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인 이과 엄마랑 지루할 틈 없는 귀성길

Never bored in traffic with scientist ma

by seanius

오랜 시간 동안 차 안에 갇혀있는다고 느끼는 아이들. 그 지루한 시간을


핸드폰으로 때우려는 vs. 아이들과 대화하려는 자


우리 집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전화만 되는) 핸드폰을 선물하고, 구몬이나 숙제를 모두 끝내야 게임이나 TV 시청 30분이 허용된다. 그래서 2시간 가까이되는 귀성길아이들에게는 꼭 사수해야 하는 귀한 시간이다. 물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시간 정도 게임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두 시간 내내 엄마(나)랑 대화할지 달려있다.


엄마와 대화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영어로 대화하기

2. 끝말잇기 (영어 혹은 한국어)

3. 산수 문제 풀기 (암산)

4. 엄마를 논리로 설득시키기

5. 영어 뉴스 듣기


게임 한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아이들은 그 전날부터 열심히다. 3학년인 큰 아이는 방학 숙제로 문제집을 풀고 있는데 학원 숙제 외에도 하루 숙제는 국어 문제집 5장, 수학 문제집 5장, 영어 단어 10개 외우기, 구몬 정도이다. 방학 때는 놀아야 한다는 애들 아빠와 달리 집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그냥 놀게 풀어준 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엄마 생각이다. 역시나 게임할 생각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준 아이, 모든 것을 끝내고 그다음 날 구몬까지 끝내고 귀성길 게임 한 시간을 획득해 낸다.


엄마 닮아서 평소에 멍 때리기 좋아하는 둘째 아이도 목표가 생기면 무서운 집중력이 생긴다. 오빠보다 받아쓰기를 더 잘해서 칭찬받겠다 목표가 생기더니 21회 받아쓰기 중 총 20회를 모두 100점을 받아왔다. 학교에서 받아쓰기 공부했다고 집에서는 안 했는데 이게 바로 내가 학창 시절에 부러워했던 "학교에서만 집중해서 공부했어요"라던 아이의 말이었다. 둘째 아이에게도 2학년 선행학습을 위한 문제집을 푸는데 내가 내준 모든 숙제를 마치고 귀성길에 나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폭설로 인해 다음날 가기로 하고 아이들은 아쉬웠지만 게임하는 데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째: 엄마, 약속대로 게임해도 돼요?

둘째: 맞아요. 저는 핸드폰 하고 싶어요.

셋째: 마쟈요 (뿌잉표정)

엄마: 그건 어제 할 일 다 하고 게임하는 거였잖아. 어제 귀성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집에서 TV 보고 게임도 했으니 오늘은 이야기가 다르지.

첫째: 그런 게 어딨어요! 약속은 약속이죠!

엄마: 아까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안 했잖아. 너희가 먼저 엄마와의 약속 안 지켰잖아. 게임하고 싶으면 Convince me! 설득시켜 봐.

둘째: 아.. 엄마 말대꾸 엄청 잘해.

막내: (뿌잉)


웃음이 터지는 걸 참느라 혼났다. 맞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말대꾸 대마왕이었다. 나에게 불리하고 억울한 걸 죽어도 못 참아서 별 것도 아닌 일에 말대꾸하여 혼나기 일쑤였다. 아니, 그 때야 내가 하는 것들이 말대꾸지, 지금 애들하고 하는 argument, 아니 대화가 말대꾸라 하는 8살짜리 둘째가 너무 재밌었다. 내가 이 나이에 딸내미한테 말대꾸한다니... 참나 ㅋㅋㅋ


울보 아들 녀석은 서운해서 울먹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와의 대화 주제 중 4번인 엄마 설득시키기를 시작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발언을 했다. 첫 번째 룰은 울지 않고 또박또박 말하기.


첫째: (울먹이던 것을 참으며) 이건 다 둘째 때문이에요! 둘째가 어제 최선을 다해서 숙제를 빨리 끝냈다면 엄마가 이렇게 억지 부리지도 않았겠죠!

엄마: ??? 내가 억지라고? 그리고 둘째가 엄마 기준에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느낀 건 맞지만 우리 서로의 최선을 비방하지 않기로 어제 얘기 끝난 거 같은데? 그리고 You all are a team, right now. 한 팀끼리 비방하면 안 되지. Convince me right.

둘째: 맞아! 오빠 못됐네, 정말. 엄마 제가 해 볼게요.


30분가량 나와 핑퐁 "arguing"하던 둘째 딸내미는 내가 '이렇게 아이가 말하면 설득당해 주어야지'라고 생각했던 말을 했다.

둘째: 엄마께서 했던 약속은 분명 우리가 어제 할 일을 다 끝내면 시골에 갈 때 차에서 원하는 게임이나 핸드폰 마음껏 하게 해 준다는 거였어요. 어제 약속했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날씨 예상이 달라져서 어제 출발 못 한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언제 시켜준다고 정확히 말 안 하고 시골 갈 때라고 했으니 핸드폰 빌려주면 안 돼요?


솔직히 놀랬다.


엄마: 몇 분 하고 싶은데?

둘째: 음... 40분?


맨날 하던 30분 보단 더 하고 싶었나 보다. 하하


첫째: 저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엄마: 40분을 초로 고치면?

둘째:... 저는 1학년 이라고요!

첫째: 2,400초?

엄마: 오케이.


30분 넘게 엄마를 열심히 설득시켜 필요충분조건에 다다른 둘째와 열심히 arguing 같은 대화를 할 때 옆에서 열심히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애교를 부린 5살 막내에게는 (인터넷 되는) 핸드폰이 부여되었다.


엄마: 63000초를 분으로 고치면?

엄마: 외할머니의 생신은 10월 12일이다. 크리스마스 까지는 며칠 남았을까요?

엄마: 외할아버지의 생신은 11월 22일이다. 다음 새해까지 며칠 남았을까요?

엄마: 철수는 시속 5km로 가고 있고 영희는 4km로 가고 있다 서로 18km 떨어져 있다면 만났을 때 중간에 만났는데 철수가 2km 더 걸었다면 몇 시간 지나있을까요?

엄마: 할머니께서 500L로 소금물에 희석하였는데 그 농도가...


문제 만들기도 재밌고 게임을 하겠다고 의지로 초 집중하여 암산하는 첫째도 재밌다.


아이들이 나이를 더 먹으면 더 수준 있는 문제로 토론을 하고 미적분 문제를 내야 하겠지?


엄마는 이래서 같이 공부해야 하나보다.

휴.. 눈길 운전보다 더 무서운 아이들의 교육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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