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이 먼저일까, 성과가 먼저일까?

성과를 움직이는 힘, 몰입의 데이터적 증거

by 조직실험실


“이 정도 실적이면 조직 분위기도 좋겠네?”
외부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생각보다 어둡습니다.


성과와 몰입.
둘은 항상 함께 움직이는 걸까요? 아니면 누가 결과이고, 누가 원인일까요? 어쩌면, 아예 관계가 없을 수도 있는 걸까요?


수십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대기업에서 전사 몰입도 진단(Engagement Survey)을 매년 시행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저에게 이 질문은 매우 무거운 탐구 주제로 다가옵니다.


리더들이 받는 또 하나의 성적표, 몰입도


매년 전사적으로 진행되는 몰입도 조사는 현업의 많은 리더들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스러운' 성적표로 인식됩니다. 성과도 챙기기 바쁜 와중에, 몰입도까지 평가받는 느낌이니까요.


“이건 내 리더십을 직원들이 공공연하게 평가하는 거잖아요.”
“조직은 잘 돌아가는데 왜 점수가 낮죠?”
“차라리 몰입도보단 실적이 중요하죠.”


이런 반응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법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리더들이 느끼는 부담과 인사적 압박은 문화적 장벽마저 뚫는 공통점인가 봅니다. 그러다보니 조직개발을 전사적으로 리딩하다 보면, 어느새 인사 담당자인 제가 ‘몰입 점수의 판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몰입도는 그만큼 민감하고, 부담스러운 지표입니다.


사실 실적만 잘 나오면 몰입도는 따라오는거 아닌가요?


제가 조직개발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어쩌면 리더들이 몰입도를 껄끄럽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몰입은 실적의 부산물, 결과물일 뿐이라는 인식 말이죠.


물론 100%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성과가 나면 자신감이 올라가고, 조직의 분위기도 활기를 띠는 건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흐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반대의 사례도 꽤 많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전사 실적 1위 사업부에서 들려온 이야기


A 사업부는 최근 몇 년간 실적이 눈부셨습니다. 전사에서 가장 빠른 성장, 가장 높은 수익률, 회사 내부에서도 ‘롤모델 조직’으로 자주 언급되곤 했죠.

그런데도 매년 몰입도 진단이 끝나면, 익명의 주관식 창구에 이런 고되고 날선 곡소리가 수도 없이 날아들어옵니다


“사람이 너무 빨리 지쳐요. 안에서 곪고 있어요.”
“이러다 다 나갈 것 같아요.”

"부서 별로 자기들 성과만 챙기려 해서 협업이 너무 힘들어요."


A 사업부의 몰입도 점수는 전사 평균 대비 낮은 편이었고, 리더와 구성원의 신뢰 수준, 업무 집중도, 정서적 안정성도 떨어졌습니다. 성과는 높았고, 매해 입이 떡 벌어지는 성과급으로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지만, 정작 그 안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반대로, 실적 부진 속에서도 몰입도는 상승하는 사업부


B 사업부는 코로나 이후 실적이 많이 흔들린 조직이었습니다. 특히 특정 해외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터라 타격도 컸고, 내부 분위기도 한껏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 조직은 몇 년 사이 달라졌습니다. 새로 부임한 임원은 이미 마른 걸레가 되어버린 수치를 쥐어짜는 대신, 리더십 회복과 사업 전략 정비에 먼저 집중했습니다. 조직 내 일하는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상태를 성찰했고, 정기적으로 사업 전략과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성심을 갖고 만드는가 하면, 구성원들과의 정기적인 1:1 대화를 리추얼로 정착시켜 나갔습니다.


실적은 여전히 안개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몰입도 지표는 이미 분명하게 턴어라운드를 하고 상승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B 사업부의 구성원들을 만나보면 이제 정말 '잘'해내고 싶어하는 비장함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몰입vs실적, 데이터가 보여준 것


몰입과 실적, 무엇이 먼저일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최근 4년간 전사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각 사업부와 법인의 몰입도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영업이익률 등의 지표를 연도별로 정리해, 몰입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았죠.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몰입이 미래 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선형회귀 분석을 실시했고,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몰입도는 매출이나 순이익보다 영업이익률과 유의미한 설명력을 보였습니다.


비표준화계수 3.8602, p = .0022
몰입도가 1점 상승하면, 해당 조직의 영업이익률은 약 3.9%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긍정’ 응답 비율이 약 30%p 증가할 때 나타나는 수준으로, 리더십, 협업, 커뮤니케이션 등 조직 전반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음을 뜻합니다.


즉, 몰입은 단지 ‘좋은 분위기’의 지표가 아니라, 비용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조직 역량임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런 결과는 글로벌 주요 리서치 기관의 연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갤럽(Gallup) :몰입도 상위 25% 팀은 하위그룹 대비 생산성 18%, 수익성 23%이 높고, 이직률 43% 낮음

Aon Hewitt : 몰입도가 높은 기업은 총주주수익률(TSR)이 낮은 기업보다 평균 3배 더 높음

왓슨와이어트(Watson Wyatt) : 몰입 수준 1표준편차 증가가 현재 마켓 프리미엄(시가총액 대비 총자산)에서 1.5% 가량 상승됨


이렇게 논문과 리서치에서만 접하던 가설들을, 실무 현장에서 우리가 직접 분석한 데이터로 증명해냈다는 사실에 깊은 기쁨과 확신이 들었습니다. 막연한 신념이 아니라, 조직개발이 실제로 경영 성과에 기여하고 있다는 근거를 스스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성과의 진정한 선행지표, 몰입(Engagement)


몰입이 먼저일까요, 성과가 먼저일까요?
공식이나 명제대로 흘러가지 않는 기업의 현장은 늘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만, 분명한 건 몰입 없는 실적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조직개발의 핵심 개념인 ‘몰입’은 이제 더 이상 막연하거나 이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이제는 경영성과에 선행하는 '데이터로 증명되는 전략적 자산'입니다.


몰입이 실적을 만든다.

감이 아니라 데이터가 말하는 사실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요즘 MZ들이 진짜 열광하는 리더는 누구인가?’
리더십 데이터를 통해 공통된 힌트를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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