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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방콕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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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디킴 Apr 12. 2019

<방콕일지>를 시작하며

다이어리 형식의 일상 큐레이팅

매일 나 자신과 하는 약속


본격적으로 자취를 시작한 지 4년이 돼간다. 아침은 간단한 토스트와 계란으로, 시간이 날 때는 아보카도를 토스트에 얹거나 양파를 썰어 오믈렛 만들기도 한다.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수업을 들으러 학교로 간다. 한 학기만 지나면 졸업인데, 일을 하러 집 밖으로 나가는 나의 모습은 크게 바뀔 거 같지 않다. 집에 있는 날에는 요리를 해 먹는데, 밥솥이 고장 나 매번 냄비밥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어차피 곧 새로운 곳으로 가니깐 참고 사는 중이다. 저녁은 0.5인분 정도 최대한 가볍게 먹고 밤에 운동을 하러 나간다. 이렇게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면 밤 11시쯤이 된다. 살짝 허기진 배와 피로가 쌓인 몸을 데리고 침대에 누우면 잠은 금방 온다. 자기 전에 책을 피긴 하는데, 별로 효과적이진 않다. 그래도 매일 한 페이지라도 꾸준히 읽는 게 목표다.


취미로는 기타 치는 것하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하면 눈이 피곤한데, 기타를 치면 눈을 쉴 수 있어서 좋다. 영화는 간단하게 보고 싶을 땐 침대 위 노트북으로, 제대로 보고 싶을 땐 거실 티비로, 아니면 근처에 83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인디극장을 가기도 한다. 일주일마다 주제를 정해서 영화를 보여주는데, 좋은 영화가 많아서 10번 볼 수 있는 쿠폰을 사서 본다. 


얼마 전에 읽은 알베르 카뮈의 <사막>이란 단편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는 행복이 너무나도 괴로운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차라리 행복 그 자체보다는 행복의 약속이 더 낫다고 느껴진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도 아직은 행복이란 단어가 어색하다. 20대를 잘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은 언제나 있다.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또 부모님 밑에서 자라는 자식으로서의 의무감이 서서히 없어지면서 목적을 잃은 시간들은 나에게 커다란 공허감을 준다. 갖가지로 채우려고 노력 중이다. 이걸 행복해서 한다고 말하기엔 망설여진다. 대신 행복의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훗날 행복이란 것이 찾아온다면 준비가 될 수 있게, 오늘 나는 운동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좋은 글을 찾아다닌다. 매일 이렇게 나 자신과 약속을 하는 것이다. 


<방콕일지>는 나의 일기다. 일상을 돌아보며 좋았던 것들을 기록할 예정이다. 요즘 듣는 음악, 감명 깊은 영화, 기억에 남는 글, 새로 도전한 요리,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 등등 일상에서 마주친 것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적고 싶다. 나의 일상을 이렇게 주기적으로 정리하다 보면 20대로서의 나의 방향이 조금 뚜렷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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