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거닐기
아이와 가을 캠핑을 떠났습니다.
캠핑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친구와 함께 보낸 1박 2일 가을캠핑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어떤 캠핑장이 좋을까요?
캠핑장은 바닥상태에 따라 잔디, 파쇄석, 데크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수영장, 방방이, 눈썰매장 등 어린이 놀이터의 유무나 편의시설의 청결상태를 우선순위로 삼을 수 있습니다. 또 숲이 우거진 곳, 탁 트인 넓은 영지, 혹은 계단식으로 관리되는 곳 등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장소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좋은 캠핑장에 대한 단 한 가지의 기준을 꼽아보라 한다면
(캠핑장 입장애서는 서운한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몽골에서의 캠핑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 역시 먹먹한 자연 속에 호젓이 홀로 있는 느낌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내 캠핑장과 근교 휴양림의 주말 예약 현황을 보면 일 년 내내 매진입니다. 좋다고 알려진 유명 캠핑장 역시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조금 멀고 시간이 걸려도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갑니다. 누구나 같은 생각이겠지만 캠핑장에서도 되도록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장소를 선호하죠.
자연을 즐기기 위해 떠난 곳에서 조차 다닥다닥 붙어 이웃의 눈치나 장비를 살피는 것은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고 슬픈 현실입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선 덕분에 이른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사람이 적었습니다. (조금 비싼 입장료도 한몫했으리라 생각되고요.)
앗
짐을 꺼내고 보니 카메라 가방을 깜빡 두고 왔습니다. 캠핑을 하며 DSLR 카메라를 두고 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스마트폰도 있고 차 안에 두고 다니는 작은 콤팩트 카메라(sony rx100mk4)가 있어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소소하게 캠핑을 기록하는 데는 작은 카메라로도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일행이 도착하기 전 캠핑이 처음인 지인을 위해 미리 텐트를 설치하고 내부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침낭도 따듯한 볕에 널어놓았고요. 엑스패드의 오리온2 텐트, 지난 2년 동안 한국과 몽골을 오가며 잘 사용해 왔고 이제 손님을 위한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힐레베르그 날로 3gt는 오토캠핑장용 텐트는 아니지만 내년 겨울부터 몽골 여행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설치가 간단해 5분이면 설치가 가능합니다.
날로(Nallo) 3GT, 이름에서 알수있듯 3인용 텐트인데 엑스패드 2인용 에어매트를 넣으니 꽉 차는 느낌입니다. 3인용이라기보다는 여유 있는 2인용이라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대략의 준비를 마치고 나니 정오를 훌쩍 넘겨 버렸습니다. 2살 많은 형이 오고 있어 한껏 기대 중인 아이의 '일행이 언제 오냐?'는 반복적인 물음에 지쳐갈 무렵...
일행들이 도착했습니다. 멀리까지 마중 다녀오는 아이, (얼마나 좋았으면...)
이윽고 캠핑장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아빠들은 부엌과 거실 역할을 하게 될 타프를 세운 뒤 그늘 아래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고
아이들은 그들만의 기지(?)를 만들고 놀이(PC게임)를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있었다면 눈치를 보았겠지만 아빠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아빠와 함께하는 캠핑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캠핑이 처음인 일행도 마치 매뉴얼을 따라가듯 자연스럽게 즐기니 그래서 자연활동이라 부르나 봅니다.^^
잠시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주방을 만들었습니다. 야외에서는 아빠가 모든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집도 만들고 요리도 하고...
물론 대단한 요리는 없습니다. 라면같은 간단한 조리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작은 노력으로 함께 만족할 수 있으니 이것 역시 남자들만의 캠핑이 주는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요리를 잘하는 아빠도 얼마든지 있고 음식에 깐깐한 녀석들도 있겠지만 (다행히 부전자전이랄까...)
