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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ius Apr 03. 2024

그래, 난 포기를 모르는 불꽃 여자.

No matter what, I never back down.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 있어~"

지금 30,40 대면 아니, 아니더라도 아주 잘 아는 그 노래.


남자들에게 인기 많은 애니메이션이라고 하지만 여자들도 팬들이 꽤 많았던 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사실 내용은 다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당시 불꽃남자, 정대만을 좋아했었다는 사실과, 이 애니메이션 때문에 키 큰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


어린 나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그 노래. 오늘은 그 노래를 들으며 퍼즐을 맞추는 날이다.

퍼즐을 좋아하는 아들이 자랑스럽게 맞추겠다고 했으나 도면을 잃어버려서 갈 길을 못 찾던 퍼즐을 내가 대신 맞추기로 했다. 가장 쉽게 퍼즐을 시작하는 방법은 모서리 부분을 먼저 찾고 그 중심으로 에지 부분을 하나씩 만들어 가다 보면 금방 맞출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일에는 strategy, 전략이 있다.



나는 전략가이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 나의 공부 전략은... 포기하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

어떻게 보면 "저게 뭐야?", "저런 말은 누가 못 해?" 할 만한 그런 하찮은 전략이지만 나에게는 그게 다였다. 그것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는 운도 없(다고 생각했) 었다. 그래서 1등을 하기 정말 어려웠다.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한국에서 영어는 그저 제2의 외국어였지만 미국에 오니 현실이었다. 영어 외에 다른 과목들도 모두 영어로 되어있다. 심지어 수학도 기하학(geometry)은 문제 하나가 숫자보다 글자가 더 많은 주관식 문제였다.


'무슨 말인지 알아야 공부를 하든가 말든가 하지!'

일단 공부를 하려면 영어 단어를 많이 알아야 했다. 그렇게 영어를 하루에 30개씩, 50개씩 외웠다. 까먹으면 다시 외웠다. 대화도 할 줄 알아야 했다. 학교, 도서관, 교회.. 사회 그 어디에서 생활을 하려면 대화 스킬도 필요했다. 동생과 영어로 대화를 시도해 보았으나 항상,

"Hi."

"Okay, bye."

 대화가 끝이 나버렸다.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순 없어도 무엇인가를 해낼 순 있다.

소심하고 사람들하고 대화를 하면 에너지가 빨려나가는 I인 나에게, 언어의 장벽은 배수진(背水陣)을 용기를 주었다. 밖으로 나가서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리 집 앞 도넛 가게 중국인 아주머니와 시작을 했다. 우리 둘 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말이 막히면 말보다 손을 비롯해 온몸을 사용했다. 매일 아줌마와 대화를 하고 도넛을 사 먹다 보니 살이 많이 쪘다. 아주머니도 지쳐가시는 듯했다.

조금 스피킹에 자신감이 생겼을 때쯤 도넛 옆가게인 liquor store(편의점) 미국인 아저씨와도 대화를 시도했다. 확실히 말하는 속도가 빨라서 중국인 아주머니와 대화할 때보다 알아듣기 어려웠다.


"So, how was your school?" (오늘 학교는 어땠니?)

"It was good. We have a new student from Manhattan."  (오늘 맨해튼에서 새로운 전학생이 왔어요.)

"What? From where?" (응? 어디라고?)


내가 맨해튼 발음을 혀를 굴려서 하니 오히려 못 알아 들었던 아저씨.. 그 후부터는 나의 Asian accent를 없애기 위해 거울을 보고 발음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쉬운 단어도 어디에 강세야 할지 몰라서 내 말을 못 알아듣던 미국 현지인들도 "What?" 이 아니라 점차 "Why?"라고 물으며 나랑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너무 빨라서 잘 들리지 않아 한번 더 묻던 나에게 단어들이 점점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영어 실력이 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미국생활이라는 퍼즐도 '열심히'라는 전략으로 하나씩 맞추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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