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성환 Sep 12. 2022

이상을 좇는 리더 vs 현실과 타협하는 리더

왜 리더인가? (이나모리 가즈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리더를 동시에 모신 적이 있었습니다. 한 분은 현실의 치열함을 강조하며 인사팀에 이렇게 말씀하곤 했습니다.


"너희들은 항상 고상한 척 이야기하지. 굶어 죽는 내 새끼를 살리려면 딴 놈 걸 뺏어주든가, 구걸을 하든 해야지, 원칙이니 뭐니 하면서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단 살아야지, 고상한 척하지 마."


또 다른 리더는 일관되게 이상을 말하던 분이며, 인사팀에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항상 올바른 결정을 하는 회사가 되어야 해. 인사가 기준을 어기고 편법을 사용하면 우린 그런 회사가 되는 거야. 설령 우리 조직이나 내가 불편해지더라도 감당해야지."




둘 중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 분을 통해 겪었던 단편적인 경험은 이랬습니다.


저는 이상을 말하던 리더가 멋져 보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들도 그 리더를 아직 동경합니다. 하지만 그 분과 함께 일하던 시절은 일장춘몽 같았습니다. 오래 일하지 못했으니까요.


이상을 말하던 리더는 누구보다 빨리 경영진보다 승진했지만,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경영진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결국 생각보다 일찍 은퇴하셨습니다.


현실의 치열함을 강조하던 리더는 빨리 승진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난하게 오래 임원 생활을 하셨습니다. 그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실 테니까요.




나는 우리가 적어도 일을 할 때만큼은 호랑이 우리에 들어간 덴푸처럼 거침없는 담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울지 않는 새에게는 먹이가 돌아가지 않는다. 정말 간절하게 해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례하고 난폭하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과감하게 일의 한 복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위 문장은 누가 한 말일까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쓴 '왜 리더인가'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승려 출신으로 인본주의 경영을 말씀하시던, '이타의 마음'과 '선한 동기'를 항상 강조하는 분조차 일을 할 때에는 무례하고 난폭하다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의 정면으로 달려들어 완벽하게 하라고 합니다.


이상과 현실, 어느 하나 잘하기도 쉽지 않지만, 최고의 리더는 두 개를 동시에 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리더는 참 어렵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팀원의 사소한 실수는 잠시만 참아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