일상에서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밤을 맞이할까요? 분명한 것은 캠핑에서 밤을 기다리는 것만큼 가슴 셀레진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이라 할 만큼 금세 자연에서 놀거리를 발견합니다. 오늘은 주변에서 불장난을 위한 재료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밤을 위한 준비에 분주한 사이 남은 맥주와 술을 조금 더 비우다 보니 새벽에 몰래 쌓인 눈처럼 조용히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해가지면 순식간에 주변의 모습이 변해갑니다. 같은 장소 다른 얼굴, 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캠핑의 매력입니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텐트는 오늘 우리가 들어가 잠을 청할 보금자리이자 밤의 축제를 아름답게 밝혀주는 장식입니다.
깜빡하고 조금 늦게 해먹을 걸어주었는데 금세 아이들의 쉼터가 되었습니다.
흔들거리는 해먹 위에 앉아 게임에 몰입한 아이들, 카메라를 보라고 해도 들은척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사용하는 마법의 주문.
이 사진을 엄마가 보면 뭐라고 할까?
짠!
본격적인 불장난의 시간, 아직은 추운 계절이 아니라 작은 화로대에 모닥불을 피웁니다. 바이오라이트 캠프 스토브는 열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가 떨어져 가는 스마트폰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나무를 넣습니다.
불장난을 좋아하는 것은 아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과 물은 사람의 마음을 쉽게 빼앗습니다. 불에 시선을 두는 순간 멍하니 타오르는 모습을 바라보게 되죠.
그렇게 자연에서의 밤이 깊어 갑니다.
스치듯 지나가 버리는 가을처럼
만져질 듯 가까이 있던 시간들도
어느새 지나고 나면 한순간이 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우리는 추억 한 페이지를 남기고
다음날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텐트 안에서 눈을 뜬 지금 시간은?
AM 5:30
어젯밤 운 좋게도 올해 여름 몽골 여행에서 보다 더 많은 시간 별을 보았습니다. 술도 마시고 별도 보다가 늦은 시간 잠을 잤는데도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습니다. 타프 스킨에 나란히 붙어 잠든 여치와 잠자리.
잠시 한 눈 판 사이 잠자리는 날아가고 없습니다. 만져질 듯 사라져 버리는 가을처럼
일찍 일어난 새는 멀리 날지만 캠핑장에서 일찍 일어난 사람은 주변을 정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고 정돈하는 시간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우리나라는 아침이면 모든 것이 이슬에 축축이 젖어있습니다. 그래서 잠들기 전, 젖는 물건들은 텐트 안이나 전실에 넣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를 하다 문득 바라보니 타프와 텐트의 색상이 닮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우연의 일치는 아닙니다. 몽골 자연환경에 맞춘 색상입니다. 이제 바라만 보아도 몽골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캠핑장을 두 바퀴 돌았습니다. 7시가 넘었는데 여전히 아무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해먹을 다시 설치합니다. 엑스패드의 경량 해먹으로 무게가 300그램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설치를 마치고 테스트를 위해 앉았다가 흔들흔들 한참을 누워 있었습니다. 해먹은 감히 캠핑으로 얻는 힐링의 절반이라 해도 불만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단언컨대 해먹은 힐링입니다.
하나둘 일어나 허기진 배를 채우고 짧은 캠핑을 정리합니다. 커피도 한 잔 씩 마셨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져와 노래도 듣고 인센스 향으로 캠핑의 풍미를 더했습니다. 실로 자연 속에서 오감을 즐긴 1박 2일이었습니다.
캠핑장에 가면 뭘 하지도 않고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먹기만 한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뭘 해야 하는 걸까요?
주중 내내 쫓기듯 바쁘게 달려온 우리가 말입니다.
얘들아! 이 사진 엄마가 보면 뭐라고 할까?
짠!!
지난 5년간 아이와 걷고 2년간 집필해 온 책
'아이와 거닐기'가 이제 곧 출간됩니다.
<아이와 거닐기> 응원 댓글을 달아주세요!’
추첨을 통해 따끈따끈한 출간 도서를 3분께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