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더 우울하게 #4

5년 차 조울증 환자의 폐쇄병동 일기

by 찬빈

2025.2.23

산부인과 바로 위에 정신과 폐쇄병동이 있다. 축하받는 탄생의 순간 위에 죽고 싶은 마음들이 사는 건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아이의 첫 심박음이 울릴 때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을 고대한다. 그리고 하나 더, 너는 나처럼은 살지 말기를.


죽고 싶다는 생각에 잠겨서도 책을 읽었고, 대화를 나눴고, 잠을 잤다. 어쩌면 나의 삶은 평생 이렇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수없는 생각들과 싸워가며 평범하고 또 평범하게. 남들이 진짜 나를 알아챌 수 없도록. 굳이 그렇게까지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애써 외면한다. 내가 아직 삶에 미련이 남은 탓인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선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집에 가서도 잠을 잘 잤으면 좋겠다. 약 먹고 바로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 술 먹고 자해도 안 했으면 좋겠다. 오빠에게 나쁜 모습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에 가서도 숨 막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일 그렇지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평온했으면 좋겠다.


2025. 2. 28

재입원했다. 일주일도 못 버티고. 죽고 싶다. 살려달라고 또 여기까지 와놓고도 죽고 싶다. 어차피 자의입원, 퇴원하고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게 거짓말 같다. 눈을 뜨면 어른이 됨에 기뻤던 20살의 나로 돌아갈 것 같다. 불쌍한 내 20대. 병동에 애기들이 많다.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 보인다. 어쩌면 나도 그런 게 아닐까. 남들이 보기엔 그냥 한심하고 웃긴 삶을 사는 게 아닐까. 내 우울도 내 죽음도 내 모든 것이 그저 가벼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어쩌면 가벼울지도. 내가 병 뒤에 숨어 모자란 내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가벼운 병의 무게를 무겁게 짊어진 건 아닐까.


죽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 자신을 믿을 수 없다. 사실 학교도 다닐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다들 이 정도 힘듦은 견디고 사는 게 아닐까?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후회가 너무 크다. 지금 이 선택이 앞으로의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 같아 무섭다. 후회한다고 달라질 일은 없다. 그냥. 그냥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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