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떠오르는 풍경
바르셀로나에 온 지 삼일 째 되는 날
도심을 벗어나 한적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한다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몬. 세. 라. 트입니다.
몬세라트로 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우리는 시내에서 FGC(국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당일치기 여행으로 딱 좋은 곳입니다.
에스파냐 역에서 몬세라트 역으로 가는 기차와 몬세라트 역에서 내려 몬세라트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등산열차 왕복 티켓을 끊었습니다.
MWC 기간 동안 시내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위)과 몬세라트헹 통합권(아래)입니다.
운 좋게도 기차 시간에 딱 맞춰 R5선 Manresa 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렇게 쫓기듯 기차를 탄 이유는 수도원의 소년 성가 합창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느 순간 창밖의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산세가 변하며 멀리 산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창밖을 보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니 저곳이 몬세라트 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멋진 풍광에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Monistol de Montserrat 역 기차에서 내려 몬세라트 수도원으로 가는 산악열차로 갈아탑니다.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싶다면 한 정거장 전 Aero De Montserrat 역에서 하차) 기차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산악열차가 대기 중입니다.
산악열차(cremallera)에 오르니 기다렸다는 듯 출발합니다. 창 밖으로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경사로를 20분 정도 오르면 몬세라트 수도원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해발 몇 미터나 될까요?
‘몬세라트’ 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에 도착하면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미리 체크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역사 밖으로 나오니 모퉁이 뒤에서 기다리는 장난기 많은 친구처럼 기괴한 바위산과 몬세라트 수도원의 모습이 '짠' 하고 등장합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천재 건축 예술가 가우디가 영감을 받았다는 몬세라트 바위산. 돌의 생김새들이 독특합니다.
스펙터클한 바위투성이의 풍경에 금세 매료됩니다. ‘몬세라트’는 카탈루냐어로 ‘톱니 모양의 산’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수도원으로 향하기 전 잠깐 길을 헤맸습니다.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이니 어쩔 수 없었죠. 들고 있던 가이드북도 이곳을 구석구석 설명해주진 않았습니다.
동쪽으로 난 도로의 끝에 수도원이 있을까 싶어 걸었는데 잘못된 길이었습니다.
걷다 보니 케이블카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네요.
소년 성가 합창을 보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 찾은 덕분에 오히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여행자에게 틀린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몬세라트 최고의 스팟, 돌산과 몬세라트 수도원이 한눈에 보이는 풍경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돌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이랄까...
자연 속에 펼쳐진 장엄한 풍경이 둘러싸인 이곳에서 깊게 리프레시가 되었습니다.
풍경에 젖어 망중한의 시간을 보내다 멀리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수도원을 찾아 다시 걸음을 재촉합니다.
처음 자리로 돌아와 건물 중앙에 위치한 계단을 오르니 건물 위로 탁 트인 정망을 가진 광장이 나타났습니다.
수비라치의 조각이 한편에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삼각대의 자리를 옮겨가며 사진 촬영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얼굴 부분의 음각이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바라보는 사람을 향한다고 하는데 그것을 확인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한쪽 바실리카 건물 중앙의 아치문으로 무리를 따라가 바실리카 안으로 들어갑니다. 사방으로 건물이 둘러싼 작은 아트리움이 나옵니다.
맞은편 건물 정면에는 예수와 12제자를 표현한 피사드가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지만 성가대 공연 시간에 쫓겨 성당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습니다.
정확하게 시간 안에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성당은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대부분 합창단을 보러 온 것 같았습니다.
몬세라트는 자연이 만들어낸 경관이 시그니처라 하지만 그 안에 인간이 세운 건축물과 이런 콘텐츠가 사람의 발길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몬세라트 소년 합창단은 유럽에서도 가장 오래된 소년 성가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아름다운 노래는 내용 아래 영상에서 확인 바랍니다. 성가대의 공연이 끝나니 아니나 다를까 모든 관광객이 썰물처럼 예배당을 빠져나갑니다.
일상에서, 도심에서 허기진 감성을 채우고 나니 배가 고파왔습니다. 이곳에 식당은 역 맞은편 건물 1층의 한 곳뿐인 듯합니다. (맛은 그다지....)
잠시 허기진 배를 달래고 다시 자연경관에 심취해 봅니다.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 도심 여행과는 다른 또 다른 묘미를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곳입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근데, 멀리 바위산 위에 저곳은 무엇일까요? 십자가와 작게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네요. 저곳은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오른편을 보니 가파른 절벽 위를 오르는 레일이 보입니다. 몬세라트 역에서 수도원까지 올라온 산악열차는 뭐고, 저 레일은 또 뭘까 궁금해졌습니다.
우리가 가진 티켓으로 저 위를 오를 수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행과 역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티켓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푸니쿨라(funicular)'라는 기차를 타고 산타호안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시간이 빡빡해서 반쯤 단념하고 찾았는데 운 좋게 기차 시간이 딱 맞았습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막 출발하려는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오늘은 여러가지로 시간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는 모습이 열차라기보다는 엘리베이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슬아슬 내려오는 기차와 교차해 오릅니다.
내린 곳에서는 거대한 바위산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전혀 다른 시점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수도원이 발아래로 보이고, 굽이도는 골짜기들이 내려다보입니다. 웅장합니다. 거대한 바위 산 아래 반듯한 건물이 부조화스러우면서도 보기 좋습니다.
마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마 십자가가 있는 오른쪽에서 바라보면 영화 포스터와 흡사하게 보일 것 같습니다.
충분한 시간만 있었다면 십자가가 있는 바위산까지 트래킹을 하고 싶었지만...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20분 만에 다음 케이블카로 내려왔습니다.
이번 몬세라트 당일치기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기억되네요. 결국 시간 때문에 박물관도, 검은 성모상도 보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몬세라트는 아쉬운 마음만큼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될 것 같습니다.
다시 산악열차를 갈아타고 왔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만 있었으면 이 아름다운 곳을 몰랐을 테니 정말 오길 잘했습니다.
여행의 역순으로 산을 내려와 시내로 돌아갑니다.
몬세라트! 바르셀로나를 여행한다면 반드시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유튜브 몬세라트 영상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골목골목 아름다운 시체스 해변으로 떠나볼까요?
아래 링크에서 팬하기 부탁드립니다.