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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ius Mar 27. 2024

욕심 많은 아이에서 야망을 가진 아이로...

To become ambitious from being greedy

어렸을 땐 그저 욕심만 많은 아이였다.

아이들을 출산한 후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렇게 욕심이 많았는지 이해가 간다. 딸 둘인 집에 장녀로 태어난 나는, 막내라는 이유로 동생이 더 귀여움과 사랑을 받는 것 같았고, 그렇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동생은 외모도 귀엽고 예뻤으며, 인기도 많았고 심지어 암기력도 좋아 똑똑하기까지 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학생의 신분을 다 하는 것.

국민학교 1학년 때 (내가 2학년 때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단 한 번도 100점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노력해도 항상 95점... 90점... 나에게 암기란 그저 적인 존재 같았다.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공부하는 방법을 바꿨어야 했다. 하지만 어렸던 나는 그저 공부하는 방법을 모른 채 하지도 못하는 암기가 공부랍시고 앉아서 수많은 정보들을 머리에 구겨 넣으려고 하고 있었고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시험결과와 비례하지 않는 결과만 낳고 있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반에서 1등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부모님께 칭찬을 들었고 그것은 정말 달콤했다. 그 달콤함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지만 나의 노력만으로는 머리도 좋고 암기력도 좋은 아이들을 이길 수 없었고, 머리도 좋고 암기력도 좋은데 노력까지 하는 아이들은 더 이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욕심만 많은 아이였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그렇게 1등만이 목표인, 다른 뚜렷한 목적이 없이 그렇게 암기 위주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 목표가 생긴다.

그러다가 중학교 1학년 여름 무렵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갈 정도에 풍족한 집안은 아니었지만 엄마는 딸들에게 다른 집 아이들처럼 미국에서 공부를 시켜주고 싶었었나 보다.

언젠가부터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 그렇게 엄마는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포기하시고 나와 동생과 함께 미국에 계신 친할머니 댁으로 같이 이민을 게 되었다.


엄마는 미국에서 기초수급을 받으시며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아빠는 한국에서 일하시며 몇 년간 기러기 생활을 시작하셨다. 몇 해 후 미국에 들어오셨을 때는 영주권을 받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혼자 일하시며 기러기 생활을 이어가셔야 했다. 당시 우리 집에는 대학을 나온 사람이 없었고 관련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미국 대학의 학비는 상상초월이었다. 오죽했으면 대학 4년 졸업하고 평생 학비노예로 산다는 말이 있을까. 나 같은 초기 이민자이자 경쟁력이 낮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가난한 외국인이 First-generation college student(1세대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그저 꿈, American Dream(아메리칸드림)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위치에라도 나를 오게 하겠다고 그 힘든 고난의 길을 선택하신 부모님의 결정과 그 과정을 모두 보고 알고 있었던 나에게 처음으로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지 않았다. 엄마에게 말씀드렸다. 아니 선언하였다.


"엄마, 내가 대학 갈 때는 10원 하나 들이지 않고 전액 장학금 받아서 갈게!"


그리고 5년 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2학년인 2007년. 나는 700명이 넘는 졸업생 중 수석 졸업이었고, 당시 많은 장학금을 받았지만 그중 빌 & 멜린다 게이츠 장학재단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에서 미국 전체 고등학교 중 몇 명을 선발하여 주는 장학금은 나의 대학생활을 학비 걱정, 생활비 걱정에서 자유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려웠던 여러 상황들이 나에게 이 아니라 독기를 품게 해 주었고,

암적 존재 같았던 암기력이 아닌 이해력으로 공부법을 바꾸었고,

 하나에 거실 하나인 작은 아파트에서 우리 가족 네 식구가 살고 있던 당시

나에게 필요한 건 나의 공부방이 아닌 조용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고,

그렇게 나는 저녁에 일찍 잠들어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방법으로

이른 새벽, 우리 집 거실을 나만의 조용한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 했던 그 약속을 5년 만에 지키게 되었다.

아빠, 욕심쟁이 나 그리고 사랑둥이 동생, 그리고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사진 찍어 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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