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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표 seanpyo Dec 05. 2019

몽골 초원에서 차가 고장 나면 생기는 일

두근두근몽골원정대 에피소드



몽골여행에서 차가 고장 나지 않는다면 섭섭하다.





대략 10여 년 전쯤에는 초원을 달리다가 차가 고장 나는 일이 흔했다. 바퀴가 진흙에 빠지거나 펑크가 나기도 하고 낡은 자동차로 비포장을 달리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생겼다. 그런데 오히려 몽골여행 중에 차가 고장 나지 않는다면 몽골여행자 자격으로 누려야 할 길 위의 쉼표를 놓치는 격이니 오히려 섭섭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초원에서 차가 고장 나면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일을 소개한다.





첫 몽골 여행, 챙헤르로 가는 길에 강을 만났다. 드라이버는 물길을 따라 올라가며 수심이 얕아 보이는 곳을 찾고 있었다.






마침 푸르공 한대가 결심한 듯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우리는 숨 죽인 채 강 맞은편으로 건너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음은 우리 차례였다. 버스 두 대 중 한 대가 푸르공이 지나간 궤도를 따라 힘차게 달려들었지만 강 한가운데서 더 이상 달리기를 거부하는 말처럼 푸드덕 소리를 내더니  결국 멈춰 서고 말았다.

차 안에 고립된 사람들, 아직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강제로 자유시간이 생겨버렸다.




첫 번째 만남

끝을 알 수 없는 자유시간을 공유하게 된 일행은 조금 더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다. 낯선 초원 위에서 아직 어색한 동행들과의 서먹함은 봄볕 아래 눈처럼 사라져 버린다. 동행이 동료가 되는 초원에서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도와줄 사람도 없는 초원의 한 귀퉁이에서 운전자들은 열심히 해결책을 찾아보지만 방법이 없었다.





 번째 만남

지평선 멀리서 말을 타고 두 명의 어린 소년이 나타났다.



우리는 마치 무인도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격하게 손을 흔들어 보지만 그들은 무뚝뚝하게 우리의 존재만 확인한 후, 다시 왔던 길로 사라졌다. 도대체 저들은 어디서 왔고, 왜 왔으며, 어디로 사라진 걸까?...






얼마나 지났을까? 트랙터 한 대가 도착한다. 조금 전 소년들이 인근 마을에 달려가 알린 것이다.






차를 강 밖으로 옮기고 고장 난 차를 수리하는 동안 다시 긴 자유시간이 생겼다.





아득히 넓은 초원은 무한한 자유를 시각적으로 보여주지만 우리는 이곳에 함께 있는 것 외에 달리 할 것이 없었다. 아무리 멀리 가도 지평에 닿을 수 없고, 설령 그곳까지 간다고 해도 이곳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말을 탄 아이들과 초원 위에서 시간이 생겼다. 우리가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말이 신기한 것처럼 소년들도 오랜만에 보는 외국인들이 신기했나 보다. 그들의 눈 빛에 수줍은 마음이 보였다. 허락을 받고 사진을 담았지만 그 자리에서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후 몽골로 여행을 떠날 때는 언제 마주칠지 모를 초원 위의 만남을 위해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몽골여행은...


칭기즈칸 공항을 벗어나 30분만 지나면 초원을 만난다.



차가 멈추어 서면 우리는 초원 위에 첫 발을 내려놓는다.






그곳에서 일행은 동료가 되고 운이 좋으면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될지 모를 일이다. 무엇 하나 없는 지평선 위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은 자석처럼 인력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저 멀리에 사람이 보이면 다가가서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들의 안부를 살핀다.



그것이 초원의 문법이다.




우리는 단지 별을 보기 위해 몽골여행을 떠나지만, 초원 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행의 숨은 보석들이 많다.





팬하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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