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조울증 환자의 폐쇄병동 일기
2025.2. 18
저녁에 아빠가 힘든 일이 있으면 그냥 아빠 탓을 하라고 했다. 고통은 나 하나로 충분하다.
누군가 나로 인해 또 슬퍼하고 또 아파하지 않길 바란다. 혹여나 내가 더 빨리 이 세상을 떠날지라도.
다들 내가 학교를 또 포기할까 두려워한다.
집에 박혀사는 식충이. 시도 때도 없이 입원하는 민폐환자. 매일 안부를 묻기도 귀찮은 아픈 친구.
내가 곁에 있지 않았으면 하는 압박으로 느껴진다. 그저 도망가고 싶다.
2025.2. 19
저녁에 엄마와 통화를 하다 울었다. 병동 사람들이 내가 운 거 다 알 것 같다. 엄마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빈아 사랑해.
내가 너무 미웠다.
솔직히 나는 우리 가족이 모두 나와 남이 되길 바란 적도 있다. 내가 편히 죽고 싶어서. 내 고통이 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아서.
병은 사람을 참 이기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