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산만함, 과잉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보이는 질환이다. 보통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라고 인식되지만 이러한 증상들이 치료되지 않으면 청소년기, 더 나아가서는 성인기가 되어서도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첫째 아이가 5살 될 때까지는 단순히 언어가 느리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주위 분들이 원래 첫째, 특히 아들은 여자아이보다 느리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신경을 덜 쓰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6살부터 언어치료를 받기 위해 센터도 다녔고 아이의 머리에 단어들이 많은데 급한 성격 때문에 그것들을 한 번에 모두 말하려다 보니 말이 어눌해지는 것이라고 하셨다. 2년 가까이 다니면서 산만함은 조금씩 개선되었던 것 같고 항상 천천히 말하라고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8살이 되어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학급에서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혼자서 울 공간이 필요했던 아이는 교실에 유일한 공간인 청소도구함에 들어가서 울기도 했고, 친구들과 싸우다가 생각한 언어가 나오지 않으면 손이 먼저 나가는 유아스러운 행동을 보이기도 해서 나는 선생님과 면담도 많이 했었다.
그 해에는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래도 유치원에서 갓 올라온 아이들을 무섭게 잡아줄 수 있는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당시에는 야속하다 느끼기도 했지만 조금씩 개선이 되어 2학년이 되었을 때는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서 감사했었다. 받아쓰기도 항상 100점을 받아왔었고 3학년이 되어서는 영어나 수학 단원평가 같은 시험을 보면 항상 100점을 받아와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었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 방과 후 선생님들,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잘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매번 엄마인 나에게 전화나 문자로 전달하기엔 미미한 일들이라 축적되었던 것을 학기말에 말씀해 주신 것이었다. 아이들과 다투고 운다거나, 선생님께 혼나면 억울한 마음에 울면서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는 일,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다른 숙제를 하는 등 유아스러운 행동과 함께 산만함에서 비롯되는 일들이었다.
그러다가 아이가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수업과 수업 쉬는 시간에 가는 WI 클래스라는 교실에 선생님께 연락을 받았다. 그동안 아이를 지켜보신 선생님의 의견은 ADHD가 의심된다고 하셨고 놀이치료나 상담치료사보다는 아동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ADHD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처음으로 듣는 말에 충격을 받았고 망치로 머리를 '쿵' 맞은 것 같았다. 아이가 집중력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들기나 조립등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할 수 있기에 ADHD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 이 또한 ADHD의 특징이라는 말을 듣고 모든 퍼즐이 맞추어지는 것 같았다.
아동 정신과는 생각보다 대기가 길었다. 두 달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 곳도 많았지만 빨리 상담을 받아보고 싶어서 최대한 대기가 짧은 곳으로 예약했고 그것이 어떻게 보면 독이 되기도 했고 약이 되기도 했던 것 같다. 상담은 엄마와 10분, 아이와 10분 짧게 이어졌다. 전반적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은 엄마이기 때문에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나에게 문제는 없는지 알아봐야 했고 질문들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맞벌이이고 주말 부부였던 나에게 '(아이가 문제가 있는데 왜) 주말 부부를 계속 이어가며 일을 했어야 했는지', '타지에서 일하는 남편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동할 생각은 안 했는지' 등 상처가 되는 질문들이었다. 같은 여자면서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고 살짝 서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담사님은 단순히 상담을 위해 한 질문들이었지만 그 질문들은 아이 셋을 키우며 박사과정을 하고 워킹맘으로 일하는 나 스스로 자책했던 말들이어서 나에게 상처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는 아이가 상담을 받았다. 하얀 종이에 집과 가족을 그리라고 했다. 아이는 집 안에 각 방을 그렸고 자신의 방을 제외하고는 동생들의 방을 지저분하게 그려놓았고, 나를 제외하고는 동생들은 거의 동물에 가깝다고 느낄 정도로 엉터리로 그려 놓았다. 동생들에게 사람의 손가락 5개 대신 동물의 둥그런 손과 발을, 사람의 가지런한 치아대신 동물의 뾰족한 이빨을 부여하였다. 나는 아이의 그림실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그림은 분명히 동생들을 '질투'라고 보이는 그림에 가까웠다. 하지만 상담사님은 단순히 손가락을 그리지 않은 아이의 그림을 초등학교 3학년이 그린 그림이라 보기 어렵고 다른 또래보다 지능이 낮음을 넌지시 추정하여 말씀하셨다. 10분이라는 짧은 대화와 그림 한 장으로 야속한 판결을 땅땅땅 내리는 그분의 대해 나는 의심의 싹을 피웠고, 아이가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심한 상태인지에 대한 나의 질문에 대한 그분의 무책임한 대답은 불신의 열매를 맺게 했다.
"아이 엄마가 편하려면 약을 복용하게 하는 게 좋죠. 아무래도 10번 말해도 개선이 안 되지만 약을 먹으면 한 번에 집중이 가능하니까요."
물론 통제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의 ADHD를 가진 아이라면 약의 도움을 받아 개선하는 것이 맞다. 왜냐면 유전적으로 전두엽의 발달이 느린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또래들과의 성장 속도 차이를 계속 지체하면 나중에는 그 갭차이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아이는 아직 ADHD 검사도 받지 않은 상태였고, ADHD 검사 외에도 여러 검사들 권유와 함께 '엄마가 편하기 위해 아이에게 약을 권유'하는 의료인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약 없이 아이의 산만함이 개선될 수 있다면 나는 같은 말을 10번, 100번 아니 수없이 아이에게 반복할 수 있어!'
너무 속이 상했다. 아이는 잘할 수 있는데...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텐데... 엄마인 나 자신을 자책했다. 피카소, 아인슈타인, 에디슨도 ADHD가 있었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했으니 괜찮다고 안일했던 나 자신이 미웠다. ADHD의 경우 80% 정도가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병한다고 한 던데 학창 시절에 내 모습을 회상하며 또 자책했다. 나는 노력을 많이 하는 학생이었고, 그 노력으로 좋은 대학교도 갈 수 있었지만 공부하는 중간에 멍하게 다른 생각을 한 적도 많았었고 그래서 터득한 방법이 '몰두'하는 것이었다. 한번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이 옆에서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할 수 있었는데 이것도 노력으로 가능했었다. 이 부분만 봤을 때 만약 내 아이도 이런 나의 '멍 때리기' 성향을 받은 것이라면 자신 스스로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이의 말도 많이 들어주고 오랫동안 대화했다.
엄마: "우리 아들은 시험 성적도 항상 100점 받아와서 엄마는 기뻐. 열심히 해서 그런 거야. 그렇지?"
아들: "헤헤 그럼요!"
엄마: "그런데 왜 수업시간에 자꾸 돌아다니고 열심히 집중을 안 하는 거니?"
아들: "오래 앉아있으면 지겹고 힘들어요."
엄마: "다른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도 똑같이 힘들지 않을까?"
아들: "힘들겠죠."
엄마: "맞아. 모두 똑같이 힘들지만 참는 거야. 그리고 선생님이 너희들 가르치려고 열심히 말씀하시는데 네가 집중하지 않고 돌아다니면 얼마나 속상하실까?"
아들: "속상하시겠죠..."
엄마: "공부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엄마는 네가 예의도 바르게 자랐으면 좋겠어.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것은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그리고 네가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열심히만 들어도 집에서 엄마랑 또 공부하지 않아도 100점 받을 수 있어."
아들: "알겠어요..."
엄마: "우리 내일부터는 수업시간에 돌아다니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볼까?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똑똑한 거야. 지킬 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