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Mom, don't worry, I'm trying.

by seanius

초등학교 입학 후 첫째 아이는 새로운 문제를 국면 하게 되었다. 바로 엉덩이 붙이고 50분 버티기. 매 수업시간이 50분과 10분의 쉬는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초등학교'라는 사회생활을 정식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엄격한 선생님을 만난 아이는 성장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까지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아이들이 네모난 교실에서 네모난 딱딱한 의자와 걸상에서 50분 동안 수업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집에서도 자기주도 학습, 구몬을 통해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었지만 초등학교 1학년 되자마자 50분씩 네 번의 수업은 아무래도 힘들 수 있을 것이었다. 적어도 내 아이에게는 말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앉아있는 시간은 분명 늘어나고 있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하지만 아이의 성장속도는 꽤나 더디다고 느껴졌고 주위에서는 하나 둘, 조심스럽게 이런저런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하기 시작했다. 집중하는 시간이 굉장히 짧지만 좋아하는 것은 세네 시간도 집중할 수 있는 아이, 심심하다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고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아이. 전형적인 ADHD 성향이 있는 아이의 행동들이었다. ADHD로 판명받은 적은 없었지만 어쩌면 나는 아이에게 그런 이름표가 세겨질까봐 내가 더 단호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혼내고 왜 잘못된 것인지 설명해 주어 납득을 시켰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울어버리는 몸만 훌쩍 커버린 남자아이지만, 울면서 이야기하면 들어주지 않겠다며 안아달라고 팔을 벌리는 아이를 외면했었다. 왠지 안아주면 잘못한 행동까지도 안아주는 엄마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단호한 엄마가 아닌 차가운 엄마가 되어갔다.


어느 날, 아이의 책가방을 정리하면서 아이의 활동지가 나왔다. 거기엔 아이가 언제 화가 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못하는지 아이의 생각이 적혀있었다.

모두 나의 관한 말들이었다. 갑자기 전에 아이의 선생님께서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아이에겐 엄마가 전부인 것 같습니다."


순간 울컥했다.


'나는 레고 만들기를 잘합니다.'

레고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지만 내가 잘한다고 칭찬해 주니 계속했던 것이었다.


'나는 보드게임을 못합니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보드게임에서 항상 지는 아이를 보며 열심히 연습하라고 했던 나의 말이 생각났다. 이 질의에서는 보드게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모든 것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읽혔다.


'나는 엄마가 안아주면 화가 풀립니다.'

'나는 엄마가 위로해 주면 눈물(을) 뚝 그칩니다.'

내가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내가 많이 위로해 주지 못해서 그래서 더 우는 거였구나... 아침부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는 분명 노력하고 있는데 엄마가 안아주지 않아서 얼마나 속상했을까. 어쩌면 그래서 나 좀 봐달라고 더 울었던 걸지도 모른다. 학교길에 나서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말썽꾸러기 어린아이인 줄 만 알았던 아이는 나의 걱정과 염려를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어른스럽게 말한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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