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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ius Jul 12. 2024

나는야 자랑스러운 개근 거지.

I am a proud perfect attendance beggar.

출처: South China Morning Post 웹사이트


"A new term, 'perfect attendance beggar,' has emerged in South Korea to derogatorily refer to elementary school students as 'poor' for consistently attending school without going on overseas trips during the semester."


"대한민국에 '개근 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겼는데 이는 학기 중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고 매일 학교를 출석하는 초등학생을 가난하다고 비하하는 말이다."


언제부터 '개근'이라는 한 사람의 성실함을 나타내는 귀하고 멋진 단어가 이렇게 변질되었을까?

나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1학기,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한 중학교 7학년부터 총 1년 반, 고등학교 4년, 총 12년을 개근하였고 아직도 개근상장(perfect attendance awards)을 자랑스럽게 보관하고 있다. 항상 성실하고 열심히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나도 당연히 학생의 신분으로 학교 생활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이민 갔을 때에도 내가 다녔던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Los Angeles에서 그리 좋은 학군에 위치한 학교는 아니었고 학생들의 출석률도 현저히 낮았었다. 수업 중간에 학교 무단이탈, 소위 말하는 땡땡이(ditch)를 하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는 근면만으로도 수업 태도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내 초등학교 시절, 6년 개근했던 나에게 이러한 근면 성실을 보여주는 일은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파도 학교에 가서 아프자'라고 배우고 단련되었던 나는 전염병이 아닌 이상 학교에 꼬박꼬박 출석을 하였다. 학교에서 '근면 성실의 표본'이었던 나는 선생님들과도 친분이 두터웠고 대학교 입학원서를 쓰는 시기에도 선생님들께서 자진해서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하실 정도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나는 전교 수석(valedictorian)이라는 명예와 함께 수많은 상장들과 메달을 받았지만 나의 근면과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개근상장들이 나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항상 학교에 빠지고 싶지 않아서 조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에 가던 나는 오늘날 개근 거지다. 이민자로서 금전적으로 어려웠던 당시 우리 가족의 상황들이 단 한 번도 부끄러웠던 적 없었다. 오히려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나는 열심히 공부했고 학교 내신 말고도 여러 봉사활동을 통해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대학 원서에 녹여낼 정도로 나는 모든 상황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미국 1위 공립학교인 UC Berkeley에 전액 장학금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와 현실에서의 열심은 KAIST 박사를 취득하는 시점에도 아이 셋 엄마로서, '결혼, 출산, 육아'이라는 어떻게 보면 여자로서 장애라고 여겨지는 오늘날 사회에서 '경력 단절녀'가 아닌 'KAIST 화제의 졸업생'으로 만들어 주었다. 물론 나 혼자는 할 수 없었고 남편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의 도움과 격려가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약점으로 보이던 것들을 강점으로 돌리는 힘은 나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내 35년이라는 짧은 인생 속 경험을 통해 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아이들이 도대체 무엇을 들었길래 이러한 '개근 거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어쩌면 아이들이 학기 중 해외여행을 안 가는, 혹은 못 가는 아이들을 비난하는 행동은 어른들에게서 배운 것일 것이고 이런 인식을 바꾸려면 1, 2년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이상이 걸릴지도 아니, 아예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감사하게도 나는 더 이상 금전적으로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 집 아이들이 방학 외에 학기 중 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가지는 않을 것 같다.


학생은 학교에 있어야 하고 그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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