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different personalities in a womb
나는 아이 셋 맘이다.
아들 하나, 딸 둘.
분명 나의 egg(난자)와 신랑의 sperm(정자)이 만나 나의 uterus(자궁)에서 나와 아가의 연결고리인 placenta(태반)을 통해 비슷한 음식의 영양소를 섭취하고 자라난 아이들이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들은 분명 다른 행성에서 온 생물체임이 분명하다.'
어쩜 한 배에서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어쩜 이리도 다채로운지...
아이들은 국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 이 부분은 분명 아빠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게 분명하다. 거기까지도 괜찮지만 여기서 한 가지 복병이 있다. 아이들은 각각 제일 좋아하는 국이 다르다. 첫째는 짜장을 제일 좋아하고, 둘째는 카레, 셋째는 미역국을 좋아한다. 아이들 셋다 모든 국을 무난하게 잘 먹지만, 이 복병은 주말마다 커다란 무기가 되어 주말에는 조금 쉬고 싶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곤 한다.
첫째: 엄마, 저 오늘 짜장면 해주세요.
둘째: 저는 카레요.
막내: 미역국 먹고 싶어여!
엄마: 오늘 먹고 싶은 거 양보할 사람?
모두: .....
그렇다. 오늘은 국을 세 가지를 만들어야 하는 날이다. 그래도 감사한 건 아이들이 평일에는 워킹맘인 엄마를 배려하여 각기 다른 세 가지의 국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래... 고맙다...)
뜨거운 여름, 그렇게 나는 주말마다 매 끼니 세 가지 국을 만들어내야 해서 주방을 떠나지 못해 열사병에 걸리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더 뜨거운 여름을 보냈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먹어주는 아이들을 보면 내 미소가 지어진 입가 위로 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래, 이 맛에 음식 만들지!'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을 나는 아이 셋을 낳고 비로소 이해했다.
그리고 겨울방학은 빠르게 찾아왔고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이번 해에 또 한 가지의 문제를 만났다. 바로 점심 도시락. 유치원을 가는 막내나 초등 돌봄 교실을 가는 둘째는 점심 식사를 유치원과 학교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걱정 없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돌봄 교실을 가지 않기 때문에 첫째 아이의 점심 도시락을 매일 아침 챙겨야 했다. 내가 어렸을 적 급식이 제공되지 않던 매일 아침, 나와 동생을 위해 점심 도시락을 싸고 부랴부랴 일터로 향하시던 친정엄마가 새삼 존경스러웠다.
매일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서 챙기면 되지만, 오전 미팅 때문에 조금 더 빨리 출근해야 할 때는 아침까지 하루 세끼의 분량을 해놓고 출근해야 했다. 그렇다고 바쁜 엄마인 것을 아이들의 차려진 밥상을 통해 드러내고 싶진 않았다. 예를 들어 아침에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신선한 과일이 올라간 팬케이크, 점심에는 소고기 뭇국과 함께 떡갈비와 아이가 좋아하는 버섯 전, 저녁에는 카레라이스 등 각 끼니는 다르게 먹였다. 면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매일 아침 우동 면을 끓이고 고기와 야채를 듬뿍 넣은 짜장을 만든 후, 같이 섞어 놓으면 면이 불까 봐 각기 다른 보온 도시락통에 넣어 식탁 위에 올려 두고 나왔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좋아하는 것만 싹싹 긁어먹은 아이.
점심을 먹고 나면 꼭 전화를 하는 아이.
우우우우우우우웅. 진동 소리에 얼른 전화를 받는다.
엄마: 엉 아들?
첫째: 엄마, 짜장 우동 정말 맛있어요!
엄마: 그래? 맛있게 많이 먹어!^^
그리고 전화 너머로 들리는 딸내미들 목소리.
둘째: 엄마, 저도 저녁에 짜장 우동 해주세요! 왜 오빠만 해줘?
첫째: 저는 저녁에는 김치찌개 해주세요. 라면사리랑 버섯 많이 넣어서요.
막내: (옆에서 언니 오빠 사이에서 끼어서 어렵게 주문을 넣는다.) 저는 미역꾹!
첫째: 그럼 끊어요, 엄마. 사랑해요.
막내까지 저녁 주문서를 제출하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얼른 끊어버리는 아들.
그나저나 저녁 국은 이미 끓여놨는데... 오늘 같이 아이들의 스페셜 오더가 있는 날에는 평일이어도 국을 세 가지 까지도 해야 한다.
아직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운 날인데, 오늘 저녁은 국 끓이는 온기로 따듯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