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발 워크숍, 정말 효과 있는거야?"

대기업 15년 차 잔뼈 굵은 실무자가 이 질문에 답하기까지

by 조직실험실


워크숍? 그냥 레크리에이션 아니에요?


“조직개발은 행사잖아."
“그거 해서 뭐가 달라져요?”


15년 간 셀 수 없이 많이 들을 말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들을 때마다 조금 아팠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때, 가벼운 평가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 켠이 묵직해졌습니다.

왜냐면 그 말은 단순히 ‘워크숍’이라는 활동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제가 해온 일 전체의 의미를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더 속상했던 건, 그런 말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저의 가까운 동료들이거, 심지어 저의 보스인 HR의 임원들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회사에서 진행되는 모든 워크숍은 여전히 “행사”, “팀빌딩용 이벤트”, “레크리에이션” 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자주 고민에 빠졌습니다.

"나는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일을 어떻게 설명하고, 증명할 수 있을까?"



나의 이야기: 믿는 것에 대한 고집


저는 대기업에서 HRD 전문가이자 퍼실리테이터, 그리고 사내 코치로 15년 간 일해오고 있습니다.
연수원의 강의장 안에서, 회의실 안에서, 때로는 사람들의 표정과 침묵 속에서, 저는 변화의 조짐을 오랫동안 목도해왔습니다.

한 명이 용기 내어 말을 꺼내고, 누군가는 침묵을 멈추며,조금씩 분위기가 바뀌는 그 순간들을요.

숫자로는 설명이 되지 않지만, 분명한 변화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진정성과 감각을 믿었습니다.

진심이 사람을 움직이고, 연결이 팀을 바꾸고, 결국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었습니다.


최근에도 저는 사내에서 약 70여개 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직개발 워크숍을 직접 설계하고 퍼실리테이션 했습니다.
우선 가까워지자’는 소통형 워크숍부터, ‘우리 팀의 전략을 다시 정렬하자’는 목표 중심의 비저닝 워크숍, 심지어 ‘이대로는 안 되겠다’ 무너진 팀의 심리적 안전을 회복하기 위한 워크숍까지.
다양한 주제, 다양한 상황, 다양한 팀과 함께 했습니다.


사내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조직개발을 ‘보이는 변화’로 연결시키겠다는 진심과 책임감을 다해 직접 모든 워크숍의 설계와 진행을 주도했습니다.

리고 한 가지 더—

수치와 실적, 생산성과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영진들과 대화하기 위해, 워크숍의 효과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시도도 잊지 않았습니다.



데이터로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최근 제가 사내에서 진행한 조직개발 워크숍은 조직개발이 실제 조직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것을 숫자로 설명해보는 실험이기도 했습니다.70여 개 팀이 조직개발 워크숍에 참여했고, 그 외의 참여하지 않은 약 400여개 팀은 대조 그룹이 되었습니다.


이 두 집단의 몰입도 진단 결과를 전사적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가 주는 인사이트는 꽤 선명했습니다. 그 동안 제가 현장에서 느껴온 변화의 감각을 수치로 증명해주는 근거가 되어 주었습니다.


Engagement Survey 결과


업무 집중도, 의사결정 참여도, 팀 내 신뢰감, 인정과 칭찬의 문화 같은 핵심 지표에서도 뚜렷한 개선이 확인되었습니다.반면 워크숍을 하지 않은 팀에서는 일부 항목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소폭 하락했습니다.


조직개발 진행팀-미진행팀 간 핵심 동인 지표 변화도


이 변화는 단순한 '환기 효과'나 일시적 분위기 반전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팀에 대해 진짜로 다시 생각하고, 다시 이야기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화가 만들어낸 이 변화는, 이제 ‘감’이 아니라 ‘수치’로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영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수치들, ‘몰입’, ‘참여’, ‘신뢰’라는 단어들이 더 이상 추상적이지 않게 데이터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무적으로 보는 점은, 이 데이터는 단순히 워크숍 직후의 만족도를 묻는 즉시 반응 설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조사는 조직개발과 무관하게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조사로, 참여자들이 워크숍을 경험한 수개월 이후, 실무로 돌아간 이후에 어떤 인식과 행동 변화가 지속되고 있었는지를 간접적으로 반증하는 지표입니다.


대화는 공간을 바꾸고, 연결은 결과를 바꿨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데이터를 볼 때마다 다시 확신하게 됩니다.

우리가 만든 워크숍은 사람들의 일과 관계를 조금은 다르게 만드는 시작점이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워크숍을 만듭니다


사실 이 수치들이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워크숍은 ‘마법’도 '만능'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제, "소용이 없다", "그저 하루 즐거운 행사다." 라는 얕은 조롱에 차분히 반문합니다.


“조직개발 워크숍은, 적어도 이 팀들에겐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뭔가가 분명히 바뀌고 있습니다.”


조직개발 워크숍은 회사 안에서 얼어붙은 공기를 녹이고, 멈춰 있던 이야기를 다시 흐르게 만드는 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를 만들고, 침묵 속에 갇혀 있던 팀의 정체성을 다시 꺼내는 일.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 현업의 리더에게만 맡기기에는 때론 버겁고 어려운 일입니다.


“워크숍이 소용없다”는 말을 들으면, 저는 여전히 순간 멈칫, 주춤합니다.
하지만 그 말에 무릎 꿇지 않고, 더 정교하게 조직과 사람을 공부하고, 더 진심을 다해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워크숍을 만듭니다.
저는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변할 수 있고, 팀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요.





다음 글에서는,실제 조직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원 몰입'과 '비즈니스 성과' 사이의 관계를 다루어 보려 합니다.

“구성원 몰입이 실적을 만든다”는 말이 진짜일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