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Berendo Middle School(이하 베렌도 중학교)이라고 하는 Los Angeles 한인타운에 위치한 중학교를 졸업했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5학년까지 5년의 과정이고, 중학교는 6학년부터 8학년까지 3년, 그리고 고등학교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총 4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처음 학교에 입학을 할 때 한 학년을 낮추어 입학을 한다. 나 역시 미국에 도착했을 당시에 나는 8학년 2학기로 들어갔어야 했지만 중학교 생활을 한 학기만 하고 바로 고등학교를 가야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입시의 전부인 고등학교 생활을 준비도 없이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한 학년을 낮추어서 중학교를 진학하였다. 소위말하는 대로 1년을 꿇은 것이다.
베렌도 중학교
게다가 학교는 Los Angeles Unified School Disctrict(로스앤젤레스 통합 학구) 즉, LA 지역에 있는 전체 학교 중 1/3은 year-round school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은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한 학기에 전교생을 수용하기 어려워 1년에 2학기가 아닌 3학기, 4학기로 나누어서 학생을 분배하는 형식이다. 물론 지금은 미국도 학생수가 줄어들어서 다수의 학교들이 이 시스템으로 운영되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30% 이상의 학교들이 year-round 제도로 운영이 되어있었고 내가 다닌 중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학교에 바로 입학을 할 수가 없었다.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집에서 독학을 시작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부터 우리 집 영어교육은 남달랐다.
나는 특별히 영어 사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동생은 제법 언어의 재능이 있었고 사교육을 통해 그 재능은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수상으로 까지 이어졌다. 나는 오롯이 집에서만 열심히 하였다. 왜냐면 영어 단어 외운 개수에 따라 용돈의 폭도 넓어졌기 때문이다. 한 번은 영어 단어와 숙어 외운 것만으로 3학년이었던 내가 하루 용돈을 3만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 지금도 초등학생에게 3만원이란 큰돈이지만 당시에는 더 파격적이었기에 나와 동생은 늦은 시간에도 아빠가 퇴근하시길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노력한 만큼 금전적으로 되돌아오는 우리 집의 영어 교육방식은 자본주의인 미국 사회에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아빠 고마워요.)
기러기가 되기 1분 전, 공항에서 아빠가 나에게 건넨 건 두 권의 책이었다. 영어단어, 숙어 모음책과 영어로 일기 쓰는 방법이 적힌 책. 이 두 권을 가지고 나의 영어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영어단어를 30개씩 외웠다. 하지만 이내 30개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30개가 익숙해져서 하루에 외우는 양으로 수월하다고 느껴지자 50개로 늘렸다. 이후에 50개에서 60개로, 60개에서 70개로, 그 후엔 100개까지... 암기가 암적인 존재였던 나에게도 '우직하게 열심히 노력하자'라는 어떻게 보면 무식하다고 생각되던 나의 공부 방식을 취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외운 단어를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사용할 줄 알아야 했으며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했다. 그것이 영어로 일기 쓰기였다. 외운 단어로 문장을 만드는 것을 할 수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있었던 일을 쓰는 방법이 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외운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 일부러 하루 일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영어책도 읽기 시작했다. 어떤 책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책들 위주로 읽기 시작했다. Thanks to Disney. 디즈니에게 감사하게도 신데렐라, 백설공주, 이솝우화 같은 책들은 Cinderella, Snow White, Aesop's Fables로 미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명작들이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영어로 읽고 영어 공부를 하는데 수월하였다. 게다가 재미까지 있어서 디즈니 광인 나에게는 이만큼 재밌는 영어 공부도 없었다.
그렇게 미국에서 중학생이 되기 위하여 매일을 pull myself up with my bootstraps로 긴장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