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더 우울하게 #1

5년 차 조울증 환자의 폐쇄병동 일기

by 찬빈

2025. 2. 14

낮에 자해 기록지를 쓰다가 나는 병동에 와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고

집에서도 가족들에게 피해만 준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여기서의 문제가 가족들과의 문제와 연결되어 더 큰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는 걸 느꼈냐고 여쭤보셨다. 그렇게까지 생각 못해봤는데...

한참 눈물이 났던 건 그런 이유일수도 있겠다.


2025.2.16

같은 방 언니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남자친구가 자해하는 나를 받아들이기 힘들까?라는 내 물음에

"언젠간 타인에게도 해를 입힐지도 모르니까 그럴 수 있지."라 답했다.

큰 충격이었다.

내 자해가 정말 타인에게도 해를 입힐지 모르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보일까?

오빠도 내 자해 흉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할까? 아님 그냥 징그럽고 역하다고 속으로 욕이나 할까?

남을 속상하고 무섭게 하려고 일부러 한 자해가 아닌데. 내 정신이, 내 마음이 아직 온전치 않아서

내가 이렇게 아프다고, 내가 이렇게 살고 싶다고 표현하는 마지막 발악인데.

이걸 누가 알아봐 줄까. 이걸 누가 위로해 줄까. 외롭다


2025.2. 17

또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아픔은 가짜가 아닐까? 나는 가짜일지도 모르는 이 병과 또 몇 년을 싸워야 할까?

진짜라고 하더라도 나는 정말 이 아픔을 평생 관리하며 살 수 있을까?

조울증은 당뇨와 같이 평생 가지고 가는 만성 질병이라던데..

나는 평생 함께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지겹다.

같은 말만 몇 년째 반복 중이다. '지겹다 지친다. 무력하다. 슬프다. 억울하다.'

이 감정들은 이제 나와 하나가 되어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

어디까지가 병이고 어디까지가 진짜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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