는 미국/유럽 기업의 예에서 보듯이 채용제도 또한 이런 조직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환경, 업의 특성, 조직문화를 비롯해 팀의 규모, 업무 프로세스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급작스러운 조직 변화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 많은 국내 기업들도 앞다투어 수평적 구조와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가진 조직설계에 여념이 없다. 특히 기존 5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직급체계를 두, 세 단계로 통합하거나, 직급 호칭을 없애고 모두 '님'으로 부르는 등 위계를 줄이고 보다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글로벌 트렌드라며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 수평조직과 수직조직의 전제 조건들을 면밀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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